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열린마당] 주변사람을 재신임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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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3.11.07 10:14:29
  • 조회: 431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재신임’이 항간의 화제다. 대통령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 중 맡은 일에 조금만 미흡해도 ‘재신임’ 운운한다.

우리 주변에는 재신임을 고려해볼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남편이나 아내, 친구, 직장 상사 등을 재신임할 기회가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직장인들에게 물어봤다.


#바가지 긁는 아내는 재신임을

회사원 이모씨는 결혼 5년차. 지난 주말에 아내와 마트에 갔었다. 아내는 머리를 아무렇게나 질끈 묶고 무릎이 다 튀어나온 트레이닝복에 슬리퍼…. 간만의 외출인데 좀 예쁘게 하고 나오면 덧나나. 꼭 아줌마티를 내야 하나 싶다. 될 수 있으면 아내와 멀찌감치 떨어져 집으로 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옆집 아줌마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아내. 12층까지 오는 길에 수다는 끊이질 않는다.

거기에 야한 농담까지 곁들여가며 말이다. 처녀 땐 옷도 잘 입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부끄럼 많던 아내는 이젠 대한민국의 ‘아줌마’가 되었다. 거침없이 말을 내뱉고, 거친 행동에 접시가 깨질 만큼 수다스러운 아내. 툭하면 옆집 남편과 비교하며 해준 것이 뭐 있느냐고 바가지를 긁어댄다. 이럴 땐 정말 아내를 재신임하고 싶다. /ㅂ비디오 이모씨


#아버지를 재신임할 수 있을까

나는 갓난아기때 너무 많이 울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나 몰라라 딴 방으로 건너가셨다고 한다.

그런 한맺힌(?) 기억도 있지만, 내가 중학생 때 빌리 조엘의 ‘I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를 가곡처럼 부르시며 사랑은 이런 거라고 설파하셨던 아버지. 그 때는 잘 몰랐지만 결국 내 사랑의 뿌리가 되었다. 아버지는 노을이 지는 을숙도에서 라면 끓여먹는 걸 중요 가족 행사로 생각하셨다. 드라마 보며 눈물이 흐르는 것을 인정하신다.

싸워서 이기기보다는, 적이 다섯이면 우방도 다섯이라고 말씀하시던 아버지. 차가 급정거할 때면, 엄마를 보호하려고 팔이 먼저 나가는 걸 사랑의 증거라 하셨다.

남자랑 헤어졌다고 울며 전화하던 나에게 이불 덮어쓰고 한 시간만 펑펑 울라고 말씀하시던 때가 엊그제 같다. 이제 나는 그런 아버지와 같은 아내가 되기를 꿈꾸는 아줌마 3주차다. 아버지에 대한 재신임? 물을 수조차 있을까. /ㅅ사 정모씨


#재신임이란 없다

‘재신임’이라는 용어 자체가 싫다. 내가 한번 신임한 사람을 의심한다는 의미 아닌가. 그렇다는 것은 나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일 테고 이는 나에 대한 재신임일 터. 내 결정이 신중치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재신임은 싫다. 누군가 내게 “당신의 애인을 재신임할 의사가 있습니까”라고 물어본다면 정말 화가 날 것 같다.

세상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재신임하라니…. 내겐 재신임이란 없다.

사랑하는 이가 실수를 해도 이는 신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으로 세상이 온통 재신임 정국인 것 같다. 남편도 재신임, 애인도 재신임, 상사도 재신임…. 살아가기 참 힘든 세상이다. 점점 각박해지고 서로 물고 뜯으려고만 하는 세상이다. 사람 사는 세상, 믿고 살았으면 정말 좋겠다. 재신임이란 말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선우 진정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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