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한박자 쉬어가니 꿈이 보입니다” 번듯한 직장 버리고 귀향 황덕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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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2.04 11:20:11
  • 조회: 563
서울 유명 광고회사의 프로모션 기획자였던 황덕신씨(34)는 8개월 전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와 꽃과 옷을 함께 파는 멀티숍을 운영하고 있다. 번듯한 직장과 직장이 보장해 주었던 연봉을 자청해서 버리고 조그마한 자영업을 하고 있으니 다운시프트족의 전형인 셈이다.

“어머니가 많이 아프셨다. 생각해보니 대학 합격 후 서울로 올라와 13년을 가족과 떨어져 있었다. 학비 마련하랴, 동아리활동 하랴, 가족에 일어난 변화 밖에서 살아왔다. 직장에 계속 있으면 공연기획쪽에서 전문성을 쌓을 수도 있겠다 싶어 갈등을 많이 했지만, 이대로 한 십년이 눈깜짝할 사이에 흘러갔을 때의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문득 내 꿈이 무엇이었던가 생각도 났고….”



황씨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가족과 함께 있자-부산으로 가자 ▲내 일을 하자-실적이나 결과가 내 자산이 되는 일, 장사를 하자 ▲살아있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자-관공서의 실적을 채워주는 행사 기획을 하기보다 자생문화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축제를 기획하자였다. 불경기인 데다가 바꾼 인생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그동안 잊어버렸던 꿈이 자꾸 마음을 이끌었다. 장사를 하면 노력한 만큼 주머니에 떨어지는 것이 있다는 즐거움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을 굳혔다.

그는 “하루살이 같은 삶에 휴식을 갖고 싶었고, 느긋하지만 나를 위해 계속 일할 수 있고, 바쁘더라도 내 몸 상태에 따라 한 박자 쉬어갈 수 있고, 남이 알아주진 않지만 내 주머니 부풀어가는 즐거움도 있고, 가족과 얽힌 실타래도 하나씩 풀어가는 작은 행복, 뭐 그런게 그리웠다”고 했다.

애초부터 일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멈추고 싶다는 욕구는 빨리 달려본 사람이 더 실감하는 법이다.



광고회사에 들어왔을 때 ‘정말 프로답게 일을 잘하는 군’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한다. 전문성을 갖추고 싶은 성공 목표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 자체가 만족을 못 줄 때, 믿었던 윗사람이 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거나 없는 말을 만들어 낼 때 배신감이 제법 컸다.

“근성을 풀 데가 없어서 6개월 주기로 몸이 근질근질해지고 자꾸 의기소침해지고 삶이 무덤덤해졌다.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일에 몰입하면 그 맛으로 며칠 잊어먹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했다.”

6개월 주기로 꿈틀대던 ‘그 무엇’은 ‘내가 해서 행복한 일’에 대한 욕망이었다. 새생활을 선택한 후 3천만원이 넘었던 연봉은 월 수익 1백50만원대로 내려왔지만 동생과 함께 가게를 꾸려가는 재미가 좋다고 한다. 매일 상품을 바꿔줘야 하니 6개월마다 찾아온 우울증은 잊은 지 오래다.

3년 동안 가게를 열심히 돌 본 다음 본격적인 꿈을 황씨는 펼쳐볼 계획이다. 모던록 콘서트 등 지역에서 작은 축제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한다. 동화와 시도 쓸 생각이다.



“내가 꿈꾸고 있는 이런 것들은 직장 생활하면서는 도저히 하기 힘든 거였다.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무덤덤해졌는데, 지금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왜냐하면 그곳은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으로 빼곡히 메모되었던 세상이었지만 여기는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느린’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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