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강남특별구 타워팰리스 “내려다보니까 우린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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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3.11.19 10:05:59
  • 조회: 843
사람이든 물건이든 최고라고 소문나면 주목의 대상이 된다. 최고 잘하는 야구선수, 최고 예쁜 여자, 최고로 맛있는 음식까지. 부동산 광풍의 한가운데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함께 가장 자주 거론된 아파트.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아는 그곳. 타워팰리스는 이제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의 상징이 됐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66층짜리 아파트로 압구정동을 능가하는 고밀도 부촌. 서울 강남구 도곡동 양재천변의 타워팰리스는 입주 1년만에 한국판 뉴욕 트럼프 월드타워로 떠올랐다. 한국형 자본주의의 상류층을 겨냥해 확실한 ‘구별짓기’를 시도한 타워팰리스를 들여다봤다.


◇집보기 | 먼저 타워팰리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 “타워팰리스를 보러 왔다”고 했더니 대우가 달랐다. 사장으로 보이는 50대 남자가 상담에 응했다. 집값은 ‘10·29대책’ 이후 조금 빠졌다고 한다. 평형에 따라 1억~2억원 가량. 그래도 가장 넓은 평형인 101평형의 가격은 3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재미교포가 급매물로 내어놓은 68평형의 호가는 17억원. 전망이 점發發舫 편이 아니라 가격이 저렴한 셈이란다.

사장은 “대치동에서 부동산값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여기도 올랐다”며 “요즘 주춤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론 더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강남에서도 차별화가 일어나, 이유없이 오른 곳과 ‘이유있는 곳’ 사이에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지리란 분석이다. 그는 국세청이나 언론에서 물어오면 “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대답한다”고 전했다. 떨어진 것으로 인정받아야 빨리 바람이 지나가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집을 보기 위해선 1층 현관의 ‘검문’을 거쳐야 한다. 이곳 경비원은 늙고 담배 냄새 폴폴 나는 다른 아파트단지 경비원과 달랐다. 젊고 건강했으며 잘 생겼다. 특급호텔을 연상시키는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꽤 높은 층에서 내렸다. 집주인으로부터 받은 열쇠가 있었지만 잠금장치가 정교해 문을 여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입주한 흔적이 없는 완전한 새집이었다. 현재의 주인이 분양받은 사람으로부터 투자목적으로 재구입했다고 한다. 내부 공간은 같은 평수 다른 아파트에 비해 다소 좁아 보였다. 부엌의 빌트인을 빼고는 가구가 없어 고급아파트의 냄새를 직접 맡을 수는 없었다. 분위기는 깔끔하고 쾌적했다. 타워팰리스가 자랑하는 첨단 환기시스템 때문이었을까. 베란다에서 아스라하게 내려다보이는 강남의 아파트단지가 타워팰리스의 ‘위용’을 실감케 했다. 물론 고만고만한 그 밑의 아파트들도 1채당 10억원 안팎은 할 것이다.

집안을 한바퀴 휘 둘러보고 문을 나섰다. 다른 아파트와 달리 이제 집보기의 시작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중간쯤에서 내렸다. 다른 아파트단지에선 찾을 수 없는 커뮤니티 시설이 있는 곳이다. 가장 먼저 들른 연회장에서는 직원들이 뭔가를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로부터 한눈에 서비스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약을 하고 여기서 가족 모임을 갖는 모양이다. 2층의 클럽하우스까지 독서실·노래방·영화방·당구장·유아놀이방·코인세탁실 등 다양한 시설이 있었지만 게스트룸이 눈길을 끌었다. 말하자면 ‘아파트단지 내 여관’으로, 방문한 손님을 재우는 장소다. 숙박료는 1일 5만원. 손님을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재운다는 발상이 흥미롭다.

또한 헬스장과 사우나·골프연습장·수영장까지, 정작 집보다 부대시설을 보는 데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다. 2층은 공용 정원 같은 곳으로 차가 다니지 않는다. 적당한 조경 사이로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어놀 수 있다. 젊은 여성 경비원의 친절한 미소를 발견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를 지나 상가로 진입하면 외부인은 다시 타워팰리스로 돌아갈 수 없다. 방문자는 개별 가구의 확인을 받은 다음에야 타워팰리스에 입장할 수 있다.


