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통신] 돈주고 돈사는 세상, 사이버에선 뭐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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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국교차로협의회
  • 03.05.27 10:51:30
  • 조회: 589
클릭 하는 순간 돈은 사이버공간으로 들어간다. 놋쇠거나 동전이었을 돈은 비트로 몸뚱이를 바꿨다.

사이버머니. 만져볼 수는 없지만 사용할 수는 있다. 사이버세상 속 나의 분신인 아바타를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 미니룸(싸이월드에서 제공하는 사이버 방 꾸미기 서비스)의 리노베이션이 가능하고, 한판에 억대가 오가는 포커판에 끼여 맘껏 베팅할 수도 있다. 물건을 사거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이버머니는 그래서 돈이다.

사이버머니는 그러나 돈이 아니다. 현실세계에서는 단 1원의 가치도 없다. 가상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일 뿐이다. 사이버 세계에서는 수천억원대 재벌이라도 컴퓨터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빈털터리가 되고 만다. 사이버머니는 허망한 꿈이다.

사이버머니는 하지만 다시 돈이 되었다. 놀이에 심취한 사람들이 무생물인 사이버머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환율 1백만대 1. 사이버머니 1억원이라 해봤자 현실 속 계산으론 100원에 불과하다. 조족지혈이지만 수조원을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 사이버세계. 1천만원도 클릭 몇번이면 가능하다. 그래서 돈세탁을 하는 범죄까지 발생했다. 위조상품권으로 사이버머니를 사고 그 사이버머니를 다시 돈으로 바꾸면 손쉽게 몇천만원이 손에 들어온다. 분명히 다른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선이 그렇게 허물어지고 있다.

#사이버세상에도 돈은 필요하다

박선하씨(25·대학원생)는 매달 초 현금 1만원을 사이버 지갑에 충전한다. 고가의 가전제품을 사고 친구에게 선물도 한다. 가상공간에서 1만원이면 큰 돈이다. 미니룸을 그리스 해안풍경으로 꾸밀 수도 있다. 형체 없는 사이버 물건에 쓰는 돈이 아깝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박씨는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전환의 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한다. 이번 미니룸 ‘리노베이션’에 든 돈은 1,500원. 싸이월드 통화로는 도토리 15개치다.

사이버 세상에도 돈은 필요하다. 사이버머니가 있으면 화려하게 살 수 있다. 내 마음에 들도록 아바타의 얼굴을 고치는 성형수술을 받고, 화려한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힐 수 있다. 애완동물을 키워도 좋다. 펫친구나 피지파크에서는 레브라토, 병아리, 돼지 등 사이버 애완동물을 무료로 분양해준다. 입양은 무료지만, 방을 꾸미거나 옷을 입히는 등 애완동물을 치장하는 데는 사이버 머니가 필요하다. 투스카니, 그랜저XG 등 자동차를 타고 온라인 레이싱을 즐길 수도 있다. 온라인 로또도 인기를 끄는 아이템. 1,500원을 주고 사이버머니 2만원을 구입하면 10회 게임을 할 수 있다. ‘대박’을 터뜨리면 노트북이나 X박스 게임기 등의 경품이 제공된다.

#사이버시장, 시세, 환율, 인플레

ㄴ업체 포커게임에서 암약하는 한 게이머. ID S****. 등급 신(神). 17,123전 2,902승. 보유금액 3천2백20조원. 현실화폐로 따져도 1천만원대는 된다. 게임의 규칙상 한 사람이 3백조원 이상은 가질 수 없지만 다 헛일. 일부 ‘중독자’들은 주변사람의 정보를 도용해 ID를 만들어 돈을 모은다. 한 게이머는 “지금까지 모은 ID 12개의 용량이 모두 차서 엄마 주민등록증으로 3개를 더 만들었다”며 “지금까지 모은 포커머니가 5천조원이 넘는다”고 했다. 이렇게 모아진 포커머니는 게임방에서 일부러 잃어주는 식으로 ‘수혈’된다.

온라인 아이템 거래시장은 ‘1백3조 16만원에 팜’ 같은 판매공고로 가득하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세는 달라진다. 포커머니와 고스톱머니, 맞고머니 사이의 환율도 제각각이다. 고스톱머니 3만원은 포커머니 2천만원에 해당한다. 게이머들은 “게임업체들이 보너스로 주는 사이버머니의 액수를 경쟁적으로 올리다보니 온라인 ‘인플레’가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하룻밤에 수백억원의 사이버머니가 오가고, 몇조원씩 보유한 ‘재벌’도 등장했다.

아이템 중개시장에서는 게임머니 외에도 상대방의 패를 보여주는 ‘포커뷰’, 주민등록번호를 모아놓은 자료, 해킹 프로그램도 흔하게 거래된다. 거래는 P2P 방식으로, 당사자들끼리의 1대 1 교환으로 이루어진다. 암시장에서는 최신영화, 영어교재, 누드집 등도 거래되고 있다. 사이버머니 200~300원이면 최신영화 한편을 다운받을 수 있다.

#사이버머니가 만드는 다양한 사이버세계

가상현실 커뮤니티 게임 사이트인 ‘오즈(www.oz.co.kr)’는 신분제 사회다. 한 마을에 모여사는 아바타들은 각자 집을 갖고 낚시와 수영을 즐기거나 댄스파티에 참가한다. 이곳에서는 신분이 높을수록 더 좋은 직업, 주택을 얻을 수 있다. 4레벨의 아바타가 사는 집은 3,000원짜리 원룸. 그러나 13레벨에서는 1만2천원짜리 넓은 집을 살 수 있다.

온라인 게임에는 급수가 있다. 고스톱, 포커 같은 성인 게임에서는 하층민, 평민부터 고수, 초인, 신까지 존재한다. 사이버머니의 많고 적음에 따라 급수가 정해진다. 한게임의 경우 포커머니 1천억원 이상이면 초인, 1조원 이상이면 신이 된다. 한판에 수천억원이 오가기도 하여 단판에 초인에서 평민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럴 때 사이버머니의 필요성을 절감, 진짜 돈을 주고 사이버머니를 산다. 프리챌은 ‘은행기능’을 강조한다. 한꺼번에 거액을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액의 돈만 배팅하도록 하고 있다. 프리챌은 하루에 할 수 있는 판수를 제한(50판), 사이버머니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도록 한다.

사이버머니로 모금활동도 한다. 지난 2월 대구지하철 참사 때 일부 게임사이트에서는 사이버머니 헌금을 받아 성금으로 기탁했다. 지난 연말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사이버머니를 모아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기도 했다.

현실에서 가능한 모든 것은 사이버 세상에서도 가능하다. 아바타를 제공하는 포털업체들은 성년의 날, 스승의 날, 여름 계절상품 등 시의적절한 아이템으로 사용자를 유혹한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경우 아바타 관련 매출만 한달에 2천만원 선. 지난 2월부터 아바타를 제공하기 시작한 MSN메신저는 2개월만에 사용자 1백만명을 돌파했다. MSN의 권혜진 실장은 “사용자의 80%가 20대 이상 성인이며 캐주얼 룩보다는 깔끔한 정장 관련 아이템이 더 잘 나간다”고 했다.

최근 해킹을 통해 사이버머니를 확보한 뒤 중개시장에서 현금화하려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사이버문화연구소는 “가상 사회의 재산이 물리적 세계의 실제가치로 교환될 경우 게임 속의 소꿉장난 수준을 떠나 진짜 경제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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