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통신] e-좋은 세상 누비는‘新유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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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국교차로협의회
  • 03.05.24 09:50:10
  • 조회: 555
김태욱씨(33)의 하루는 PDA를 켜는 것으로 시작된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e메일을 확인하고 PDA로 받아둔 조간신문을 읽는다. 네트워크 장비 개발자인 그의 직장은 서울 강남역. 시간이 남으면 IT 관련서적을 읽는다. 역시 PDA로 받아둔 전자책이다.

잠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MP3 플레이어를 켠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요즘은 외국어 실력이 중요한 시대라 영어회화 파일을 다운받아 듣고 있다. 왼쪽 주머니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들어 있다. MP3 플레이어와 디카, 이 둘만 있으면 종이도 연필도 필요 없다.

지하철 노선도부터 최신제품 설명서까지 모두 디카로 찍어두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MP3 플레이어의 녹음 기능을 이용해 그때그때 기록해둔다. 프리젠테이션 자료가 많아질 때는 메모리스틱을 이용한다. 목침만한 대형 사전도 손가락 크기의 메모리 스틱이면 충분하다. 그에게 장소는 의미가 없다. 첨단장비와 디지털 마인드로 무장한 신인류(新人類). 우리는 그들을 ‘디지털 노마드’라 부른다.

◇디지털 노마드란

휴대폰, 노트북, PDA 등 첨단 디지털 장비로 무장한 채 자유롭게 떠도는 21세기형 유목민. 유목민을 뜻하는 라틴어 ‘노마드’와 디지털이 만났다. 컴퓨터·컨설팅·투자 업체 종사자나 첨단장비에 민감한 학생 등이 이 트렌드를 선도한다. 디지털 장비 덕에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 외부와의 접촉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들은 일정한 직업과 주소에 얽매이지 않고 돌아다니는 ‘유목민 성향’을 드러낸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동호회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걸어가며 휴대폰으로 e메일을 확인한다. 학교 잔디밭에 엎드린 채 인터넷 뱅킹으로 수업료를 납부하고, 무선 인터넷의 길찾기 서비스나 자동차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모르는 길을 찾아간다. PDA를 이용해 영업을 하는 홍성범씨(32)는 “일정과 고객관리는 물론 거래처의 위치도 전자지도로 파악해 이동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용 차세대 정보제공 서비스인 텔레매틱스가 본격화하면, 자동차 안에 앉아 인터넷으로 영화를 감상하고 쇼핑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여년 전, “미래의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라고 한 미디어학자 마셜 맥루한의 예언이 실현되는 셈이다.

◇라이프스타일

게임 개발자인 안정혜씨(28·여)는 사람을 만날 때 무선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카페를 찾는다. 기다리는 동안 노트북을 꺼내 메신저로 채팅을 한다. 요즘은 디지털카메라 동호회 활동에 취미를 붙여 매일 밤 사진을 올리고 ‘댓글’을 다는 재미에 푹 빠졌다. 문성현씨(26)는 온라인으로 반찬을 주문하고 MP3 플레이어를 들으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탄다. 운동 후 캔맥주 한 잔을 좋아한다는 그는 “속도감과 자유가 좋다”면서 “남의 눈 신경쓰지 않고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산다”고 말했다.

‘이동성’을 중시하는 디지털 노마드는 간편하고 빠른 것을 좋아한다. 지난해 9월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첨단 노마드족들이 바쁘게 활동하면서 자유와 개방, 홀가분하고 쾌적한 삶을 추구하는 소비행태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신용카드 확산, 퀵서비스·택배업의 인기, 테이크아웃 음식점의 빠른 성장, 휴대전화 판매량의 급증 등이 지표로 꼽혔다. 또 이들은 최신 기술정보에 민감하다. 최신 디지털기기 체험기가 올라오는 얼리어답터 사이트는 디지털 노마드들의 댓글과 질문으로 가득하다.

이들 현대판 유목민은 한 지역, 한 업종에 매달려 사는 것을 거부한다. 회사에 목숨을 거는 대신 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분석하고 그것을 이용한다. 독일 미래학자 군둘라 엥리슈는 ‘잡 노마드’라는 개념을 들어 한 사람이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는 양상을 짚어냈다.

◇노마드를 잡아라

‘이동성’을 겨냥한 첨단제품들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휴대폰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물론 노트북·PDA 사용자를 위한 무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도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노트북에 무선 랜 카드만 장착하면 선 없이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핫스팟’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KT의 경우 대학·패스트푸드점·지하철역 등 전국 8,600여곳에 ‘핫스팟’을 세웠다. 연말까지 가입자 1백16만명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다.

디지털 노마드의 눈길을 끌기 위한 판매전략도 눈에 띈다. ‘노마드’라는 이름의 MP3 플레이어가 나오는가 하면 그들을 겨냥한 여행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 몽골 전문 여행사에서는 몽골 고원에서 디지털 장비로 무장한 채 천막을 치고 야영하는 체험 패키지를 준비중이다.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 노마드’의 저자 손관영씨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면서 삶의 방식과 트렌드가 불가피하게 변했다”고 지적했다. 토지·노동·자본 등의 유형자산 대신 지식·기술·정보 같은 무형자산이 대접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수천년간 변방세력으로 푸대접받던 유목민. 디지털 시대의 유목민은 이제 변화를 선도하는 창조적인 신인류로 각광 받고 있다.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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