◇구별짓기 | 타워팰리스를 건축한 사람은 ‘구별짓기’를 염두에 뒀을 것이다. 곳곳에서 “나는 최고야, 나는 달라”라는 아우성이 들린다. 최고라는 자부심. 앞으로도 최고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남들과 같지 않다는 오만.

‘다름’은 높이와 콘텐츠를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타워팰리스가 속한 지역은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이다. 상업지역에 주상복합건축물을 지어 본격 주거공간으로, 그것도 주거지로 변모시켰다. ‘최고의 주거지’를 수식하는 소품은 쉽사리 발견된다. 한 예로 타워팰리스 상가에서는 다른 아파트단지 상가에서 발견할 수 없는 업종을 볼 수 있다. 갤러리다.

슈퍼마켓도 유명세를 탄 지 오래다. 언론에 자주 등장한 스타슈퍼는 강남 주요 백화점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일부 계층의 얘기겠지만 스타슈퍼는 1년에 물값으로 1천5백만원을 흔쾌히 지불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 물은 “그린란드 빙하 밑에 생성된 물이 수심 4,000m 이하로 내려가 수천년 동안 인도양·태평양 밑을 거쳐 대순환하다 일본 고치현에서 해수 표면으로 솟구쳐오른 것”이다. 한마디로 좋은 물이라고 한다.

집 안내를 마친 중개업소 사장은 타워팰리스의 장점을 반복해 역설했다. 인근 학교에서도 “타워팰리스 출신이라면 교사들이 ‘일단 접고 들어간다’”고 전했다.


타워팰리스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차이를 목격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열자마자 ‘라이프 오브 타워팰리스’란 난이 등장한다. 구성 항목은 골프로 시작해서 애완동물, 사이버병원, 부동산, 영화 순이다. 클럽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아파트단지 안에서 학교 등을 매개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어 왕성하게 교류하는 모습은 타워팰리스에서만 볼 수 있을 터이다.

집 보는 동안 만난 주민(50대 후반 남성)은 “살기 어때요?”란 질문에 “너무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구체적으로 뭐가 좋으냐고 물으니 “모든 게 다 좋다”고 한다. 처음에 이곳에 입주하길 망설였지만, 막상 살고 나니 앞으로 다른 주거환경에서는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설명이다.


◇논란 | 자부심은 일정부분 배타적인 태도로도 투영되고 있다. 강남 부동산 거품이 국가적 논란거리로 등장하면서 타워팰리스에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다. 입주민 중 상당수는 지난 9월 세무조사를 받았다. 강남을 겨냥한 유괴·폭파 협박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면서 타워팰리스는 또 한번 입방아에 올랐다.

입주민 김모씨(39·여)는 “최근 긴급 반상회가 여러차례 열렸다”고 전했다. 반상회에서는 폭파 협박, 세무조사, 부동산값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일각에서 타워팰리스를 투기의 온상으로 취급하고, 주민들을 투기꾼으로 파악하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또한 사회적 적개심의 대상이 되는 것에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 정책과 언론 보도 태도에 심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기꾼으로 매도당하고 협박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하는 항변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기자라고 하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방송국 기자들이 취재중에 단지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서있음에도,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은 타워팰리스에서의 삶에 만족하며 떠날 의향이 전혀 없다. ‘사회적 적개심’이 거론되긴 했지만 타워팰리스에서는 입주 후 1년동안 112 신고 한건 없었다. 2,000여대의 폐쇄회로 TV, 지문감식 시스템 등 철통보안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와 함께 사는 입주민 이모씨(27·여·광고업)는 ‘배타적인 공동체’ 내에서도 또 다른 개인주의를 모색하는 사례. 이씨는 “엘리베이터를 집에서 불러놓고 나가면 곧바로 탈 수 있어 다른 주민과 마주칠 일이 없다”며 “사생활이 철저하게 보장돼 좋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호텔에서 장기투숙하는 것 같은 삶이 마음에 든다”며 “앞으로 결혼해 분가해도, 가능하다면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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