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스무살, 두려움 없는 청춘 ‘e-천사학번들’ 달라진 미팅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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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4.02 09:38:44
  • 조회: 851
봄은 새내기들의 계절이다. 봄꽃보다 싱그러운 새내기들에게 세상은 온통 축제다. 대학캠퍼스에서 성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04학번을 만나봤다. 1985년생, 갓 스무살, 세상 두려울 것 없는 청춘들. 풍요의 80년대에 태어나서 부족함 없이 자란 멀티형 세대다.

90년대의 풍요를 거쳤지만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궁핍도 경험했다. 중·고생 시절 H.O.T와 god 등 댄스그룹에 열광했고, 힙합이 어색하지 않은 경쾌한 세대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사이버 세상의 재미에도 빠져봤다.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를 밤새워 읽었고, 채팅으로 친구도 사귀면서 일본문화에 열광하기도 했다. ‘가을동화’를 보면서 손수건을 적셨고, ‘엽기적인 그녀’를 인상 깊은 러브스토리로 꼽는 세대들.

‘얼짱’과 ‘몸짱’이 대접받는 시대의 한가운데서 그들이 꿈많은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출발선에서 마주친 청년실업 60만명에 육박하는 냉혹한 현실. 6차 교육과정의 마지막 세대로 재수도 쉽지 않은 아슬아슬한 현실을 뚫고 입학했다 하여 ‘공포학번’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꼭두새벽 영어학원에 다니고 대학도서관에서 줄서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의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에 두려움도 없다.



지금 대학은 당찬 신인류인 04학번의 물결로 출렁인다. 당당한 체격과 현실적인 경제감각을 갖춘 ‘위풍당당한 그들’. 오늘 그들이 있어 싱그럽다.

04학번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기 위해 미팅 현장을 급습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적인 자리를 공개하겠다고 자청하는 신입생들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마담뚜’ 아닌가. 즉석 미팅이벤트 업체(?)를 차린 뒤 홍익골 피카소 거리 처녀들과 행당골 서당 총각들을 접선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전히 꽃샘바람이 매서운 저녁 7시. 여학생들의 본거지인 서울 홍익대 앞 한 바(BAR)에서 만남이 이뤄졌다. 미팅 불변의 좌석배치인 2열 종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앞 자리를 비워놓고 여학생 4명(홍익대 회화과 04학번)이 전깃줄 참새들처럼 앉았다. 뭐가 즐거운지 연방 까르르 웃어댄다. 엷게 칠한 볼터치와 단정하게 빗어넘긴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작은 귀고리, 그리고 조금은 길다 싶은 모직치마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풋풋하다. 남학생들(한양대 언어문학부 04학번)은 약속 시간을 20분이나 넘기는 결례를 범했다.

“학교에서 신체검사가 있어서 늦었어요. 죽을 죄를 졌습니다. 대신 오늘 확실히 재롱 한 번 떨겠습니다.” 시트콤 ‘논스톱 4’의 몽이(MC몽)처럼 너스레를 떤다. “마실 것 나오는 동안 소개나 하죠. 아참, 식사는 하셨습니까?”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말솜씨와 여학생에게 메뉴판을 먼저 내미는 매너까지.

이쯤되면 프로다. 아니나 다를까. 남학생들은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미팅 전력을 갖고 있다고 귀띔한다. 미팅의 기본은 자기소개. 처음부터 탐색전이 치열하다. 멤버 중에서 또래보다 한 살 어린 나이라고 밝히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린다. 그렇다해도 열아홉 아니면 스물인데…. 이어 학과 정원은 몇 명인지, 남녀 성비는 어떻게 되는지 일반적인 탐색전이 이어진다.



회화과에는 정원 80명에 남학생이 13명밖에 없다고 하자 남학생들이 쾌재를 부른다. 초반에는 남학생들이 얘기하면 여학생들이 맞장구를 쳤다. 가끔 어색한 침묵도 흐른다. 뜬금없이 ‘전화번호 주시면 다음엔 제대로 모실게요’라며 성급한 작업에 들어가는 남학생도 있다.

이럴 때는 유머 한 마디가 최고의 명약. 나름대로 비장의 유머를 내놨지만 히트작은 고작 한두 편. 그래도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내친 김에 1차를 정리하고 2차를 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제법 차다. 한 남학생이 슬쩍 점퍼를 벗어 찍어놨던 여학생에게 건넸다. 여학생이 머뭇거리자 “손 뻘쭘해”하면서 받으라고 독촉한다. 조금 이른 승부수. 그러나 여학생은 매정하게 뿌리친다.

근처 고깃집에 자리를 잡았다. 여전히 2열 종대로 좌석이 배치됐지만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삼겹살과 소주까지 곁들이니 슬금슬금 말부터 튼다. 급기야 다소 유치해 보이는 게임이 시작됐다. 일명 ‘술먹기 게임’. 영어나 존댓말을 쓰면 무조건 한 잔 한다든가 그냥 연이어 술을 마시는 ‘파도타기’가 이어진다. 잠깐 사이에 소주 2병이 쓰러졌다. 얼굴이 발그레진 여학생은 흑기사를 요청한다.



“우리 중에 제일 아니 그나마 낫다는 애에게 술잔 보내. 우리는 눈 감고 있을게”

진검승부를 하자는 거다. 잠시 고민하던 여학생은 맞은편 남학생에게 조심스레 술잔을 내밀었다. ‘우후’. 질투 섞인 탄성 끝에 나머지 학생들은 ‘잘됐으면 좋겠다. 잘됐으면 좋겠다’라며 장단을 곁들인다.

두 시간 넘는 미팅 현장을 관찰한 결과 예전과 달라진 점들이 눈에 띄었다. 남학생이건 여학생이건 모두 술을 마다하지 않았다. 남학생 중 일부는 고등학교때 음주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미팅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도 다소 놀라웠다. 이르면 중학교 때부터 미팅과 소개팅을 하는 것이 요즘의 풍속이란다. 소지품을 꺼내 파트너를 정하지도 않았다. 맘에 들면 간단하게 휴대폰 번호만 따면 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사랑은 동사라고 했던가. 무르익는 작업현장을 보면서 더이상 지켜보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들어 ‘마담 뚜’는 자리를 떴다. 이미 소개팅, 채팅, 번개팅, 즉석팅까지 유행하는 요즘 새내기들에게 미팅은 더이상 가슴 떨리는 경험이 아니었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이성을 만난다는 건 가슴 뛰는 일이 아닌가. 문득 오늘의 인연으로 사랑을 시작하는 커플이 나올 것인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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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 04.05.14 09:28:17
    하얀니! 치석,니코틴,입냄새 고민 www.denwh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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