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취업난 속 몸사리는 신세대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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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국교차로협의회
  • 03.08.29 09:48:13
  • 조회: 441
아직도, ‘톡톡 튀는 신세대 직장인’이 각광받고 있을까. 이젠 아닌 것 같다. 될 수 있으면 튀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직장 분위기가 엄하게 바뀌고 있는 데다, 취업난 때문에 행여 윗사람에게 ‘찍히기’라도 한다면 마땅히 갈 곳도 없다는 등의 이유로 ‘알아서 기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다.

애주가로 유명한 ㅅ사 성모씨(33)는 얼마 전만 해도 술 마신 다음 날은 지각하는 것이 예사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직장 분위기가 살벌해지고 고과평가 기간도 다가오자 술자리를 부쩍 줄였다. 성씨는 “요즘은 정시보다 일찍 출근해 눈도장을 찍고 있다”며 “눈치를 보느라 퇴근시간도 1∼2시간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자칭 ‘나홀로 족’이었던 ㄷ증권 장모씨(31). 회식자리마다 항상 빠지는 것으로 유명했던 장씨는 얼마 전부터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사내에서 감원설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장씨는 “혼자서 지내다가는 정보 공유도 어렵고 회사 돌아가는 사정도 알 수 없다”며 “어쩔 수 없이 윗사람이나 동료들과 자주 어울리고 모임마다 꼬박 참가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자기주장과 개성이 강했던 신입사원들의 행동도 달라지고 있다. ㅇ사 이모씨(27)는 항상 예의바른 후배로 보이기 위해 신경을 쓴다. 얼굴도 모르는 타부서 사람들에게까지 90도로 인사하는 것은 기본. 매일 남들보다 30분 일찍 출근하고 퇴근도 선배들이 다 나간 뒤에 한다. 사무실 마지막 뒷정리도 자신의 몫이다.

명문대학원 출신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삼성계열사에 입사한 ㅇ씨(26)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면지·폐지 분리, 선배들의 쓰레기통 비워주기 등 온갖 잡일은 도맡아 한다. 회의 때는 상사들의 커피를 타기도 하면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가려 애쓴다. 양씨는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든 일에 솔선한다”며 “학벌이나 성별에 상관 없이 후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ㄷ사 이벤트팀 이모씨(24)는 사적인 전화는 사무실에서 일체 받지 않는다. 점심시간에는 선배들이 들어오기 10분 전 자리에 미리 앉아 오후 업무 시작준비를 마친다. 이씨는 “워낙 취업난이 심각한 것을 잘 알고 있어 자발적으로 상사나 선배들에게 잘 하게 된다”며 “취업을 못해서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복장에도 변화가 일었다. 한때 자유복장 출근이 유행한 적이 있지만 최근 정장차림으로 회귀하는 추세다. 지난 6월 삼성패션연구소 조사결과 올해 서울 주요지역 남성 직장인들의 정장차림 비율이 63.1%로 지난해(54.1%)와 지지난해(45.4%)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ㅋ미디어 이모씨(27)는 옷장을 뒤져 정장을 꺼내입기 시작했다. 업무특성상 밤샘이 많아 항상 청바지나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출근했지만 최근 회사에서 트레이닝복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씨는 “외양상 직원들이 느슨한 모습을 보여 좋을 것이 없다는 게 윗분들의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ㅎ사 박모씨(28)는 며칠 전 슬그머니 노란색 머리염색을 지워버렸다. 박씨는 “지나치게 요란한 색깔은 아니지만 모두 몸을 사리는 상황에서 ‘튀어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무게중심이 ‘나’에서 ‘직장’으로 옮겨가면서 자기계발이나 취미활동에도 소홀해지기 십상이다. 인터넷 회사 웹피디 ㅈ씨(30)는 취미로 활동하던 직장인 밴드에서 쫓겨날 형편에 처했다. 연습일자에 4번 연속으로 나가지 못한 탓이다.
예전에는 상사들의 눈치에도 아랑곳 없이 땡! 시계가 울리면 퇴근해 곧바로 연습실로 달려가곤 했지만 요즘엔 사정이 달라졌다. 동료 모두가 눈치를 보는 형편이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회사에 남아 야근을 밥먹듯 하고 있다. ㅈ씨는 “취미활동도 마음놓고 못할 판”이라며 걱정스러워 했다. ㅋ사 서모 과장(30)은 “경제난 때문에, 한동안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던 직장 분위기가 최근들어 팀워크 중시·유대관계 강화 등 옛날식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내부 결속이 강해지는 점도 있지만 젊은 직장인들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창의적으로 일하기 힘들어지는 부정적인 면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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