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내맘엔 이제 맑은 물이 흐릅니다” 11년만에 활동재개한 가수 김범룡의 氣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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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3.27 09:33:37
  • 조회: 443
“모든 생각과 걱정, 잡념을 놓으시고, 나의 몸과 마음의 느낌에 집중해 보세요. 외부에 있는 나의 의식을 나의 내부로 집중해 보세요. 나의 마음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외부의 맑은 에너지가 몸으로 들어와 나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줍니다.”

따뜻한 방바닥, 은은한 불빛, 옅은 향기 속에서 6명의 수련생들이 김윤옥 사범의 지도를 따라 기(氣)체조를 하고 있다. 허리를 좌우로 돌리고 손을 앞으로 숙이는 등 스트레칭과 비슷한 동작들을 한 후, 바닥에 편하게 누워 근육은 이완시키면서도 정신은 집중하고 있었다. 그 중 한명은 ‘바람 바람 바람’ 등 수많은 노래를 히트시켰던 가수 김범룡씨(44). 서울 청담동에 있는 기수련장 ‘단월드 도인센터’에서 그는 1주일에 세 번씩 이렇게 기수련을 한다.



“수련을 하면 몸의 감각이 살아납니다. 기흐름을 느끼는 거지요. 그래서 몸이 조금만 아파도 금방 느끼게 돼 기흐름이 방해받지 않게 행동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숨을 들이쉰 채 동작을 하고, 동작이 끝난 후 숨을 내뱉으면서 자세를 바로잡고 근육을 풀어주는 수련이 이어졌다. 이어서 맑은 시냇물과 새소리가 있는 음악을 들으며 명상에 빠진다. “맑은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안좋은 기억, 생각, 스트레스가 깨끗한 물에 씻겨가고 있습니다. 여기 앉아있는 나는 누구인지 심연 속으로 나를 비춰 봅니다.” 김씨를 비롯한 사람들은 어느덧 자신에게 집중하며 편안한 정신 상태로 들어가는 듯 보였다.



김범룡씨는 “기체조를 통해 몸을 먼저 수련하면 정신도 같이 단련됩니다. 마음의 때에도 무게가 있어서 없앤만큼 가벼워져요.”

지난해 말 11년만에 새 앨범(8집)을 내고 다음달 콘서트까지 앞두고 있는 그가 가수로서 활발한 활동을 재개한 것은 기수련과 무관하지 않다. 기수련을 시작한 것은 2년전인 2002년 6월.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느날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명한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도 받아봤지만 특별히 좋아지지 않았죠. 그때 가수 남궁옥분씨의 권유로 기수련을 하게 됐습니다. 6개월쯤 하자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도 맑아지면서 목도 회복됐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목을 치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수련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계속 하게 됐죠.”

기수련에 빠져있던 중 지난해 5월 강릉에서 오랜만에 노래를 하게 됐다. 10곡을 연달아 불렀는데 자신이 보기에도 노래가 무척 잘 됐다고 한다. 그래서 중단했던 앨범작업을 시작했고 그해 10월부터 11년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수련을 하면서 건강이 좋아지니까 호흡도 좋아졌습니다. 노래는 호흡이 전부니까요, 호흡이 좋아지면 어떤 음이든 꾸밀 수 있고 자유자재로 힘을 줄 수도 있죠.”



1985년 데뷔 후 독특한 음색과 감성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정신없이 바쁜 데다가 기계적으로 앨범을 만들어 내야 하는 생활에 지쳐서 그는 노래를 그만두었다. 이후 듀오그룹 ‘녹색지대’와 진시몬 등을 키운 음반제작자로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명성을 쌓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적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정신적 공황이 왔습니다. 내가 이제껏 왜 일을 했는지, 그동안 주객이 전도된 엉뚱한 삶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트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수, 제작자로서 항상 긴장했죠. 크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걸 작게 생각해서 경쟁하고 시기하는 생활에 빠져 살았던 겁니다. 나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고 남의 기준으로 내 인생을 재단했기 때문이었죠.”

건강을 회복하고 정신세계를 되돌아보면서 자신감을 되찾고 나서야 다시 음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런 때 홈페이지를 만들어 노래를 올려놓고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것, 그 자체를 고마워 해야죠. 내가 해서 기쁜 일이 가장 좋은 일이니까요. 인기를 끄는 건 그 다음 일입니다.” 그가 기쁘게 음악활동을 다시 시작한 이유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는 것보다 순간순간 행복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미래를 위해 특별히 재테크를 하지 않습니다.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김윤옥 사범과 김범룡씨에 따르면 기수련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신적으로 지치거나 몸이 아픈 중년들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마음의 병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10명 중 7~8명에 이른다고. 김씨도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들한테서 기수련을 권유받았지만 한 귀로 흘려듣다가, 몸이 아프고 정신적으로 괴로운 절박함이 있어서야 찾게 됐다고 했다.

“밖에서 보기엔 대단한 사람같은데 자살하고 그러잖아요. 남의 잣대로 정의된 성공과 실패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걸 보게 됩니다.” 이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아팠던 모양이라고 말하는 김범룡씨는 힘들었던 과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갈 길이 멀어요. 할 일이 많습니다. 아직도 나를 정리하고 있는 기간입니다. 나를 먼저 세우고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에게도 잘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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