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코쿤족, 당당한 개인주의 쿨 하잖아 자기만의 섬에서 혼자 놀고 혼자 꿈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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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3.04 10:14:15
  • 조회: 592
영화광 최모씨(32)는 포스터, DVD 희귀본 등 영화관련 자료를 모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다. 자료수집 목적으로 비디오 가게에서 하루 5시간 아르바이트 하는 것 이외에는 대부분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수집한 자료가 많아 원룸을 구해 혼자 살면서 작업 겸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것. 블로그에 사진과 글 올리는 일을 하다 보면 몇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최씨는 “영화 이외의 다른 사회적인 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 것들은 나에게 별다른 자극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범한 회사원인 이모씨(28)는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을 거의 혼자서 지낸다. 한가한 시간대에 혼자 영화를 보고 영화관 근처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 책을 읽는다. 휴가기간에는 중국, 태국 등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떠난다. 날씨가 좋으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거리를 달리는 재미에 빠져 산다. 저녁엔 자신의 원룸에 돌아와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돌며 여가 정보를 찾는 것이 하루를 마감하는 스케줄. “인터넷에 모든 정보가 있어 굳이 사람들과 어울릴 필요가 없고, 아무 시간대나 편하게 움직일 수 있어 좋다”는 게 이씨가 혼자 지내는 이유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보다 혼자서 자신만의 일과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이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홀로족, 코쿤족, 귀차니스트, 폐인(廢人), 싱글족, 독신, 디지털 노마드 등(이하 코쿤족으로 통칭) 최근 주목받고 있는 다양한 족(族)들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시·공간에서 산다는 것. 이들은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고, 주변사람들이나 친·인척 행사를 쫓아다니는 ‘보편적’ 생활방식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주력한다. 삶에 대한 만족이 ‘남’이 아닌 ‘나’에게 향해 있다.

코쿤족의 확산은 인터넷의 보편화와 1인 가구 증가 추세와 맞물려 돌아간다. 코쿤족의 대부분이 젊은층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반 생활환경과 독신환경이 젊은층 중심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조사한 ‘2003 하반기 정보화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별 인터넷 이용률이 6~19세는 94.8%, 20대는 94.5%를 기록, 평균 이용률인 65.5%를 훨씬 웃돌았다. 직업별 인터넷 이용률도 학생이 97%로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젊은층에게 인터넷은 이제 필수품이다.

‘디지털 폐인’이란 단어를 있게 한 인터넷 사이트 ‘디씨인사이드’의 박주돈 이사는 “폐인이라면 지저분한 백수일 거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막상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면 20대 전문직 종사자가 많다”며 “인터넷에 중독됐다기보다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분으로 된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쇼핑, 놀이, 대화 등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인터넷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필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블로그, 커뮤니티, 카페 등 개인적인 경험을 올리는 인터넷 문화도 코쿤족의 일상을 반영한다.

코쿤족은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쿨(cool)함, 개인주의, 무력감 등의 정서를 드러낸다.



소설을 쓰는 강모씨(28)는 “사회에 편입돼 누군가의 명령을 들으며 일하고 싶지 않다”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전에 도서관에서 책 읽고 오후에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꾸미고 글을 쓴다. 자신이 선택한 생활방식을 회사에 취직한 다른 친구들과 굳이 비교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수입이 없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지만 자유로운 시간과 공간을 얻는 만족감이 이런 불편을 상쇄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기분이 우울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누군가에게 매달리지 않는 쿨함을 갖췄다.

직장에서 경쟁이 심해지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늘면서 개인적인 시간까지 다른 사람과 부딪쳐야 하는 ‘피곤한’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도 코쿤족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기적’이라고 욕먹을 일이지만 코쿤족은 ‘당당한 개인주의’를 내세운다.



회사원 박모씨(29)는 일이 끝나면 가능한한 곧바로 집에 들어온다. 주말에도 사람들을 만나기보다 혼자 배울 수 있는 취미생활을 한다. 그는 “직장에서도 최소한의 할 일만 하고 그 다음엔 내 생활을 전적으로 보장받고 싶다.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남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건 곧 스트레스”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온라인 상에서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해 있지만 자신의 달리기 경험을 올리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뿐 오프라인 모임에 굳이 가지 않는다. “사람들을 모으려면 번거로운 준비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굳이 오프 모임을 갖기보다 서로 온라인상에서 이야기하는 걸 더 즐긴다”고 말했다.



코쿤족 증상이 극단적으로 진행되면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병적인 상태로까지 진행되기도 한다.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무기력한 생활을 하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이버 세계에 빠져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 게임에 빠져 학교나 직장까지 그만두고 방에 처박혀 있다가 부모 손에 끌려 정신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전문의 김창기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맞추며 생활하는 것보다 게임하는 게 훨씬 편하기 때문에 병적으로 혼자 지내다가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증세가 심하면 극단적으로 메마르고 외로운 삶을 살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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