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세상을 살리는’ 연구자들 “이색주제와 수십년간 씨름하며 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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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5.03 10:47:37
  • 조회: 474
‘대체 저 큰 건물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가끔 연구소를 지나치다 보면 이런 궁금증이 발동한다. 개중에는 하찮아 보이거나 소름 돋는 지렁이·거미·개미 따위에 청춘을 바치는 학자가 있다. 또한 두께 2㎞가 넘는 얼음 덩어리, 초속 수십m의 강풍 ‘블리자드’와 싸우는 남극기지 연구원이나, 수천m 심해저를 탐사하는 사람도 있다.

가늘고 질긴 거미줄과, 먹이를 묶어두는 저장술이 특징인 거미.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거미(‘꼬마거미’)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거미는 곤충이 아니고 절지동물이다. 지구상에 약 3억년 전부터 살아왔으며, 조상을 고생대 삼엽충으로 추정한다.

서구에서도 체계적인 종합연구는 1978년에야 시작됐다. 국내에는 거미학자가 채 10명이 되지 않는다. 건국대 명예교수 임문순 박사와 서울대 곤충생태실 김승태 박사, 동국대 김주필 교수 등이 거미 대가로 꼽힌다. 김승태 박사는 “연구 인력이 적고 미개척 영역이 많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젊은 학생들이 연구할 가치가 높은 분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연구원 김동성 선임연구원(41)은 수면 밑 6,500~1만m의 심해저 생물을 연구하는 세계적 전문가다. 김박사는 지난해 국제공동연구팀 일원으로 수심 1만1천m 태평양 마리아나해구 챌린저해안에서 세계 최초로 생물을 채집했다.



유전자 기술을 이용, 납·카드뮴을 보통 식물보다 2배 이상 흡수하는 환경정화용 식물을 개발한 포항공대 이영숙 교수는 주목받는 여성과학자다. 황소개구리·붉은귀거북 등 외래종과 천적을 연구하는 한국양서파충류연구소 심재한 소장, 해충 전문가로 한국위생곤충연구회장인 고신대 생명과학부 이동규 교수 등도 그 분야의 권위자다.

개미 전문가로 알려진 서울대 최재천 교수(50)는 요즘 까치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는 박새를 70여년 동안 계속 탐구하고 있어요. 한 종을 충분히 알고 나면 다른 종 연구에 도움이 됩니다. 새 이론이 나왔을 때 곧바로 대입해 검증하기도 수월해요. 앞으로 계속 까치 연구에 매달리겠습니다.”

최교수는 특히 까치의 언어에 관심을 기울인다. 최교수는 “종달새 등 다른 새들은 호르몬 작용에 따라 주로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짝짓기 울음이 한 종류뿐이지만, 까치는 28가지 소리가 있다”고 밝혔다. 최교수는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면서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말했다.



● 곰팡이박사 윤철식씨

“혹시 이것들이 모두 동충하초인가요.”

‘곰팡이박사’ ‘마이코플러스’ 윤철식 사장(44)의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연구실을 방문한 손님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연구실에서 거뭇거뭇한 곰팡이 덩어리 대신 벌레와 버섯이 결합한 신기한 생물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윤사장은 “모두 다 동충하초는 아니다”며 “미국에서는 ‘혐오미생물’이라고 부르며 정확한 명칭은 ‘곤충병원성 곰팡이’”라고 설명했다. ‘곤충을 병들게 하는 곰팡이’란 뜻이다. 고려대 공학기술연구소 연구부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윤사장은 무려 ○○○째 바로 이 곤충병원성 곰팡이에 천착하고 있다. 이 곰팡이의 포자는 공기중을 떠다니다가 맘에 드는 곤충의 몸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숙주가 된 곤충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싹을 띄운다. 곤충은 자신도 모르게 영양분을 모두 빼앗긴 채 껍데기만 남게 된다. ‘겨울에는 벌레, 여름에는 풀’이 되는 동충하초의 어원은 여기서 비롯했다. 동충하초란 호칭을 얻은 곰팡이는 1,500종에 이르는 곤충병원성 곰팡이 중 8종에 한한다.



윤사장의 곰팡이 연구는 타고난 ‘식탐’에서 시작됐다. 워낙 음식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던 터라 대학 진학을 앞두고 학과를 결정할 때 망설임 없이 식품공학과를 선택했다. 건축사였던 아버지와 담임선생님은 전망이 밝은 건축과를 권했지만 관심은 오직 음식뿐이었다. 대학시절 발효음식을 공부하면서 곰팡이로 관심이 옮겨졌다. 그러나 기초부터 곰팡이를 공부할 만한 학교가 국내에는 없었다. ‘돈 안되는 공부’라며 주변에서 말렸지만 오직 곰팡이를 공부하겠다는 일념으로 1986년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으로 향했다.

미국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실험실에서 현미경과 씨름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버섯연구’로 1년6개월 만에 석사학위를 땄다. 그리고 다시 4년 만에 ‘곤충병원성 곰팡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몸이 힘들었지만 마음은 행복했다”며 “현미경으로 새로운 곰팡이를 보고 있으면 순식간에 밤이 지나가곤 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93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산하 생명공학연구소와 농업과학기술원을 거치며 연구를 거듭하던 중 97년에는 곰팡이를 이용해 배추 좀나방을 방제할 수 있는 천연농약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2000년에는 ‘마이코플러스’라는 바이오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곤충병원성 곰팡이가 자라면서 생성하는 천연물질을 이용해 농의약품 원료를 만드는 회사다. 윤사장은 “이공계 후배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다”며 “연구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더 많은 후배들이 곰팡이 연구에 뛰어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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