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뉴스] 취미를 직업으로 만든 사람들…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전국교차로협의회
  • 03.07.25 10:15:51
  • 조회: 764
‘마니아’라고 하면 일단 부정적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다. ‘제 좋아서 하는 거라 말릴 순 없지만, 그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요즘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다가 그것이 직업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꽤 많다. 취미사이트를 운영하다가 아예 창업을 한 사례도 있고 특정제품 동호회의 열성회원이 결국 그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 취직하기도 한다. 취미를 직업으로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셀빅’이준영씨

셀빅의 이준영씨(31)는 셀빅 제품 마니아 모임인 ‘셀비안’의 열성 회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입사까지 하게 됐다. 셀비안은 1999년 자생적으로 생겨난 모임으로 현재 3만4천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마니아 집단이다. 주로 인터넷 홈페이지(www.kcug.net)를 통해 제품정보 등을 교류하지만 오프라인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모임 안에서 ‘진눈깨비’라는 ID로 널리 알려진 이씨는 99년에 셀빅의 PDA제품을 구입했다. 다른 수입 PDA 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이씨는 곧이어 사용자 모임에 가입했고 ‘셀비안 활동’에 적극 나섰다. 게시판에 제품을 소개하거나 타제품과 비교하는 글을 꾸준히 올렸고 문답게시판에는 답글도 빠짐없이 달았다.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여했다. 당시 셀빅 회사측은 제품에 대한 셀비안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셀비안들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곤 했다. 그덕에 이씨는 자연스레 셀빅 직원들과 친분을 쌓게 됐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휴식기를 가지고 있던 이씨는 셀빅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회사쪽에 전달했고, 면접 등을 거친 후 입사하게 됐다. 이씨는 “셀빅 제품에 대한 호감이 없었다면 아마 지원할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일은 사용자 교육, 콜센터 관리, 사용자게시판 관리 등 사용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든 업무. 업무특성상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중요한 만큼 셀비안 활동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요즘에는 이력서를 쓸 때 아르바이트 경력까지 넣을 정도로 개인의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며 “동호회 활동도 열심히 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디노…’김창훈씨

온·오프통합마케팅사 디노커뮤니케이션즈의 김창훈씨(27)는 ‘액션 스크립터’라는 신종 직업을 갖고 있다. 요즘 인터넷을 뒤지다보면 즉석복권·로또를 하거나 ‘너구리’류의 오락을 해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상품을 주는 배너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김씨의 직업은 바로 이 쌍방향 플래시 배너광고의 스크립트를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김씨의 대학 전공은 의류학이다. 학과 선배나 친구들이 대부분 의상디자인이나 섬유 계통에서 일하고 있는 데 비하면 색다른 직업을 선택한 셈이다. 게다가 김씨는 대학 졸업 한학기 전에 일찌감치 입사했다. “다른 친구들이 취업준비하느라 토익공부를 할 때 전 제가 좋아하는 일 덕분에 입사까지 했으니 행운아인 셈”이라고 했다.

김씨가 플래시 제작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98년 군대 휴가 도중 플래시 관련 서적을 접한 뒤부터. 평소 재미있는 게 생기면 그걸 직접 만들어보는 걸 좋아했던 김씨는 제대하자마자 막노동 아르바이트로 컴퓨터부터 샀다. 그때부터 김씨는 독학으로 플래시와 홈페이지 제작 등을 공부했고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처음에는 뭘 좀 배워보려고 가입했지만 나중에는 회원들을 모아놓고 플래시 제작 강좌까지 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1년 후 학교에 복학한 김씨는 우연히 학내 벤처에서 일하게 돼 유아교육사이트를 만드는 작업도 하게 됐다. 2년 넘게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홈페이지를 제작하며 밤을 지새는 ‘이중생활’을 했다. 전공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하자며 디노커뮤니케이션즈에 지원해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하게 됐다.

가수들이 무대를 보면 몸이 근질근질한 것처럼 컴퓨터 앞에 있어야 힘이 난다는 김씨. 그는 “요새는 어느 것 하나만 잘하면 각광받는 시대 아니냐”며 “좋아하는 걸 열심히 파고들어서 다른 사람한테 인정까지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풋존’권우준씨

“여자 친구가 ‘내가 좋아, 운동화가 좋아’라고 물어볼 정도입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운동화전문점 ‘풋존’(Foot Zone)의 매니저 권우준씨(26)는 운동화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갈아신고 다니는 운동화만 15켤레. 운동화 샘플을 방에 쌓아두었다가 고무냄새 때문에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경험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신발부터 살펴보는 게 버릇. 이쯤 되면 여자친구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겠다.

권씨의 운동화에 대한 애정은 무역학을 전공하던 대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평소 운동화에 관심이 많았던 권씨는 수업시간에 ‘나이키’의 경영사례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운동화 연구’를 시작했다.

“학과 친구들이 회계사시험을 공부할 때 저는 운동화 카탈로그와 외국잡지를 뒤적거렸어요. 부모님 몰래 등록금을 투자한 적도 있고요”

외국산 운동화를 구입하거나 살펴보기 위해 거의 매주 이태원을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사기도 많이 당했다. ‘상인들이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나’ 싶어 무역 연감을 뒤져 미국의 운동화 판매상에게 편지를 보냈고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운동화 샘플을 주문했다.

의경으로 군복무를 하면서도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휴가나 외출 때면 명동에 나가 유행을 살피고 외국잡지를 뒤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화를 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이 무렵 한 인터넷사이트에 운동화와 관련된 기사를 써 명예기자로 필명을 날리기도 했다. 권씨는 “운동화를 보면 언제 발매됐고 어떤 식으로 팔릴지 알 정도가 됐어요”라고 말했다.

권씨는 2000년 휴가를 이용해 PC방에 들러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슈즈마스터’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홈페이지(www.sneakersection.co.kr)를 오픈했다. 홈페이지에는 김씨가 현장을 돌아다니며 찍은 운동화 사진이나 새로 나온 운동화 정보를 올리고 운동화에 대한 분석·리뷰기사도 실었다.

권씨는 지난해 미국의 온·오프라인 운동화 판매업체 ‘미스터스포츠’의 송창두 사장을 만나 미스터스포츠 한국 매장인 풋존에서 일하게 됐다. 송사장을 따라 미국에 두달간 머무르면서 미국내 운동화 트렌드를 살펴보는 값진 경험도 했다. ‘항상 서있자’는 것이 권씨의 철칙.

그러다가 쓰러진 적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즐겁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아는 운동화에 대한 지식을 설명하고, 그것이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게 재미있단다.

권씨는 이 분야에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전문성을 갖추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운동화 사업가로 성공하겠다는 포부도 감추지 않는다. 그는 “우리나라에 검사, 변호사는 많지만 운동화 전문가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권씨의 ‘운동화 얘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