• [직장인] “명품 돼지, 반도체 생산하듯” 남제주 ‘길갈축산’오영익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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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6.14 09:42:38
  • 조회: 866
남제주 남원읍에 자리한 ‘길갈축산’에서는 살이 탱탱한 토종 흑돼지가 자란다.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농장은 사방이 밀감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제주 청정 흑돈’이란 흑돼지 브랜드에 걸맞다. 이곳에서는 흑돼지를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 농산물처럼 키운다. 전염병 예방을 위한 항생제나 방부제를 넣은 사료를 쓰지 않는다. 외부의 세균감염으로부터 철저히 보호받고 있어 농장 출입이 첨단 반도체 공장만큼이나 까다롭다.



‘길갈축산’ 오영익 사장(43)은 흑돼지를 키우는 10여개 축산농가를 찾아다니느라 요즘 바쁘다. 제주 흑돼지를 공동브랜드화해 흑돼지 세계 최대 소비국가인 일본에 수출 물꼬를 트기 위해서다.

“제주는 국가가 아닌 지역 단위로 유일하게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인증받은 곳이에요. 앞으로 제주 흑돼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오사장은 지난 15년간 토종 흑돼지를 키우며 종자를 연구했다. 흑돼지가 상품으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해전부터다. 현재 흑돼지는 90~100㎏짜리 한마리당 약 40만원을 받는다. 일반 돼지에 비해 30% 높은 값이다. 쫄깃쫄깃한 맛뿐 아니라 필수 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유명 백화점끼리 판매를 독점하기 위해 경쟁이 붙을 정도다.

‘제주 청정 흑돈’이 귀한 몸이 되기까지 오사장의 고생이 만만치 않았다. 크고 작은 농축산물 행사장을 쫓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하루종일 삼겹살과 목살을 구워대며 맛을 선뵀다. 사료값을 고스란히 날리면서 종자 개발에 매달렸다.



“사명감과 오기로 버틴 셈이죠. 수입고기에 맞서 토종 흑돼지를 제주산 명품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토종 돼지는 잘 크지 않고 맛이 지금만큼 뛰어나지 않았어요.”

제주 토박이로 제주대 축산과를 졸업했다. 중학교 때 서울로 유학왔지만 제주의 바다와 오름을 잊지 못해 고등학교 때 다시 제주로 내려왔다. 40여마리로 시작한 흑돼지는 현재는 4,000마리로 불었다. 제주에서 최대 규모다. 처음 종자개발할 때 흑돼지는 상품성이 낮았다. 성장 기간이 길고 사료값이 많이 들어 키울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 10여년간 토종의 장점을 살려 개량하면서 표준화한 종자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흑돼지 산지로 유명한 일본 가고시마(鹿兒島)를 다녀왔다. 흑돼지 30만마리를 기르는 곳이다. 축산에서 유통, 전문식당 운영, 백화점 마케팅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국내 축산 방식이나 시스템이 일본에 손색 없어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지난달에 시범적으로 우리 흑돼지 150마리를 일본에 수출했습니다. 고기맛에 반해 바이어들이 서로 달라고 할 정도예요.”

수출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 다른 흑돼지 농가와 공동브랜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삼겹살과 목살만을 선호하는 게 문제다. 일본 수출이 본격화하면 안심·등심·뒷다리 등의 판매가 해결돼 축산농가의 수익을 늘릴 수 있다. 흑돼지로 만든 햄과 소시지를 개발해 오분자기, 옥돔처럼 특산품을 만들 복안도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 레스토랑이 딸린 펜션 ‘바다로 향한 문’(포틀 마리나)을 열었다. 농장일에 바쁜 그를 대신해 아내 김찬수씨(44)가 3년전부터 준비해 완성했다. 인천이 고향인 김씨는 남편보다 제주 사투리에 더 능숙하다. 남편을 도와 농장의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흑돼지 축산에도 프로다.

펜션은 안주인의 세심함이 곳곳에 배여 내집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든 방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길갈축산’의 제대로 된 흑돼지 맛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 제주 흑돼지는



흔히 ‘똥돼지’로 불리던 종을 개량한 것이다. 과거처럼 인분을 먹여 키우는 똥돼지는 이제 제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제주 관광단지에서나 관상용으로 볼 수 있다.

똥돼지는 ‘뒷간(화장실)’을 우리삼아 인분과 음식찌꺼기, 쌀겨 등을 먹여 키운 흑돼지를 말한다. 현재 똥돼지를 키우는 곳은 경상남도 함양의 지리산 자락 마천골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천골 똥돼지마을’로 불리는 이곳에는 20여가구에서 1~2마리씩을 키우고 있다. 판자로 얼기설기 엮은 뒷간 밑이 똥돼지 우리다. 그러나 그냥 막사에서 인분을 먹여 키우는 집도 있다.

똥돼지는 일반 사료를 먹이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섞이지 않아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지리산 청정지역에서 자라 고기 맛이 뛰어나다는 게 마을 사람들의 자랑이다.

비계가 적고 육질 또한 쫄깃쫄깃해 맛이 일품이다.

마천면 초입에 자리한 ‘월산식육식당’은 똥돼지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다 자란 똥돼지를 그때그때 거둬다 식당과 정육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지창석씨는 “똥돼지는 고기가 적게 나와 경제성이 없지만 우리 옛 전통방식대로 키워 맛도 좋고 몸에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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