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우울한 이 시대의 자화상 ‘마당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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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3.10.28 09:33:42
  • 조회: 400
마당발-볼이 넓고 평평하게 생긴 발. 우리 사회에서는 교제 폭이 넓어 아는 사람이 많고 처세술에서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정·관계의 고위인사나 유명인의 인물 프로필에서 여전히 자주 접할 수 있는 평이 ‘마당발’이다. 마당발은 정계와 재계에만 국한한 특수현상이 아닌 하나의 시스템이다. 마당발식 인간관계는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해석하는 핵심 코드였다.

#마당발은 위험하다

지금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어에 ‘마당발’을 치고 뉴스를 검색하면 대형 비리의혹 사건이 줄줄이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표까지 몰고온 SK그룹 비자금 사건. 최도술 전 청와대 비서관과 SK 손길승 회장을 연결시킨 이모씨는 부산·경남에서 내로라하는 마당발로 묘사되어 있다. 샐러리맨으로 출발, 전경련 회장까지 오른 손회장의 인물평에도 재계에서 알아주는 마당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현대그룹이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는 1백50억원을 돈세탁한 무기거래상 김영완씨. 굿모닝게이트의 윤창열 대표와 그의 금융권 로비 창구 역할을 한 김영렬씨
등등. 한결같이 마당발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마당발은 해결사다

인천의 중소기업체 사장 김모씨(52). 질질 끌던 일처리가 아는 마당발 인사에게 부탁했더니 전화 한 통화로 처리됐다. 김씨는 말한다. “일처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확실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사람과 친해지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우리 사회에서 마당발만한 보험은 없다”.
전화 한 통화로 복잡한 일을 쉽게 끝내버리는 마당발의 해결사 기질을 맛본 사람들에게 ‘줄’은 스스로 빠지고 싶은 늪이다. 마당발은 해결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한다. “우리 사이에 뭐 복잡하게 따져. 좋은 게 좋은 거지”. 정상적 법절차를 따르면 안되거나, 한참 시간이 걸릴 일이 풍부한 ‘안면’으로 뚝딱 해결된다.

마당발의 인맥은 안되는 일도 되게 한다. 법조 브로커, 금융 브로커, 정치 브로커, 연예 브로커… 분야마다 ‘브로커’가 활개를 치는 것도 마당발의 해결사 능력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대형 의혹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무슨 무슨 ‘리스트’가 등장하는 것도 마당발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힘을 웅변한다.

#마당발은 살아있다

헤드 헌팅업체 HR코리아가 직장생활 3년 이상의 회사원 1,12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효과적인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 인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9%에 달했다. “인맥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5%에 그쳤다. 마당발이 되고 싶은 욕망은 사회 곳곳에서 꿈틀댄다. 서점의 실용서 코너에는 여전히 인맥 관리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마당발 되기’ 책이 넘쳐난다.

마당발 지향의 한 단면인 대학들의 특수대학원이나 고위지도자 과정에는 늘 지원자가 줄을 선다. 마당발은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연고주의에 닿아 있다. 마당발 사회는 원칙보다 인맥이 선호된다. 머리가 아닌 손발이 우선한다. 윤태범 충남대 교수는 “근절되지 않는 비리사건은 인간관계와 인맥을 원칙과 소신, 능력보다 앞세우며 마당발을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이라고 지적했다.

#마당발 대안을 찾자

전통적인 마당발식 인간관계를 대체할 대안이 활발히 모색되고 있다. 네트워크형 인간관계다.
전통적인 마당발식 인간관계가 출세와 성공을 위한 자기 중심주의에 뿌리내리고 있다면, 네트워크 인간관계는 다양한 개성들이 수평적이고 복합적인 관계 맺기를 지향한다.
전자가 한번 맺어지면 어지간해서는 와해되지 않을 만큼 단단하고 폐쇄적이라면, 후자는 열려 있고 느슨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네트워크형 인간관계는 흔히 CMC(Computer Mediated Communication)라고 불리는 ‘컴퓨터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의 시대흐름을 반영한다.

연줄이나 안면 등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컴퓨터 의사소통의 평등성과 개방성이 담겨 있다. 가령 직장인들이 같은 분야의 사람들과 공부모임을 만드는 것이 네트워크형 인간관계 맺기의 한 사례다. 유앤파트너스 유순신 사장은 “인맥관리를 비즈니스 측면에만 한정하면 부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자신의 지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분야별 학습조직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인맥관리보다 발전된 형태”라고 설명한다.

‘NQ로 살아라’는 책으로 NQ(Network Quotient:공존지수) 열풍을 일으킨 동국대 김무곤 교수는 다양한 개성들이 대등한 입장으로 참여해 정보와 자원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유연하게 결합된 네트워크 인간관계가 공존의 길이라고 제시한다. 당신은 마당발인가. 조심하라. 마당발은 오래 걷지 못한다. 당신은 마당발이 아닌가. 나만 성공하면 되는 마당발식 인맥쌓기가 아니라 나와 너, 우리 모두가 잘되는 ‘윈·윈(Win-Win)’의 네트워크 인간관계를 맺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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