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난, 백수다 우리를 더이상 깔보지 마!” 어떤 백수들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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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3.10.29 09:41:27
  • 조회: 493
백수 ‘깔보지’ 마라. 백수가 영화나 TV드라마, CF 등에서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있다. 당당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닌 백수, 백조(여자 백수)가 대중문화의 중심에 등장해 자신의 존재를 당당하게 드러내보이고 있다.

‘위대한 유산’ ‘똥개’ ‘라이터를 켜라’ 등 백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속속 만들어졌다. TV에서는 아예 온가족이 백수인 ‘백수탈출’이 방송됐다. 변변한 직업을 갖고 있는 주인공을 빛내주는 소품 역할에 머물러 왔던 백수들의 ‘대반란’이다.

최근 대중문화에 등장한 백수는 단순히 ‘직장을 구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도식으로 단정되지 않는다. 자신이 왜 백수 생활를 하는지에 대해 항변하기도 하고, 주변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소신껏 백수의 길을 꾸려가기도 한다. ‘일할 의지가 없는 백수’ ‘능력이 없어서 일하지 못하는 백수’ 등 유형도 다양하다.


#백수도 같은 백수가 아니다 | 영화 ‘위대한 유산’의 주인공 창식은 돈이 궁해도 하기 싫은 일은 안하는 백수다. 명문대를 졸업한 그는 형수가 보습학원의 강사 자리를 주선해줘도 거부한다. “그런 일은 하기 싫다”는 이유에서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엄마의 비디오 가게를 봐주는 것으로 소일하는 여자주인공 영미도 가능 없어 보이는 탤런트 되기에만 도전할 뿐이다. 두 백수는 돈 버는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더 중요시한다. 오상훈 감독은 “시각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을 추구하는 요즘 세대들은 궁핍함을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자아성취의 방법을 고민하며 백수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고 두 인물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백수 허봉구. 어수룩하고 능력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예비군 훈련에 갈 차비와 밥값이 없어 아버지의 주머니를 뒤지다가 들켜 얻어맞고, 주변사람들에게는 놀림당하기 일쑤다. 이런 그가 잃어버린 라이터를 찾는 과정에서 ‘끈질김’이라는 능력을 발휘하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다시 보게 된다. 백수를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 백수들에게 자신만의 능력을 발견하라고 말한다. 시나리오를 쓴 박정우 작가는 “자신이 가진 능력이 있음에도 그걸 발견해내지 못한 채 사회나 다른 사람이 규정하는 대로 자신이 무능력하다고 믿어버리는 현실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TV드라마 ‘백조의 호수’에서는 프랑스로 미술 유학까지 다녀온 고은아가 험한 일은 할 수 없다며 백수로 지낸다. 이처럼 조급해 하지 않는 백수들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중산층이 늘어난 만큼 굶을 걱정은 없으니까 직장 구하는 것에 대한 간절함이 덜해진 것일 수도 있다(오상훈 감독)”는 해석도 있다.

드라마 ‘백수탈출’은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 아들 등 온가족이 백수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가족들은 저마다 백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높아만 가는 청년실업과 30대 명퇴시대 등의 도래는 이같은 백수가족이 단순한 드라마의 극한적 설정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게 한다.


#그래도 백수는 서럽다 | 백수들이 당당해졌다고는 하나 그들의 아픔과 좌절마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백수이기 때문에 잃는 것은 여전히 많다.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접고 현실로 걸어들어가려 하고, 들어간다.

한 음료수 CF에는 백수인 남자와 그의 여자친구가 등장한다. 여자는 “사랑이 밥 먹여주냐?”며 다른 사람을 만나고 남자는 여자를 원망한다. 백수이기 때문에 그는 좌절한다.

‘위대한 유산’의 창식은 그렇게 하기 싫어하던 학원강사 자리를 결국 받아들인다. 영화 ‘똥개’의 철민은 무기력하게 백수로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고, 백수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희망을 품고 매일매일을 견딘다.


#백수 무시하지 마라 | 대중문화에서 변방에 놓여있던 백수 캐릭터의 중심화는 우리 사회에서 달라진 백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당장 백수가 많아진 현실을 반영한다. 높은 청년실업률은 청년 4명 중 1명꼴로 백수를 만들었다. 백수는 더 이상 능력 없는 소수로 치부할 문제가 아닌 나와 가족, 우리의 문제가 되었다.

백수들도 과거처럼 무조건 백수라는 사실을 숨기고 부끄럽게 여기기 않는다. 인터넷 사이트의 다양한 백수 커뮤니티에서 보듯 당당하게 백수임을 인정하고, 자신들의 문화와 생활을 꾸려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백수들은 말한다. “백수와 백수가 아닌 자의 차이는 능력의 우월에서 오지 않는다. 당신들이 백수가 아닌 것은 우리 백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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