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곱디고운 한옥과 전통문화 사랑… ‘우리 것’ 지킴이 정민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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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3.12.12 09:35:37
  • 조회: 857
정민자씨에게 한옥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삶이자 숙명이다. 한옥에서 태어나 자랐고 결혼하고 신혼살림을 차린 셋집도 한옥. 한옥의 멋과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전국의 한옥을 답사하다 동양화가인 남편 서세옥 화백과 함께 창덕궁 연경당 사랑채를 본뜬 한옥을 짓고 살다 이젠 전통한옥을 짓고 보존하는 일에 앞장서는 ‘아름지기’란 단체를 이끌며 한옥과 전통문화 보급의 전도사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



수년에 걸쳐 한옥을 직접 짓고 수십년간 생활한 덕분에 지겹도록 상담과 문의를 받지만 항상 정성껏 답해준다. 한옥을 통해 인생의 많은 것, 무엇보다 참을성을 배웠고 한옥에 사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박사학위 등 번듯한 직함이나 직장도 없는 그에게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조차 “정여사님, 우리 딸애가 이번에 결혼하는데, 옷이며 가구는 어떻게…” “이번에 외국에서 손님이 오는데요, 그분들을 감동시킬 우리 음식은 어떤 것이…” 등등을 물으며 한수 배워간다. “보통주부일 뿐이고 아는 것만 알려줄 뿐”이라고 손사래를 치며 겸양의 덕을 보이지만 아무도 그를 평범한 이라고 폄하하지 않는다.



“한옥에서 살다보니 옷이며 식기, 가구까지 자연스럽게 생활 모든 것이 한옥에 맞춰지게 되고 우리문화를 공부하게 되더군요. 반찬 한가지에서 집짓기, 관혼상제 예절에 이르기까지 내가 아는 것은 성심껏 대답해줍니다. 내가 했던 것이 남들에게 좋아보였기에 묻겠지싶어 기뻤고, 교수 남편의 아내로 누구에게든 알아듣기 쉽고 그 사람이 적용하기 쉽게 현실적인 방편으로 생각해 대답해줍니다. 이런 것이 다름아닌 문화의 보급이라고 생각해 사명감을 갖고 미주알고주알 알려주는거죠.”



나무, 흙, 종이같은 천연재료로만 지어진 한옥은 자연에서 나오는 빛깔을 오래도록 아름답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이네 집안에 들어서면 항상 고소한 냄새가 나고 마치 조선시대에 지은 집인 듯 그윽한 느낌이 드는 것은 기둥, 문짝, 대청마루, 대들보 등 나무로 된 데는 모두 콩댐을 한 덕분이다. 날콩을 불려 자루에 넣어 몇날 며칠 문질러대면 장판이 노랗게 광택이 나는데, 콩을 갈아 들기름을 섞어 곳곳에 바르고 문질렀더니 날이 갈수록 빛깔이 은은해지고 자연스럽더란다.



옷차림도 마찬가지. 스란치마를 입지는 않아도 빨아입기 쉬운 무명적삼을 지어 애용한다. 쪽물들인 무명치마는 보기에도 좋고 활동하기도 편하다. 겨울엔 유똥 저고리를 뜯어 빨지 않아도 되도록 통짜로 박아 지어 수시로 빨아 다려입으면 함함하고 맵시도 그만이다. 수저나 그릇도 직접 모양새를 고안해 맞춰 쓴다. 집의 규모가 크지 않아 공간이 여유롭지 않다보니 자연 가구도, 옷도, 신도 안늘리려고 노력해 단출하고 소박한 일상을 보내게 된단다.



한옥은 성품은 물론 사고와 직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냥 자유롭지만 절제와 경계가 분명한 한옥에서 사람들은 그 집을 닮아가고 삶속에 한옥을 녹여낸다. 설치미술가인 장남 서도호씨는 성북동 집을 그대로 섬세하게 본뜬 실물 크기 헝겊집을 제작해 뉴욕 등에서 전시회를 하며 세계를 누빈다. 건축가인 차남 을호씨도 통풍이 잘되는 주거공간의 한 원형으로 한옥을 생각하며 설계한단다.



정민자씨는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아름지기’란 모임을 만들어 한옥을 연구하다 한옥마을인 서울 북촌 안국동에 전통미와 실용성을 조화시킨 사옥을 만들었다. 그 과정을 담아 ‘한옥짓는 이야기’(중앙M&B)란 책도 펴내 호응이 크다. 한옥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거워 그를 찾는 이들이 더더욱 늘고 있어 하루 스물네시간이 모자란다. 한옥에 대한 선망은 현실성있는 꿈으로 부추겨가고 우려는 조곤조곤 꺼가기 위해 그는 오늘도 옷깃을 여미고 아름지기 동인들과 상의하고 공부한다. 그는 어느덧 그 자신이 유익하고 꼼꼼한 한옥 교과서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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