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우리가 동맹파업하는 날 지구가 어떻게 되는지 봐” 지렁이 연구 최훈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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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5.03 10:48:52
  • 조회: 486
며칠전 퇴근길. 어스름이 내린 길에 작은 벌레가 총총걸음으로 요리조리 간신히 사람 발길을 피하고 있었다. 땅강아지였다.

‘땅에서는 아직도 저들이 숨쉬고 있었구나.’

지렁이·개미·거미 등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미물들의 작은 몸짓과 이들의 외침을 전하는 고독한 연구가들을 살펴본다. 바야흐로 생명공학·환경공학의 시대다. 하찮은 지렁이가 바이오공학(BT)이랑 무슨 관계냐고? 하필이면 끔찍한 지렁이냐고?

지렁이가 징그럽거나 더럽다는 사람, 있으나마나 아니냐는 사람들에게 ‘지선생’이 감히 이렇게 경고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동맹파업하는 날 지구가 어떻게 되는지 봐. 땅은 질식하고, 속까지 썩을 거야. 숨죽여 살던 우리가 죄다 땅위에 드러눕는 날 사람들은 정말 역겨워 미쳐버릴지도 모르지.”

한마디로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겠다’는 말. 다행히 진작에 이들의 소중함을 알아챈 선구자가 있다. 바로 국립환경연구원 폐기물자원과 최훈근 박사(50)다.



15년 전 어느날 경기 김포에 사는 50대 부부가 연구실을 찾아왔다. “지렁이를 키우는데, 죽어도 왜 죽는지 몰라 답답하다”고 했다. 법규도 없어 무허가였다. “연구소나 관청을 다 다녔지만 다들 웃기만 할 뿐이었다”며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산업폐기물 처리분야만 연구하던 최씨는 이를 계기로 지렁이로 눈길을 돌렸다. 낯선 생물학에 매달렸다. 국내 전문가가 따로 없어 양식하는 사람을 찾아다녔다. 실험실에서 키우기도 하고, 미국·캐나다·일본 등지를 방문하고, 외국서적도 읽었다. 10년이 다 돼서야 지렁이가 또렷이 보였다. 어느새 국내 ‘지렁이 박사 1호’로 자리매김했다.

처음에는 칭찬받을 리 만무했다.

“주위에서 할 게 없느냐, 미쳤냐며 놀렸어요. 박사 논문 제목에도 가능한 한 ‘지렁이’란 말을 뺄 것을 은근히 권하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산책을 나갔다가 길에 나온 지렁이를 주워 풀숲으로 옮겼는데, 사람들이 측은한 눈빛으로 쳐다보더군요.”

인천 백석동 수도권매립지 종합환경연구단지에는 60평 비닐하우스 1동이 있다. 초라하기 그지 없다. 양쪽에 마치 밭 고랑처럼 시커먼 흙더미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최박사가 쇠스랑으로 흙을 뒤집어 보였다. 지렁이 수십마리가 꼼지락댔다. 놀랍게도 흙속은 야채·참치 찌꺼기 따위로 가득했다. 최박사는 “얘들은 시도 때도 없이 먹는다”며 대견스러운 듯 말했다. 이곳에서만 하루 300~500명분, 60~70㎏의 음식찌꺼기를 먹어치운단다.

거짓말처럼 하우스 안은 파리도 거의 없고, 역겨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지선생들’이 갖은 쓰레기를 먹고 난 뒤 배설을 통해 비옥한 흑토(黑土)로 바꾼 덕분이다.

“주말이면 40~50명의 학생들이 견학을 오기도 해요. 1년에 1,000명은 옵니다. 지난번에 온 주부들에게는 선물로 지선생을 한 보따리씩 선물했죠.”

아줌마들 상당수는 집안 화분에다 지렁이를 키운다. “강아지처럼 시끄럽기를 합니까. 털이 날립니까. 좋은 애완동물이죠.”

최박사 사무실에도 화분이 2개 있다. 화분에는 일회용 종이컵이나, 이면지 등 각종 종이류가 쓰레기처럼 버려져 있었다. 죄다 지렁이 밥이란다. 믿어지지 않았다. 살짝 들추니 노랗게 삭은 종이를 포식하고 있었다.

“화분이 지렁이를 키우면 4인 가족 음식찌꺼기는 거뜬히 처리하죠. 화분에 비료나 거름을 줄 필요도 없어요. 아이들 자연학습도 되고요. 기어 나오지는 않습니다.”

최박사는 일반인에게 지렁이를 바로 알리는 데 앞장서왔다. 1999년부터 지렁이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또 낚시 미끼나 유기농 보급을 위해 지렁이산업협의회를 만들었다. IMF 경제위기로 부도가 나 내려온 부부나 해외에서 귀농한 교포 출신 등 많은 사람이 최씨 덕에 새 인생을 찾았다. 보수는 막걸리 한 사발, 귤, 쌀 정도일 뿐.

토양학자·생물학자·사육업자와 함께 연구에도 전념하고 있다. 92년에는 ‘지렁이를 이용한 유기성 슬러지 처리술’을 환경부에서 인정받았다. 마침내 지난 2월 지렁이를 가축으로 인정받아 숙원 하나를 풀었다. 앞으로 국산 지렁이의 이름도 붙여주고 ‘지렁이 박물관’을 꾸미는 게 꿈이다.

최박사는 “너무나 귀한 동물인데, 외양만 보고 혐오스러워 하지 말고 지렁이의 진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해충은 몰아내고 환경은 지키고 생물활용산업 연구 실태



산업혁명 이래 자연은 개발대상이었다. 최근 환경파괴·유전자 조작 등 윤리 문제가 불거졌지만, 여전히 자연은 인간에게 이로운 존재다. 특히 과학자들은 자연을 보존하고 이용하는 두 갈래 길에서 늘 균형을 잡아야 한다. 무심하게 지나치지만 알고 보면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생물은 많다.



▲지렁이

이미 1907년 벨기에 생물학자 리보드코트와 콤볼트는 지렁이를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면 수확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현대에는 캐나다·일본·동남아 등지에서 지렁이가 유기성 물질을 먹어 안정된 물질로 바꾼다는 데 착안, 환경오염과 음식·산업쓰레기 처리에 활용하고 있다. 그밖에 지렁이 분변토의 퇴비화, 의약품·화장품 원료 개발에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거미

거미를 무섭거나 해로운 존재로 여기지만, 거미는 파리·모기·바퀴벌레 같은 해충의 천적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 최근에는 환경변화를 감지하는 환경지표생물로 쓰인다. 또 두께에 비해 놀라울 만큼 질긴 거미줄은 의료용 봉합실이나 방탄조끼 같은 특수용품 제작과 우주항공·통신사업에 활용된다. 거미 독은 알츠하이머병 같은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타란툴라 같은 큰 거미는 애완동물로 변신했다.



▲극지 생물

남극해에 서식하는 대구의 항결빙 단백질을 요즘 각광받는 제대혈이나 복제 배아·수정란·정자 등의 냉동보관 첨가제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이 단백질을 이용하면 수정란 등의 생존율을 높이고, 이식에 쓰일 장기의 보관이나 운반시에도 첨가제로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 조작에 따른 위험 논란이 있으나, 학자들은 냉해방지 농작물 개발까지 내다본다. 아이스크림에 첨가하면 결빙을 막으면서도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 남극빙어·심해저생물 등도 유용한 성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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