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초경량 비행기 체험기 하늘과 나, 그리고 그 나직한 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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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5.12 09:19:26
  • 조회: 367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나날이다. 파란 하늘과 연초록의 숲이 피로했던 눈을 상큼하게 씻어준다. 그러나 도심 하늘은 온전치 않다. 아무렇게나 얽히고 설킨 전깃줄로, 좁다란 차창으로, 네모진 빌딩 창으로 재단된 하늘이다. 그러기에 도심 하늘은 반쪽의 행복이요, 자유다.

아무래도 온전한 하늘을 보려면 도시 밖으로 탈출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모자라 푸른 창공으로 날아오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는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다. 최근 점차 대중화돼 가고 있는 레포츠인 ‘초경량 비행기’는 새처럼 날고 싶어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데 그만이다.

푸른 하늘 한가운데서 바람을 맞으며 나는 기분은 어떨까. 비행을 위해 찾은 곳은 경기 화성 어섬비행장. 시화호 간척지 한편에 마련된 활주로 주변으로 7개의 항공클럽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주말엔 처음 초경량 비행기를 타보려는 방문객과 클럽회원들이 줄잡아 100명을 넘을 정도라고.

간단한 설명을 듣고 비행기 앞에 섰다. 전문사이트에서 본 ‘사고로 숨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머릿속을 스쳤다. 생명보험이라도 들어놓을 걸 하는 후회가 앞섰다. 조종을 맡은 강사 이규익씨(38)가 빙긋이 웃으며 한마디 건넨다.



“걱정 마세요. 행여 동력이 끊겨도 글라이더처럼 바람을 타고 비행할 수 있습니다. 착륙할 때는 속도를 시속 40㎞까지 줄일 수 있어 큰 부상은 입지 않아요.”

아무래도 미덥지 않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수도 없다. 비행시간만 수천시간에 이른다는 이강사의 경력에 올인하기로 했다.

눈앞에 놓인 초경량 비행기 기종은 에프케이 스마트(FK-SMART). 어섬 비행장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고급기종이다. 날개가 기체 위에 있어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조종간을 사이에 두고 이조종사와 나란히 앉았다. 자동차식으로 안전벨트를 매고 두툼한 헤드폰 같은 무전기를 머리에 썼다. 제법 폼이 났다. 앞엔 가로 50㎝ 세로 20㎝ 정도의 네모진 계기판 박스에 크고 작은 원형계기판 10여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발 밑에는 페달 2개가 있다. 좌우로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한단다.

“부우웅. 라디오 체크. 하나, 둘, 셋.”

무선기 점검 소리가 헤드폰을 통해 들린다. 이내 비행기 머리에 있는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기 시작한다. 덜덜거리며 기체가 느릿느릿 활주로를 향해 움직인 끝에 비행기는 활주로 끝에 섰다.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더니 정신까지 다 아득하다.



“에스케이, 테이크 오프(take off).”

비행기 엔진이 폭발하면서 프로펠러가 미친듯이 돌아간다. 지면의 미세한 굴곡에도 온몸이 아래 위로 정신없이 요동을 친다. 가슴이 터질 듯한 그 짧은 순간. 몸이 두둥실 떠오른다. 뒤로 사라지던 풍경이 아래로 멀어진다. 드디어 날고 있었다.

고도 300m. 막상 하늘에 오르니 너무도 평온하다. 기체 흔들림도 거의 없었다. 격렬한 헤비메탈에서 조용한 클래식으로 바뀐 것 같다.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니 별천지가 따로 없다. 잔물결이 이는 서해와 꼬불꼬불 말라버린 지류들. 쌀 한톨만한 승용차와 성냥개비 크기의 전봇대까지. 지면에 비치는 작은 비행기 그림자로 정말 날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너무 조용하고 평화롭지 않습니까. 사실 초경량 비행기를 무슨 짜릿한 곡예비행쯤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잘못 알고 계시는 겁니다. 하늘은 한없이 적막합니다.”

하늘은 아옹다옹하며 사는 지상에서와 달리 사뭇 여유가 있었다. 시속 150㎞의 속도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하늘은 그렇게 넓고 끝이 없었다.



날고 있다기보다는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는 느낌. 어느새 작은 조종석은 하늘과 사람이 하나되는 공간이 됐고 나직이 자연과 대화하는 선방(禪房)으로 변했다.

30여분간의 특별한 경험을 마치고 착륙을 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지면에 두발이 닿을 때 느낌이 새삼 각별했다.

출발할 때의 호들갑스러움이나 두려움은 찾을 수가 없었다. 초경량 비행기의 참 맛은 ‘느리게 살기’의 실천이었다.세상은 무섭게도 빨리 변하며 사람들을 속도 경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빠름이 곧 미덕이 되는 광속(狂速)의 시대. 초경량 비행기는 빠르면서도 느림의 미학이 살아 있는 몇 안되는 것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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