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혼자 독차지하긴 너무 아까웠어요” ‘잘나가는’ 여성의 ‘잘둔’ 남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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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4.01.28 14:39:59
  • 조회: 422
주요 국제회의가 있을 때면 종종 지면을 장식하는 사진이 있다. 참석한 각국 정상의 부인들이 일제히 포즈를 취하는 사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미 사상 첫번째 퍼스트젠틀맨 후보로 점찍고 있는 상황에서 영부인들 속에 웃고 있는 ‘영부군’의 존재는 그리 낯선 모습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한 부인뒤 유명한 외조스토리는 많다.



한명숙 환경부 장관의 남편 박성준 교수(성공회대 NGO대학원)의 내·외조 스토리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 대학교 재학시절 ‘경제복지회’라는 동아리의 회장, 부회장으로 만나 결혼했지만 박교수가 결혼 6개월만에 통혁당 사건으로 간첩죄를 지고 13년간 복역하게 된다. 한장관은 이 시절 남편을 통해 여성운동에 눈떴으며 남편은 “그때 아내가 책을 넣어주고 용기를 북돋워준 덕분에 신학공부를 했고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회고할 정도로 서로 든든한 동지애로 묶여 있다. 출옥후 박교수는 바쁜 한장관을 대신해 아들 육아와 가사를 거의 전담해왔다.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의 남편은 고현석 전남 곡성군수. 고군수는 누구보다 아내의 사회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밀어주는 사람으로 소문났다. 수년간 주말부부로 지내면서 아침은 손수 지어먹고 점심은 군청에서 때우고 저녁은 언제나 상가에서 해결한다면서도 아내에 대한 불평이 전혀없다고 한다. 7남매의 장남이자 5대종손 집안의 며느리라는 부담스러운 입장에서도 김장관이 사회생활을 활발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활동을 원하는 아내에게 신혼초부터 명쾌하게 살림은 하지 말라고 못박았던 남편 덕분. 김장관은 딸 셋을 낳은 후 서른다섯이란 나이에 미국에 유학을 떠났다.



열린우리당의 이미경 의원은 함께 시민단체 동지인 남편은 물론 시댁의 전폭적인 지원속에 든든하게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이의원의 홈페이지에는 “시어머님은 제게서 밥주걱을 빼앗고 등 두드리며 세상으로 내보냈다”며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경찰서에 수감됐을 때 ‘내 며느리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냐’며 목소리를 높여 동료들 사이에 화제가 됐던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한나라당 김정숙 의원의 남편은 안양에서 한성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조광렬 박사로 김의원의 정계진출을 적극 권했다. 조박사는 “아내가 가정에만 묻혀 있기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너무 아까웠다”면서 “김의원 정도라면 우리 사회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고 말하고 있다.



레드문, 조이시티 등 온라인 게임으로 유명한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김양신 사장은 남편만한 기술자가 없다는 생각에 남편을 영입했고 백일승 부사장은 ○○○간 다니던 IBM을 나와 부인을 돕고 있다. 직장에서 때로 부인한테 야단맞기도 한다는 백부사장은 함께 일하면서 부인을 존경하게 됐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지난해 한 여성포털사이트의 조사에서 미혼여성 네티즌들은 ‘어떤 남자에게 가장 끌리냐’는 질문에 ‘아내 일을 이해하고 재미있는 성격’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조사에서는 20대 남성 4명 중 3명이 아내가 성공하면 전업주부 남편이 되겠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듀오의 이은영 상담팀장은 “상담을 할 때 남성들도 맞벌이를 원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외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고 여성들 역시 사회생활을 인정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많이 찾는다”면서 “친구처럼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부관계를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며 내·외조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영씨가 직장까지 그만두면서 아내의 일을 적극 지원한 데에는 재주많은 자신의 어머니가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아무 능력도 펼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도 큰 이유였다.

“아내와 어머니가 사는 시대가 다르잖아요. 우리딸이 컸을 무렵엔 더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요?”

34세의 박기복씨는 “제 직장에선 첫번째 남성 육아휴직이었지만 회사에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고 친구들도 걱정은커녕 노골적으로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아내가 집안 일을 잘 다스려 남편을 돕는 일’이라는 내조. 반면 ‘외조’라는 말은 사전에도 없는 조어이다.

한국공학한림원 이기준 회장(전 서울대 총장)과 평등한 부부관계로 유명한 장성자 양성평등진흥원 원장은 “달라진 사회에서 남자는 밖, 여자는 안이라고 규정하는 내·외조라는 말도 어폐가 있다”고 못박는다. “부부야말로 함께 공조해야 하는 관계”라며 “주연이 한명이어서는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 교수도 “부부관계는 누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윈·윈게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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