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통신] “내 분신 없이는 하루도 못살아” 휴대폰 통신수단 도구 차원 넘어 문화 만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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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3.19 09:17:56
  • 조회: 685
‘띠리리리리’ 휴대폰에서 알람 벨이 울리면 마지못해 잠을 깬다. 휴대폰을 들고 시간을 보니 7시10분. ‘잘 잤어?’ 여자친구에게 간단한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답신이 없는 걸 보니 아직 자는 모양이다. 씻고, 아침 먹고 부랴부랴 집을 나서며 윗주머니에 손을 넣어 본다.

중학생 건이(16)는 언제부턴가 집을 나서며 휴대폰이 있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건이가 휴대폰을 구입한 것은 두 달 전. 그 전만 해도 달리 불편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았는데, 지금은 휴대폰 없는 하루는 상상할 수도 없다. 어디를 가나 휴대폰을 꼭 챙긴다.

휴대폰 사용은 청소년들 사이에도 이미 일반화했다. 안양시 동안구 신기중학교 3학년 박건군과 학원 친구 사이라는 오승현(16)·오태경(16)군을 만나 중학생들의 휴대폰 문화에 대해 들어봤다.



#“전화는 안 해요.” 문자 메시지만 하루에 80∼90통씩

“전화통화는 하루에 4∼5번 정도? 주로 문자를 보내요. 얼마나 보내는지 기억은 잘 못 하는데 80∼90통 정도 보낼 거예요.”(건) 셋 중 휴대폰을 가장 적게 쓰는 태경이의 경우에도 하루에 40통 정도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문자를 많이 보내다 보니 ‘뭐행(뭐했어), 낼(내일), 생님(선생님)’ 등 말을 줄여 쓰거나 ㅠ.ㅠ(우는 표정), ―.―(재미없음) 등 이모티콘(표정문자)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이들이 보내는 문자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놀러갈 때, 애들끼리 만날 때 휴대폰 있으면 좋아요. 학교에서도 쓰죠. 심심할 때, ‘뭐하냐’ ‘끝나고 만나자’ ‘같이 가자’ 뭐 그런 메시지 보내는 거죠.” 직접 가서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 “귀찮잖아요.”(승현)



#선생님한테 걸릴라. 휴대폰 꼭꼭 숨겨라

학교에서는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금지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교사들의 말대로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없다. 건이는 수업시간에 문자를 보내다 “뭐하냐?” 고 묻는 교사에게 휴대폰 대신 공책을 꺼내 보이는 재치(?)를 발휘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일주일 뺏겨 본 적이 있어요. 그래도 다 갖고 다녀요” 태경이는 “1년 동안 휴대폰을 안 주거나 엄마보고 찾아 가라고 하는 선생님도 있다”고 했다.

휴대폰이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물었다.

“휴대폰을 아예 꺼버려요. 그럼 문자 오는지도 모르잖아요?”(승현) 공부할 때는 친구들에게 문자가 오면 공부 중이라고 답신을 보낸다는 건이는 “그래도 자꾸 문자가 오지 않았는지 궁금해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된다”고 했다. 건이는 또 “애들이 공부한다고 해도 믿지를 않는다”며 계면쩍게 웃었다.

휴대폰이 고장 나는 바람에 서비스센터에 맡겨 불편하다는 태경이는 휴대폰을 사는 이유를 “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휴대폰이 없으면 시간도 일일이 물어봐야 되고. 또 애들한테 연락도 못 하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휴대폰 없으면 정말 외롭죠.”



#휴대폰은 여학생 필수품?

남녀공학인 신기중학교의 경우 한 반 학생 50명 중 반 정도가 휴대폰이 있다고 한다. 건이는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남자아이들도 휴대폰이 있는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최신 휴대폰을 산 친구들은 “넌 이런 기능 되냐?” 며 은근히 반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기도 한다. 태경이도 동영상이 촬영되는 최신 휴대폰이 갖고 싶단다.

“재미있는 장면이나 멋진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고, 파일로 보내 줄 수도 있잖아요?” 사고 싶지만 돈이 없기 때문에 참는단다. “집에서 바꿔주지 않을 테니까. 나중에 돈 벌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바꿔야죠.”(승현)

이날 건이는 두 달 전 산 최신 카메라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한달 요금은 9만원 정도. 승현이의 휴대폰은 지난해 여름 구입한 컬러폰으로 카메라 기능은 없다. 한 달 요금은 2만원 정도 나온다. 휴대폰이 고장 나 서비스센터에 맡겨 놓았다는 태경이는 기본료 1만6000원 이상은 써 본 일이 없다.

보통 반 아이들이 쓰는 요금은 한달에 2만∼3만원선. 청소년들의 경우 원하는 금액을 미리 충전해 사용하는 선불요금제로 가입되어 있는데, 더 쓰고 싶어도 충전 금액 제한 설정이 되어 있어 쓸 수가 없다. 건이의 경우는 충전금액 제한이 되어 있지 않아 다른 친구들보다 많이 쓰는 편이다.

전화 한 통화면 원하는 금액을 얼마든지 충전해 쓸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전화요금이 많이 나왔다고 부모에게 야단을 맞고 그 벌로 인터넷 서비스까지 끊기고 말았다. 앞으로도 계속 전화요금이 많이 나오면 부모에게 휴대폰을 압수당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휴대폰 없으면 답답해 울 것 같아요”

승현이는 행여라도 휴대폰을 놓고 나오는 날이면 중요한 문자 메시지가 수신되지 않았을까 불안해진다. “없으면 되게 불편해요. 거의 생활이 돼버렸어요. 처음부터 없었던 애들은 잘 못 느끼는데 사용하다가 안 하려면 힘들어요. 없을 때는 저도 그런 거 못 느꼈는데 지금은 (휴대폰) 없이 살 수 없어요.” 건이 역시 “인터넷도 끊긴 마당에 휴대폰은 유일한 통신수단”이라며 “없어지면 답답해 울 것 같다”고 말했다.

“동생이 초등학교 5학년 올라가는데 한 반에 2명 정도 휴대폰이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저희 때랑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우린 6학년 때도 한두 명 있는 정도였는데, 요 몇년 사이에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승현) 초등학생들과도 세대차이를 느낀다는 이들에게 휴대폰이 없었던 어른들의 학창 시절 얘기는 이해하려야 이해할 수 없는 옛날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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