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취미 그 이상의 역사… 우표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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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3.03 09:37:04
  • 조회: 786
‘우표수집’이 취미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는 검정색 속지의 우표첩이 어김없이 놓여 있었다. 집으로 배달된 편지에서 우표가 뜯어져나가기 일쑤였고 새 우표가 나오는 날 우체국 앞은 수집가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아마 80년대 어디쯤의 풍경일 게다.



우표수집이 호황을 누릴 때 서울에만 100곳이 넘는 우표상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서울 충무로 중앙우체국 근처는 우표나 화폐 수집광들의 메카였다. 중앙우체국 바로 앞 회현지하상가에는 30개 가까운 우표상들이 몰려있었다.

이같은 열기를 반영하듯 80년대 중반에는 우표가 들어있는 아이스크림까지 등장했다. 우표를 모으는 것이 유행이던 때 이 아이스크림은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나중에는 라면땅이라는 과자까지 우표를 끼워 팔았다. 88올림픽도 우표나 기념주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였다.

하지만 우표의 인기는 90년대 들면서 시들기 시작했다. e메일 등 우편을 대신할 수단이 나오고 게임이나 레저 등 우표수집이 아니더라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진 게 원인이었다.



한국테마클럽 회장 허진씨(41)는 “사회 전체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가면서 우표 자체의 매력이 감소됐다”고 말했다. 그 사이 우표상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과거 호황을 누렸던 회현지하상가에는 지금 우표상 10여곳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우표상들은 현재 취미로 우표를 꾸준히 수집해오는 사람을 1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10대나 20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1년 우표상을 시작했다는 우정사 임덕빈씨(60)는 “70·80년대에는 장사가 꽤 되는 편이었는데 90년대 들어서는 찾아오는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다”며 “손님의 대부분이 다른 수집상들이나 나이 지긋한 수집가”라고 전했다.



우표수집이 ‘취미란’의 단골메뉴에서 빠진 지는 꽤 오래 됐다. 이제 우표수집은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아날로그식 취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고,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그들 사이에선 ‘우표수집’이란 말 대신 ‘우취’(郵趣)라는 말이 통용되고 우표수집가들은 필라텔리스트(Philatelist)라고 부른다. 이들 필라텔리스트들의 국내 연합체인 한국우취연합이 있고, 세계적으로는 세계우취연맹이라는 단체가 있다. 이들은 올림픽처럼 세계우표전시회를 열고 시상도 한다.

우취인들은 우표수집이 단순한 수집 이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표에는 동서고금의 역사가 살아 숨쉬고 우표를 수집하기 위해선 폭넓은 교양과 지식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삼성우표사 김단씨(64)는 “최근 독도 우표 발행에서 보듯이 우표는 역사·문화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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