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통신] 홈쇼핑의 요지경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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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국교차로협의회
  • 03.09.20 10:21:58
  • 조회: 1339
신생아용 기저귀부터 삼베수의와 납골당까지, 화장법부터 해외취업 요령까지 알려주는 TV 홈쇼핑. 최근엔 캐나다 이민상품까지 팔아 80분에 1백75억원, 분당 2억원의 판매액으로 화제를 모았다. 안파는 것이 없다는 홈쇼핑.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람이 쓰는 모든 상품을 판다.

약 10만가지의 상품들을 24시간 생중계하는 홈쇼핑 시장은 연간 5조원 규모. 이젠 명절 역시 홈쇼핑에서 주문한 선물을 돌리고, 홈쇼핑에서 파견한 도우미가 차려주는 상차림을 즐기게 됐다. 가족과 애인만 빼고 다 파는 홈쇼핑의 요지경 세계로 들어가보자.

#홈쇼핑 상품을 보면 세태가 보인다

1995년 8월1일 오전 9시, 방송을 시작한 CJ홈쇼핑의 첫 판매상품은 뻐꾸기 시계였다. 처음엔 이처럼 소박한 상품들을 선보이던 홈쇼핑이 이젠 1억7천만원짜리 포르셰 스포츠카는 물론 8억원대의 르누아르 그림까지 선보였다.

현재 CJ홈쇼핑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해피콜 양면팬으로 올 상반기에만 25만세트를 팔아 1백20여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LG홈쇼핑의 올 상반기 최고 히트상품은 락앤락 밀폐용기 세트로 상반기에 20만세트 이상을 팔았다.

홈쇼핑 초기에는 유통망을 구축하지 못한 중소기업의 소형 가전제품들이나 건강관련 상품들(유산소운동기, 건강보조식품 등)이 히트상품이었으나 이젠 알뜰한 가격의 가전제품과 보석, 또 해외명품이 가장 잘 팔린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에어컨의 25%는 홈쇼핑을 통해 팔려나갈 정도. 그러나 가장 꾸준히 잘 팔리는 상품은 기저귀, 김치, 부엌용품 등 생필품들이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젓갈, 김치류와 기저귀 등 생필품이 잘 팔린다는 것이 홈쇼핑 회사측의 통계. 유난히 비가 많이 온 올해는 LG쇼핑의 경우 한달에 인터넷과 카탈로그를 통해 55만세트의 김치를 팔았다. 이는 맞벌이 가구 증가, 김치냉장고의 대중화 등도 작용했지만 살림하기 싫어하는 여성들이 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기저귀에서 수의까지

법령으로 판매를 금지한 주류와 의약품을 제외하고는 홈쇼핑에서 안파는 게 없다. 그러다보니 별의 별 상품들이 다 선보인다. 여행상품, 콘도 회원권, 투란도트 등의 공연권은 물론 청소와 과일배달 등 각종 서비스 상품들이 개발되었다.

또 수집가가 모은 공룡화석부터 아파트에서 기르도록 품종 개량된 진돗개, 납골당 등을 판매해 호응을 얻었다. 3년에 한번 돌아오는 윤달에는 4백만원을 넘는 최고급 안동포 제품 수의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최근엔 학습지, 어학연수, 인턴십 프로그램 등 교육프로그램이 인기다.

순간 최대 주문 폭주를 기록한 상품은 벨첼주얼리 20종 세트. 목걸이, 귀걸이를 묶어 5만원대로 구성한 이 상품은 지난해 10월17일, 50분 방송에 1초당 6.17개가 팔렸다.

시간대에 따른 판매액도 차이를 보인다. 시간대 판매액을 100으로 고정했을 때, 오후 11시대의 주문액이 176.2로 최고. 이는 공중파방송의 인기드라마가 끝나는 시간. 홈쇼핑사들은 주요 인기 드라마의 시청률 변화에 대응하는 편성을 구사하고 있는데, 드라마가 끝나고 광고가 시작될 무렵에 전략상품 프로그램을 배치한단다. 또 동일한 시간대라도 상품 종류에 따라 구매로 연결되는 확률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 착안하여 ‘과학적 프로그램’ 편성을 시행하고 있다. 남성 고객이 뉴스 프로그램에 몰두하는 시간대에는 주부 전용 상품을 편성하고, 온 가족이 시청할 가능성이 높은 시간대에는 가구나 가전 등 가족 구성원 전체의 합의에 의해 구매 결정을 하는 상품을 편성한다. 그러나 정작 가장 비싼 상품들 중 하나인 보석류는 새벽 3~4시에 편성된다. 이때 제일 고액 매출자가 많단다. 밤 늦도록 남편을 기다리다 화가난 부인들이 “그래, 누구는 나가서 실컷 술먹고 노는데 나라고 가만 있으랴”며 홧김에 마구 주문을 한단다.

#고맙다, 홈쇼핑

판매망도 없고, 광고할 돈도 없어 좋은 상품을 만들고도 쩔쩔매던 중소기업들. 특히 그냥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직접 만지고 만들고 시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홈쇼핑은 중소기업들한테는 은인이다.

아이리스 연수기의 경우 IMF 직후 직원을 반이나 줄이고 폐업까지 고려했으나 홈쇼핑에서 소개되며 연 2백억원의 매출을 올려 우량기업이 됐다.

디자이너 이신우씨 역시 자신이 경영하던 회사가 부도나 최악의 상황이었으나 CJ홈쇼핑을 통해 속옷 ‘피델리아’를 소개, 그동안 5백억원어치의 제품을 팔았다. 물론 이씨는 디자인료만 받아 부자가 되지는 않았으나 명예는 회복했다. 대머리 예방에 효험이 있다는 비누 ‘난다모’ 역시 각 기관에서 제품의 우수성을 인증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판로를 못찾다 최근엔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탤런트 김영애씨의 경우 연 1백50억원대의 황토 미용용품을 판매, 홈쇼핑에서도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홈쇼핑의 스타 중 스타는 ‘잭필드’. 케이블TV 40개 채널에 하루 500번도 넘게 광고를 해대며 “3만9천8백원~”을 외쳐대 지난해 상반기에만 3백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잭필드 박인규 사장에 따르면 “홈쇼핑 고객들이 가장 부담없이 즐기는 가격이 4만원이며 3만9천9백원은 좀 얌체같아 3만9천8백원으로 가격을 정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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