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돈으로 살수 없는 ‘돈맛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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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3.03 09:38:19
  • 조회: 473
농협중앙회 성남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한주섭씨(30)는 퇴근하고 돌아와 방안의 책장만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 전 재산이 책장 안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돈맛’을 알아 지폐를 모으기 시작한 지 벌써 20년째. 용돈을 아껴 하나하나 산 것이 어느새 1,000점을 넘어섰다.



한씨는 초등학교 3학년이던 10살 때부터 지폐를 모으기 시작했다.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우표수집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처음에는 집안 어른들이 외국출장을 다녀오면서 한두장씩 선물로 준 외국 지폐를 모았다. 외국돈 한장만 갖고 있으면 학교에서도 친구들한테 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수집에 맛을 들이면서 점차 우리나라 지폐를 모으는 데 더 공을 들였다. 한씨는 “화려한 맛은 없지만 우리 돈에는 우리 역사가 숨어 있다”며 “가격으로 따져도 우리 돈이 훨씬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용돈의 대부분을 화폐수집에 썼다. 관련서적도 열심히 찾아 읽었다.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는 부모님도 말리지 않으셨다.



1997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지폐수집을 계속했다. 한씨는 “그 때는 친구들과 술 먹는 돈도 아까웠다”며 “한 5년 동안은 정말 지폐수집에 푹 빠져 살았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열리던 서울 중앙우체국 앞 화폐장터에도 꼬박꼬박 나갔다. 전문화폐상을 이용하는 것보다 가격이 싼 데다 생각지 못한 희귀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지난해 가을 중앙우체국 신축공사가 시작되면서 장터가 사라지고 난 후에는 주로 인사동을 찾는다.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여전히 쏠쏠하다.

무작정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새 한씨의 지폐는 큰 재산이 됐다. 금액으로 따져보면 소장품의 가치가 5천만원을 넘는다. 지폐 하나에 6백만원하는 고가품도 있다. 그러나 팔 생각은 전혀 없다. 장가갈 때 고스란히 들고갈 생각이다.



지폐 하나하나에는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수집의 기쁨과 설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유가 생기면 수집품으로 작은 전시회를 여는 것이 꿈. 자신처럼 어릴 때부터 ‘돈맛’을 들인 친구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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