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축의금, 난 얼마짜리 친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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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국교차로협의회
  • 02.10.22 09:17:44
  • 조회: 809
가을을 맞아 여기저기서 결혼 소식이 들린다. 친한 친구부터 직장동료, 친척들. 그때마다 대부분 사람들은 축의금을 담은 봉투를 건넨다. 때로는 기쁜 마음으로, 때로는 의례적으로. 본래 ‘행복하게 잘 살라’는 마음을 담아 건네던 축의금이 대부분의 경우 나중에 돌려받을 ‘보험’처럼 의미가 퇴색된 것도 사실이다. 직장인들은 축의금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 세금고지서로 인식되지 않기를

1996년 어느날 아버지께서 당시 30살, 27살된 두 오빠들과 24살의 나를 불러다 놓으시고 “1년 안에 누구든 결혼을 해야 한다”는 폭탄선언을 하셨다.
이유인즉 이듬해에 아버지께서 퇴직을 하시기 때문에 이전에 평생 투자(?)해오신 축의금을 대부분 상환(?)받기 위해 그 전에 결혼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여자친구가 있던 작은오빠가 이듬해 1월에 결혼했다. 이런 일은 우리집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결혼식은 그저 가족, 친척, 친구들과 직장동료들이 많이 와 내가 결혼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것이다.
그런데 힘들 것 같다. 부모님께서는 내 결혼식을 위해 몇십 년 동안 보험금이라도 내듯 많은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오셨기 때문에 ‘만기’가 되어 찾을 것을 선뜻 포기하지 않으실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내 결혼청첩장이 ‘축의금 납입통지서’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ㅎ사 ㅇ대리


# 축하할 일도 돈으로 등급을 매겨야 하나

세상에는 다른 축하할 일도 많은데 대부분 결혼식 때 축의금을 많이 내는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축의금을 냈던 것은 22살때 선배 결혼식이었다. 그때는 별 생각없이 주머니 돈을 조금 털어서 냈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결혼식을 갈 때마다 고민이 있다.
얼마를 낼 것인가 하는 것. 그래서 나름대로 기준을 마련했다. 굉장히 친한 친구는 10만원 정도, 그냥 조금 친하면 5만원정도, 알고 지내기는 하지만 그리 가깝지 않은 사람은 3만원 정도. 한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 친구가 대뜸 이렇게 물었다. “그럼 나는 얼마짜리야?”. 축의금의 규모로 얼마짜리 친구인지 매겨지는 세상이라니. 어느새 축하할 일마저 돈으로 등급을 매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낸 축의금은 언제 거둬들이나…. /ㄱ사 ㅂ팀장


# 결혼부담 상당히 덜어줘

결혼준비에는 생각외로 목돈이 정말 많이 든다. 처음에 예산을 잡고 어떻게 쓸 것인지 계획을 세우지만 워낙 큰일이다보니 이것저것 예산외로 나가는 비용이 만만찮다. 사실 결혼을 하는 당사자나 가족들에게 축의금은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내 경우도 축의금으로 결혼식 당일 비용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어 부담을 덜었다.
또 외국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터라 친구들이 전해준 축의금으로 현지에서 필요한 신혼살림을 사는 데 유용하게 썼다. 하지만 요즘은 축의금이 본래의 의미를 잃어가는 것 같다. 양가 부모님이 퇴직하기 전에 자녀들 혼사를 치르게 하고, 인터넷으로까지 축의금을 받는 경우가 있다 하니 조금은 씁쓸해진다. /ㅇ사 ㅈ대리


# 돈으로 찌든 결혼식 안됐으면

아직까지는 부모님이 나보다 더욱 결혼식에 자주 가신다. 한달평균 6~7건 정도. 언젠가 부모님께 물었다. “내 결혼식에 와서 돈만 내고 밥만 먹고 가버리는 사람들이 오는 것은 나도 싫은데, 가깝지도 않은 사람들 결혼식에 왜 다 가려고 하세요”. 대답인즉 “지금까지 들인 돈이 얼마인데 그런 소리 하냐, 나중에 결혼해 보면 다 이해하게 된다”였다.
어느덧 결혼적령기라 불리는 나이가 됐다. 돈으로 찌들지 않은 결혼식. 참석한 사람들의 진실된 축복을 받는 아름다운 결혼식을 꿈꿨던 나는 이제 조금씩 세상 사람들의 평범한 결혼식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남들 하는 대로 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는 것을. 이 논리를 끝까지 거부하고 싶다. /ㅍ사 ㅇ씨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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