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1살’ 아쉬움, 설렘… 그래도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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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3.12.30 10:32:47
  • 조회: 355
나에게 한 살이 더해지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함께 생각하는 마당을 마련하기 위해 나이의 마디에서 새해를 맞고 있는 보통사람 4명의 진솔한 비망록을 싣는다.

▲벅찬 스무살, 내 인생의 시발점

19+1=김지혜·고려대 경영대 입학 예정

이제서야 나에게 여유라는 조금은 생소한 것이 주어졌다. 수학능력시험은, 단번에 끝날 이것만을 목표로 19년을 보낸 것은 아닐지라도 분명 나에게 아주 무겁고 큰 짐이었다. 그래서 수능 시험이 끝나면서 나에게는 덜어진 짐만큼의 여백이 생겼다. 이른 새벽 시린 공기를 마시며 등교하고, 늦은 밤 정적을 깨는 초인종 소리와 함께 귀가하는 대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 잔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 시간은 그동안 지친 심신을 달래고,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긴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후 운좋게도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하면서 남은 초조함까지 날리는 행복감을 맛볼 수도 있었다.

이렇게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나는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비교적 여유가 많은 터라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이제 곧 대학생이 된다는 것만큼 나를 설레게 하는 변화 아닌 변화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내 나이가 스무살이 된다는 것이다. 나이의 앞자릿수가 바뀌는 것이 무슨 대단하고 설레는 일이 되겠느냐 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스무살이라는 것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 그 이상의 의미이다. 스무살,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는 문턱이 되고, 좀더 성숙한 인간이 된 것 같은 자부심을 느낀다. 일률적인 공동체 생활의 일원이 아니라 혼자 우뚝 서있어야 한다는 불안함, 10대에 해보지 못하고 부족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 육체만 훌쩍 커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부끄러움도 깃든다. 그러나 내가 이토록 ‘스무살’에 애착을 가지는 것은 무엇보다 이제껏 꿈꾸어온 것들을 설계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희망에서다.

이런 희망을 안고 시작할 20대에 가장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물론 부모님과,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도 많았지만, 단기간의 추억여행이었다. 지금 꿈꾸는 것은 세계일주와 같은 장기간의 여행이다. 단순히 추억만들기와 호기심 충족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삶의 지침을 세우고,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질 20대를 보내고 싶다는 오랜 생각에서다. 아울러 아직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구체적인 꿈을 정하지 못한 나에게 여행이라는 것은 가야할 곳을 일깨워주고, 방향 키를 바꾸어줄 열쇠가 되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일과 사랑… 서른 잔치는 끝났다?

29+1=신유아·결혼정보업체 ‘듀오’ 웨딩매니저

어린 시절에는 서른이 되면 나의 젊음은 그대로 끝나고 뽀글뽀글 파마머리의 아줌마로서, 나의 삶보다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동시에 서른이란 나이는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서른이라는 나이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스물일곱살 후반부터였다. 그때부터 ‘서른이 되면’이라는 내 인생의 중대한 과제를 어깨에 짊어지고 어떻게든 멋진 서른을 맞이하기 위해 내 자신에게 숙제를 주며 괴롭히기도 했다. 나에게 주어진 미션은 ‘일과 사랑’으로 압축됐다. 서른이 되기 전에 혹은 서른이 되면 평생을 두고 해야 할 일을 찾아 안정된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스물아홉이 되면서 그냥 흘려듣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노래방에서 가슴을 쥐어짜며 부르기도 했고, 영화 ‘싱글즈’를 보며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뼈깊은 공감을 하며 친구들과 한 장면 한 장면 토론을 나누기도 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집을 들춰보기도 했고 ‘서른’이라는 단어에 민감해졌다.

하지만 서른이 되어도 내 자신은 스물아홉의 마지막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걸 깨달은 건 얼마 안되었다. 완벽하게 이루었으리 생각한 일과 사랑도 서른이라는 테이프를 끊는다고 완성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최근 깨달았다. 서른이 되었을 때 일과 사랑을 모두 이룬 멋진 여성의 안정된 미소는 나에게는 환상이었다.

20대를 뒤돌아 보며 후회되는 일은 결혼을 안한 것 또는 못한 것도,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을 못한 것도 아니다. 더 잘 즐기지 못하고 더 많이 놀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 그리고 ‘하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그리던 것을 시간과 비용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서른을 맞이하게 된 것이 후회스럽다. 분명 20대에 했으면 더 즐겁게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가장의 무게… 후회가 앞서고

39+1=이장래·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MD사업팀 과장

한때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더니 이제는 삼팔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직장인에게 힘겨운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요즈음이다. 이제 40대를 맞이하는 입장에서 뒤를 바라보니 아쉬움이 한 둘이 아니다. 왜 남들처럼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한 두 가지라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까? 왜 전문 자격증이라도 한 두 가지 더 취득해두지 않았을까? 왜, 왜….

나는 20대 초반에 회사에 들어가 비교적 순탄하게 지원부서에서만 오랫동안 근무해오다 삼팔선을 넘어 뜻한 바 새로운 업무에 도전을 결심, 지난해 11월 국내영업부서로 옮겼다. 20대, 30대 중반까지만 해도 패기와 자신감이 넘쳤고, 특별히 미래를 위해 계획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만큼 주위 여건이 나를 재촉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새로운 부서, 새로운 업무에 도전장을 내밀지 않으면 안될 절박함이 40대를 앞두고 있는 나자신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주위엔 젊고 유능한 후배, 전문인력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고 나의 입지는 점점 왜소해지는 듯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위해 보지만 돌이켜보니 후회와 아쉬움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제 내년이면 6학년이 될 딸 아이와 4학년에 올라갈 아들 녀석이 40대로 접어들고 있는 가장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최근에 난 재테크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새해엔 벤처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자 한다. 40대를 위한 미래준비! 이제 실행으로 하나하나 옮기려는 나의 행동에서 40대를 맞이하는 달라진 내모습을 발견한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면 인생이 바뀐다”고 했던가!

▲쉰, 세월의 무상함… 건강을 기원하며

49+1=김진우·서울강남경찰서 수사2계장

또다른 희망의 새해가 다가온다. 2004년 갑신년이 되면 내 나이, 50이 된다. 쉰살, 왠지 가슴 한 켠에 밀려오는 세월의 무상함에 마음이 심란해진다. 50이라는 나이는 40대와는 또다른 의미를 가진다고는 하지만 숙연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오십 문턱에서 요즘 문득문득 ‘지난 세월 동안 난 무엇을 했을까’하고 되돌아 보게 된다. 경찰에 투신한 20여년의 세월을 그저 앞만보고 달려온 것은 아닐까. 그리높지 않은 계급이지만 승진철 때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과 ‘역시나’ 하는 허탈감에 왜 혼자 쓴 웃음을 지었을까. 형사라는 핑계로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던 수많은 나날들. 우리 가족에게 남편으로써, 아버지로써 해준 것도 별로 없었다.

40대를 보내면서 그저 한탄만 한다고 되돌릴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늘의 명을 알게 된다는 나이 50이 되어서야 가장으로써, 아니 한 인간으로써 나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뒤늦은 미안함에 가족의 소중함이 절절해진다.

지금 가장 바라는 건 가족 모두의 건강이다. 특히 가끔씩 몸이 안 좋아 고생하는 아내가 건강을 되찾게 된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20대, 청춘의 싱그러움이 한창인 두 아이가 모두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해준다면 고맙겠다. 이젠 나도 큰 욕심없이 세상을 살아갈 나이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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