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열린마당] 직장인들의 집들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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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국교차로협의회
  • 03.03.31 09:49:48
  • 조회: 600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부정기적으로 찾아오는 ‘행사’가 있다. 깨가 쏟아지는 신혼집 풍경을 살펴보거나, 큰 집으로 이사간 동료를 축하하기 위해 갖게 되는 집들이다. 일로 만나 친구처럼 지내게 된 직장동료들에게 사는 속내를 내보이는 집들이, 직장인들의 경험담을 모아봤다.

#시루떡의 기쁨
맞벌이 부부로 결혼 3년 만에 조그만 아파트 하나를 마련했다. 우리 부부의 노력이 묻어나는 새로운 보금자리에 소중한 분들을 모시게 됐다. 일류 요리는 아니지만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과 함께 하나씩 풀어 놓는 덕담에 웃음 보따리가 터져나왔다. 내 집을 갖게됐다는 기쁨도 있겠지만 사람들과 나누는 소박한 즐거움이 이런 것 아닌가 싶었다. 그날 앞집, 옆집은 물론 내가 자주 찾을 슈퍼마켓, 세탁소, 미용실에 시루떡 한 조각씩을 돌렸다. 소박하지만 아주 커다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사람들을 내 집에 맞아들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음식도 하나하나 만들어야 하고, 손님들이 가시면 집청소도 해야하고, 귀찮은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러나 고단하지만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삶의 기쁨이었다. /ㅈ사 최경희씨

#인근 음식점서 간단히 치러
결혼했다는 사실을 실감케 하는 것은 친구들의 안부 인사와 함께 시작하는 “집들이 언제 하니”라는 협박(?)아닌 협박이었다. 주변에 물어보니 요즘은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경우가 거의 없고, 맛있는 음식점에서 식사대접을 한 뒤 집에서는 차나 과일을 대접한다고 했다. 연차를 낼까, 반차를 낼까 고민하던 나는 신세대식으로 간편하게 치르기로 했다.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대신 집에서는 디저트를 정성스레 대접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운 것. 다양한 조각 케이크와 평소 흔하게 마실 수 없는 차, 그리고 솜씨부려 깎아 내 놓는 제철 과일이면 새댁으로서 손색이 없을 듯했다. 나중에 베테랑 주부가 되면 나의 화려한 요리 솜씨를 보여주리라 기약하며 e메일로 친구들에게 미뤄왔던 집들이 초대장을 보냈다. /NHN 채희경 대리

#편히 쉬고 싶은 신혼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사랑하는 신부의 얼굴을 보고 정말 ‘알콩달콩’ 지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는데, 본가·처가를 오가며 인사하고 주변의 도움주셨던 분들을 찾아 인사드리는 일로만 두달이 훌쩍 지났다. 꿈만 같을 것 같았던 주말은 없고 결혼 3달째 되니 집들이 안한다고 난리였다. 누가 신혼이 아름답다고 했을까. 우리나라는 격식 자체가 너무 많다. 물론 남들 다 하는 것이라 우리 부부도 다 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그런 것들이 흥미있고 재미있었다고 기억되지 않는다. 강요된 집들이보다는 가장 행복해야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신혼에 대한 진정한 축하가 아닐까 한다. /ㅎ사 ㅇ씨

#상사 눈치보는 자리(?)
사회 나와서 사귄 직장 동료들은 학창시절 친구들과는 어쩐지 다르게 느껴진다. 한번은 직장동료의 집들이 때 일이다. 처음 가는 집들이라 긴장도 하고, 평소 특별한 친분도 없어서 대충 인사치레만 하고 빨리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식사를 하고 술잔이 돌다보니 갑자기 부장이 ‘군기모드(?)’로 돌변했다. “이왕 다 같이 왔으니 갈 때도 같이가자”는 등 장소만 사무실에서 집들이 집으로 바뀌어 편안하게 있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술판 끝에 고스톱판이 벌어졌다. 고스톱을 안좋아하는 터라 옆에서 구경만 하려는데 부장이 “고스톱도 사회생활의 일부인데 그런 것도 못하면 생활하기 힘들다”면서 핀잔을 줬다. 사회 나와 처음으로 직장동료 집들이를 갔는데, 남을 축하하러 간 자리가 부장 눈치나 보며 시중을 드는 자리로 변해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ㄴ사 ㅇ씨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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