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왜 항상 웃냐고? 그건 자신감이지… 검도 46년 연세대 박홍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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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2.06 09:29:42
  • 조회: 1297
“검도는 후퇴나 방어가 없어. 공격만 있지. 공격하다가 옆구리를 맞더라도 그냥 나아가는 거야. 칼을 뺄 때는 앞발을 내밀고 칼을 넣을 때는 뒷발을 앞으로 당기고, 항상 앞으로만 나가. 물러서지 않는 정신이 좋아. 인생도 한 번 사는 거니까. 진검승부. 지금까지 그런 정신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해.”



박홍이 교수(61·연세대 물리학과)는 칼을 빼고 넣는 모습을 진지하게 해보였다. ‘검도의 맛’에 대해 설명할 때는 느끼는 바를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해 몸이 움찔움찔했다. 예순을 넘긴 흰 머리의 ‘할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흥분돼 있는 모습. 한 문장 말하고 활짝 웃고, 다시 한 문장 말하고 또 활짝 웃는 것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사람들이 나보고 항상 웃는다고 해. 내가 왜 웃냐면 싸움을 해 누구한테도 안질 것 같기 때문이야. 자신감이 생활을 활력있게 만들어. 하고 싶은 말도 다 하게 되고. 약한 사람을 도와 줄 수 있는 여유도 거기서 생겨. 강한 사람만이 약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거든. 지하철에서 나쁜 짓 하는 놈들 있으면 내가 가만 안두지. ‘괜히 맞으면 어떡하냐’고 사람들은 걱정하는데 나는 맞을 걱정 안하거든. 힘없는 할아버지같아 보여도 내가 턱 밑의 급소를 손으로 꽉 쥐면 젊은 사람도 숨을 못쉬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힘이 강하면 오히려 약한 사람을 무시하기 쉬운 것 아닌가.



“검도의 기본 동작은 머리치기, 손목치기, 허리치기, 찌르기 네 가지밖에 없어. 달랑 네개를 평생 연습해도 완벽한 자세가 나오기 힘들지. 보통 사람들이 검도를 배우면 대부분 1년을 넘기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 지루하거든. 몇 십년을 해도 기본 하나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걸 알면 겸손이 뭔가를 배우지. 모든 운동은 인내심을 필요로 해. 또 어떤 운동이라도 10년을 하면 사람이 달라져. 검도 10년 한 실력의 사람이 때리면 죽을 수도 있거든. 내가 때려서 사람이 죽는다고 생각하면 어디 가서도 걱정할 게 없어. 그래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지. 함부로 힘을 쓰면 안된다고. 약자를 가리게 되는 것도 그 이유야.”

아직도 부족하다. 검도 기본 정신이 바르다고 해서 검도를 하는 모든 사람이 바르게 사는 것은 아니니까.



“중학생이었던 15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검도를 시작했어. 내가 지금 61살이니까 46년째 하고 있는 거지. 아버지는 아홉 살부터 가족들 생계를 책임졌어. 나중에 돈은 엄청 많이 벌었지만 어렸을 때 겪었던 밑바닥 생활 때문에 항상 ‘강자한테 강하고 약자한테 약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셨어. 당신이 당한 설움을 다른 사람한테 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셨던 거지. 강한 사람이 되게 하려고 운동을 가르치신 거야.”

놀이가 사람의 가치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인가 보다. 그렇다면 어떤 놀이를 하는 게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이 강해지는 건 육체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정신적인 것으로 옮겨 가는 것 같아. 힘들 때 모든 걸 잊고 푹 빠질 수 있는 걸 찾아야 하는데 중요한 건 몸으로 해야 된다는 거야. 책 읽고 음악 듣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몸이 움직여야 활력을 얻을 수 있어. 운동이나 악기연주, 붓글씨·그림같이 몸의 일부분이라도 움직이는 걸 찾아.”

활력있게 사는 건 한 편으로는 점점 힘을 소진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이 필요해지지 않을까.



“난 안식년을 한 번도 쓰지 않았어. 할 일이 많은데 쉴 시간이 없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미친 듯이 즐기면서 하면 의식주도 해결되고 사람이 밝아져서 삶이 건강해져.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 돼. 그런 생활 자체에서 활력을 얻는 거야. 법구경에 ‘좋은 일은 빨리 하라’고 나오지. 영어 속담에도 ‘생각하자마자 빨리 하지 않으면 마음이 생각을 앗아간다’고 했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태도를 바꿔서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하는 거야. ‘운명을 바꿀 수 없으면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그렇지. 그러다 보면 좋아하는 걸 찾게 될 수 있어.”

“내가 물리학을 안하려고 세 번 도망 갔어. 2지망으로 물리학과에 입학했는데 중간에 때려 치우고 전자공학 공부하러 미국에 갔지. 거기서 다시 위성통신학을 공부했는데 외국인에게 개방이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다시 물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땄지. 박사는 재료공학으로 했고. 교수채용은 결국 물리학과로 됐어.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내가 모르는 큰 손이 나를 움직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문학가가 됐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가끔 해. 하지만 지금은 태도를 바꿔서 그것도 취미로 즐기지. 연구는 연구대로 즐기고.”



처음엔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은 일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데, 박교수는 최다 논문 게재로 지난해 학교로부터 상도 받고 수업시간에 자료로 쓰기 위해 그렸던 만화를 묶어 책도 냈다. 검도는 수준급이고 풍경화도 잘 그린다. 3주에 한번씩은 학생들과 함께 고아원, 양로원 등에 자원봉사를 하러 간다. 방학인 지금은 대안학교 학생들에게 검도를 무료로 가르친다. 그뿐인가. 10년 후 양로원에서 위로공연을 하기 위해 요즘엔 아코디언까지 배우고 있다.

박교수는 코트 주머니에서 단어카드를 꺼내 보여주었다. 카드 앞뒤에는 영어 단어와 문장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1995년부터 9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이렇게 영어공부를 해왔다고 한다. 9년 동안 매일 노력한 일이 나는 있었던가… 답은 당연히 ‘없다’이다. 그 차이인가 보다.

“세상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얘기해. 노력 없는 결과라는 건 없는데도 말야. 바쁘기 때문에 시간 쪼개 쓰는 법을 알 수 있어. 그래서 바쁜 건 축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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