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캬!~ 쐬주, 21도의 행복, 360㎖의 눈물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5.27 10:13:15
  • 조회: 410
21도의 행복, 360㎖의 눈물. 흔히 ‘쐬주’라고 부릅니다. 대개는 마시고 난 뒤 ‘캬’ 소리를 내죠.

한국인에게 있어서 소주는 그냥 일상입니다. 기분이 좋아도 마시고 기분이 나빠도 마십니다. 비가 와서 마시고 눈이 와도 마십니다. 노릇노릇 익는 삼겹살에 소주가 빠지면 안되고, 잘 익은 파김치만 있어도 소주를 찾습니다. 오늘 만난 사람도 소주 한잔이면 금세 친구가 됩니다. 이 나라 민심을 알려면 소주판매량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탄핵과 무효선언이 있던 날 소주는 더 팔려 나갔습니다. 이 나라 민초들이 ‘소주의 힘’으로 격정을 토로하는 현장이야말로 민심의 현주소니까요.

경제도 그 속에 있답니다.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이땅의 아버지들은 소주를 덜 찾습니다. 퇴근 뒤 ‘한잔 소주’ 생각이 간절해도 아이들 학원비가 없다며 하소연하던 아내 말 때문에 터덜터덜 집으로 갑니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 곁을 지키는 눈물겨운 소주도 있습니다.

흔들릴 때마다 한잔씩,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과음 때문에 쓰린 속을 해장 소주로 달래면서, 늘어난 뱃살을 걱정하면서도 소주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아내의 바가지와 직장 상사의 꾸지람, 의사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헤어지지 못하는 우리들의 애인입니다.

감히, 소주가 없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소주가 종교’인 사람들이 소주 없이도 행복해질 그날을 그려봅니다. 그런 세상이 과연 올까요.

오늘 저녁 소주 한잔 어떠신지요? 요 근처에 제주 똥돼지 삽겹살이 맛있는 집이 있거든요.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