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기러기 아빠 애환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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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국교차로협의회
  • 02.11.18 09:10:39
  • 조회: 720
“처음에는 술이 약간 들어가면 폭음을 하게 됐어요. 지금은 자제가 되는 편이죠. 강하게 살아야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해 될 수 있으면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합니다. 쉬는 날도 식사는 거르지 않고, 술도 요일을 정해 놓고 먹습니다. 하루빨리 가족이 한데 모일 날만 바라보고 있어요”
직장인 김모씨(42)는 최근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심해 ‘기러기아빠’ 생활을 견디기 힘든 데다 교육문제 때문에 아이들을 다시 한국으로 불러들일 자신이 없어 40대의 모험을 감행했다.

몇 년 전만 해도 교수·의사·대기업 임원 등 해외파나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많았던 기러기아빠들이 요즘은 직급이나 직장과 상관없이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됐다. 직장에 따라서는 직원의 10%이상이 기러기아빠인 곳도 흔하다. 이중에는 김씨처럼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아예 이민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60~70년대 ‘우골탑(牛骨塔)’이 교육열을 상징했던 단어라면 21세기에는 단연 ‘기러기아빠’일 것이다. 입시경쟁이 워낙 치열해 학원이나 과외수업을 받아도 ‘좋은 대학’에 간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그 비용이면 차라리 해외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현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세태가 기러기아빠를 양산하는 것.

직장 내에서 한창 중견간부로 일하는 이들이 기러기아빠로 생활하다보니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내가 늘 챙겨주던 식사부터 각종 공과금까지 혼자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외로움. 한 제조업체의 ㅇ차장(43)은 요즘 “일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ㅇ차장은 가족에 대한 향수를 잊기 위해 바쁜 직장생활을 택한 것. “집에 가야 아무도 없어 쓸쓸함만 더해지지요. 매번 술을 마셨는데 이래선 안되겠다싶어 요즘은 바쁘게 살려고 해요. 새벽에 학원에서 영어회화를 배우고, 밤늦게까지 야근을 자청하기가 일쑤죠. 정신없이 공부하고, 일하다보면 이 땅에 나만 혼자 남았다는 생각이 조금은 잊혀집니다”

그러나 외로움보다 현실적으로 더 큰 문제는 돈. 자녀의 미래 하나만 보고 유학을 보낸 기러기아빠들은 비용부담에 늘 허덕이곤 한다. 월급의 대부분을 보내고, 집을 팔거나 이직 등을 통해 유학비용을 충당한다. 미국 LA로 아내와 두 아이를 보낸 ㅂ씨(44)는 승진과 안정이 보장된 직장을 그만두고 한 벤처기업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내와 아이 생활비, 교육비 등으로 한달에 최소한 4백만원은 보내줘야 하는데, 3백만원 남짓한 월급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했죠. 15년 넘게 다니던 직장이지만 개인적인 출세보다는 자식들의 미래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죠”

이들 기러기아빠들에게 인터넷은 필수. 가족들과 매일 e메일을 교환하고 채팅을 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다음카페 등에 기러기아빠 모임은 물론 얼마 전에는 기러기아빠 사이트(www.goosedaddy.co.kr)까지 생겼다. 이곳에서 가족들과 정을 나누거나, 경험담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자녀의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실 기러기아빠들은 대부분 직장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부·차장급들이 많은 편이다. 이들이 가족들의 든든한 내조를 업고 임원이나 사장으로 성공하는 것 대신 기러기아빠를 자청한 것은 “내 자식은 아버지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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