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통신] [신세대 신풍속] 신주류로 뜨는 ‘찰칵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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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국교차로협의회
  • 03.05.09 11:34:28
  • 조회: 595
요즘 웬만한 것은 구구절절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모든 이야기를 사진 한 컷으로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을 다 썼으니 새로 사다달라”는 아내의 심부름에 “어떤 화장품인데?”하고 묻는 대신 화장품 케이스를 휴대폰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로 찰칵 찍어 상점으로 달려간다. 놀랄 만한 현상속도를 보여주는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이 일상으로 들어온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시작된 영상물의 유행은 일상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한다.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온갖 삶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여중생 사망사고로 인한 시위도 네티즌이 시위현장을 찍은 사진을 전파시켰기 때문에 대규모 촛불시위로까지 번질 수 있었다. 누구나 기자가 됐던 셈이다. 굳이 무거운 주제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소소한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영상물과 함께 하고 있다.

‘디카족’ 김윤희씨(22·대학생)는 사진을 이용해 일기를 쓴다. 하루에 찍었던 사진 중 인상적이었던 것을 골라 글을 덧붙인 후 홈페이지에 올리는 식이다. 비밀 노트를 만들고 몰래 사연을 쓰는 일기는 중학교때 이후로 써 본 적이 없다. 김씨는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생생하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다”며 영상일기를 예찬한다.

사소한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면서, 젊은이들은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을 글 대신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비오는 날의 느낌은 비 사진 한 장과 ‘비 온다. 구리다’는 식의 한마디로 압축한다. 대표적 디지털 카메라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 ‘점심식사로 먹은 낙지’ ‘치과에서 뺀 사랑니’ 등 도무지 알 수 없는 사진들이 올라오는 것도 일상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영상물들은 댓글(답글)을 통해서 의사소통의 형태로 자리잡는다. 각 사이트의 갤러리마다 올려져 있는 사진에는 댓글이 달린다. ‘대단하오’ 같은 격려나 ‘ㅋㅋㅋ…’ 같이 짧은 웃음 등이다. 한 사진당 수십개의 댓글은 기본이다. 댓글은 익명의 사람들이 사진으로 표현된 이야기에 대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민선희씨(28·회사원)는 “사진 하나에 많은 리플이 달리면 ‘내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구나. 사랑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이 인기를 끌듯이, 사진도 재미있고 엽기적인 것이 주목을 끈다. 디시인사이드 안에서 ‘엽기갤러리’가 가장 인기있는 사이트로 뜨게 된 것은 그런 이유다.

재미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카메라 동호회는 ‘출사’라는 정기모임도 갖는다. 회원들 여럿이 사진찍기에 알맞은 장소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고궁이나 공원 같은 전통적인 장소가 될 수도 있지만, 찜질방이나 클럽 등 사진 촬영이 금지된 장소가 되기도 한다. 촬영이 금지된 장소에서는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한다. 디지털 카메라의 세계에서 ‘금지된 구역’은 없는 셈이다.

사진기를 바꿈으로써 새로운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이들도 많다. 색감에서 미세한 차이가 나는 서로 다른 카메라 여러대를 구입해 개성을 연출한다. 이 과정에서 디카족들이 ‘로모’ 같은 아날로그 카메라에 빠지기도 한다. 아날로그 카메라는 풍부한 색감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개성있는 사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주도한 영상문화는 아날로그로 인해 깊이를 더하게 된다.

아날로그 카메라를 이용해도 스캐너를 이용해 사진을 온라인 갤러리에 올리기 때문에 ‘아카족’ 역시 영상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디카족과 다르지 않다.

디지털이 주도한 영상문화를 통해 젊은이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공유하는 문화인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개인화되고 소원해지는 현대사회의 인간관계를 가깝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고, 사람의 사고를 정체시킬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그러나 ‘영상’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새로운 문화는 이미 시대의 코드로 자리잡았다. 당분간 영상문화는 새로운 하위문화를 만들면서 확대될 것이다.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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