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똑같은건 재미가 없잖아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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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유성
  • 02.10.29 11:03:36
  • 조회: 736
225 아주 특별한 선물
말도 없고 숫기도 없는 만경이라는 친구가 우리 가게에 자주 오는 여자를 혼자 속으로 좋아한 일이 있다. 그 여자의 생일이 다가오자 선물을 해야겠다고 했다. 물론 선물을 하고 싶어 마음은 굴뚝 같았겠지만 그럴 돈이 없다는 걸 빤히 아는 나는 ‘쟤가 과연 어떤 선물을 할까?’ 궁금했었다. 어느 날 같이 어딜 다녀오다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과일 파는 아저씨를 보게 되었다. 그 당시는 과일을 사면 타임지 등의 외국잡지로 만든 봉투에 담아 줬었는데 그 봉투 중 하나를 보더니 만경이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형, 잘 하면 주지 않을까?”
“말 잘 하면 주지 않을까?”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다가가는 순간 과일장수 아저씨는 무심히 만경이가 눈독 들인 바로 그 봉투에 과일을 담아 어떤 아주머니에게 건넸다. 당황한 만경이가 어쩔 줄 몰라하는 동안 그 아주머니는 멀어져 갔고, 만경이는 그 아주머니 뒤를 졸졸 따라갔다. 나중에 들으니 아주머니가 아현동 꼭대기의 자기 집에 들어갈 때까지도 말을 꺼내지 못했고 한참 그 집 앞에 서 있다가 초인종을 눌렀단다.
“저, 아까 사과 사올 때 받으신 종이봉투요, 버릴 거면 저한테 주시면 안 될까요?”
아주머니가 아무 말 없이 주더라고 했다. 그걸 받아온 만경이는 그림을 곱게 오려서 다리미로 다린 다음 가게에 있던 액자에 넣어 그 여자의 생일 때 선물했다.

226 화투점도 젊게
화투패로 점을 쳐 본 적 있다. 1월은 손님이고 2월은 님이고, 3월은 산책 등등 …. 이제 이것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던 시대에 만든 거라서 구식이다. 젊게 고치자면 내 생각은 이렇다. 1월 나이트, 2월 외박, 3월 오입, 4월 2차, 6월 미팅, 7월 벌금딱지, 8월 대박 … 등등으로 바꾸어 해보는 거다.

227 가격인상은 손님 투표로
내가 자주 가는 식당에서 음식값을 500원씩 올리고 싶어했다. 물가가 점점 올라 값을 올려야 타산이 맞는단다. 나는 손님들이 투표로 결정하게 하라고 했다.
“여러분도 잘 아다시피 이런저런 사정으로 값을 500원 올려야겠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올리겠다는 건 아닙니다. 대신 우리 식당에 나이 60이 넘은 분이 오시면 몇 명이 되더라도 값을 500원씩 덜 받겠습니다. 찬성하면 0표 반대하면 ×표를 해주십시오.”
모조지에 유성펜으로 써 놓고 준비까지 다 했는데 정작 투표는 못했다. 왜? 갑자기 경제가 어려워 지는 바람에 값을 올리기는커녕 그 값 그대로 받아도 손님이 줄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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