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시골쥐의 행복 이젠 알 것 같아요” 농촌교사 자청 이상호·정윤주 부부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2.04 11:19:07
  • 조회: 604
충북 충주시 앙성면 영죽리. 야트막한 산밑에 자리잡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에 교사부부인 이상호(42)·정윤주(43)씨가 살고 있다.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1983년부터 나란히 초등학교 교사로 일해온 잉꼬부부다.



친구처럼 웃고 떠들면서 시골예찬론을 펴는 두 사람에게서 아이같은 순수함이 느껴진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수더분한 옷차림까지. 외모도 영락없는 시골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이 충주로 이사한 것은 얼마 전이다. 두 사람은 교사생활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강남북을 오가며 보냈다. 전원생활을 꿈꿔온 두 사람은 충남 천안에서 교환교사를 거친 뒤 지난해 3월 지방교사들이 선망하는 서울을 등지고 자청하여 충주로 왔다.



“여러모로 대도시에서 교사하는 게 편합니다. 애들 교육문제도 그렇고 풍부한 문화·편의시설 등도 도시생활의 장점이겠지요. 그런데 늘 끌려만 다니는 일상에서 나를 발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교통혼잡, 환경오염도 갑갑해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남편 이씨가 아내에게 “지방으로 가자”고 제안한 건 1998년경. 정씨는 “서울생활에 그리 불만이 없었지만, 예전부터 ‘나이들면 (지방으로) 내려가자’고 서로 얘기해온 터라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99년 이씨가 먼저 충남 천안으로 학교를 옮겼다. 완전히 옮긴 것은 아니었고, 일종의 파견근무인 교환교사 형태였다. 일단 지방에서의 생활을 경험해본 뒤 생각과 다르면 언제든 다시 돌아올 심산이었다. 천안은 이씨(충남 보령)와 정씨(경북 문경) 모두에게 연고가 없었지만 서울에서 너무 떨어지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택한 곳이다. 미리 내려온 이씨가 살 집을 마련하는 등 준비를 끝낸 이듬해 정씨도 두 딸-은정(14)·도담(12)-과 어머니(75)를 모시고 교환교사로 내려왔다.



천안에서 교환교사로 보냈던 3년. 그러나 두 사람이 꿈꾸던 일상과는 사뭇 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생각했던 농촌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포도 재배를 주로 하는 주민들은 이재에 밝아 삭막하게 느껴지더군요. 주위 환경은 시골이었지만 사고방식은 서울과 별 차이가 없었어요.”

2003년 3월 지금의 충주로 또 옮겼다. 대학원에 다니느라 1년을 휴직한 이씨와 교환교사 기간이 끝나는 정씨가 복직을 앞두고 내린 결정이었다. 소속도 서울시교육청에서 충북교육청으로 바뀌어 서울로 쉬 돌아갈 수도 없다. 학교는 집에서 승용차로 5~10분 정도 떨어진 가금면 가흥리 가흥초등학교(이씨), 앙성면 돈산리 능암초등학교(정씨). 두 학교 모두 전교생이라고 해야 47명씩에 불과한 미니 학교다.

시골교사를 자청한 부부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다른 교사들은 떠나려고만 하는데 이유없이 시골로 들어왔겠느냐는 것. 마을 사람들은 영화 ‘선생 김봉두’의 김봉두 교사(차승원 분)처럼 물의를 빚어 쫓기듯 내려왔거나 ‘인사고과’를 잘 받기 위해 사서 고생하는 것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부부가 마을잔치는 물론 쌓인 눈 위에 흙을 뿌리는 등의 부역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마을 어른들은 차츰 이들 부부를 동네사람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씨네 가족은 1,200평의 땅을 매입해 건평 30평짜리 아담한 집을 짓고 텃밭도 일궜다. 이씨는 “서울에서보다 몸은 고달프지만 자연 속에서 하나씩 만들어가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시골학교의 교육시설 부족은 이미 예상했던 것이지만 교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잡무가 너무 많았다. 이씨가 지난해 1년동안 처리한 공문만 300건이 넘었다. 서울에서는 일년에 한두 건이 고작이었다. 또 출장은 왜 그렇게 잦은지.

그래도 부부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 “학교에 아이들이 없어 분교, 폐교될 때까지 남을 작정”이라는 이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제는 번잡한 도시에서 살 자신이 없다”며 정씨가 맞장구를 쳤다. 부부교사는 이제 반질반질한 서울쥐보다는 삶의 넉넉함을 아는 시골쥐가 더 행복하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