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이럴때는 양심의 휘파람을 부세요”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전국교차로협의회
  • 02.10.08 09:34:19
  • 조회: 905
은행 창구에서 누군가가 부탁을 받고 부당한 대출을 노린다면 메모해두자. 상사의 압력이 들어오면 복무규정을 되뇌라.
하도급이나 납품 비리, 장부 조작 등 부당한 모든 것을 주시하자. 식품을 만드는데 몸에 해로운 성분이 들어간다면 남의 일처럼 뒷짐만 질 것인가. 용감히 ‘휘슬’(whistle)을 불어 폭로하라. 빤히 보이는 부조리. 눈감아 버릴 것인가, 똑바로 알릴 것인가. 모른 척하면 탈없이 지낼 수 있지만 마음이 찜찜하다. 곧이곧대로 폭로하는 게 옳긴 하지만 그랬다가 두고두고 찍힐지도 모른다.

사내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얼마전 투명치 못한 회계 끝에 파산한 엔론·월드컴 등 미국의 유수 기업들에서는 양심적인 직원들이 먼저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시끄럽다”며 묵살했다. 결국 비리가 외부로 알려졌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 꼴이 됐다. 우리나라에도 자체 내부고발제도를 갖춘 회사들이 있다. 특히 돈을 만지는 금융권에 사고가 상대적으로 잦은 법. 그만큼 신고제도도 잘 마련돼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법·규정에 위반한 상사의 부당한 지시나 업무처리, 은행 손실이 예상되는 정보, 부실 가능성 있는 여신 취급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토록 한다. 방법은 사내 인터넷의 ‘핫라인’을 비롯, 무인응답 전화와 엽서, 특별검사팀장 휴대폰 및 설문조사 등이 있다. 일부 은행은 개인 비리 이외에 성희롱을 고발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지난해 한 은행 지점에서 성희롱을 당한 여직원이 신고를 했다. 가해자인 상사는 금전 비리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대기발령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자신을 지키고 회사를 지키는 길은 용감히 외치는 일이다. 양심적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해주지 않는 한 정의는 묻히고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경영진도 내부의 소리에 먼저 귀기울여야 파국을 막는다.
업체에 따라선 제도 자체가 없거나 형식적인 경우도 많다. 최근 전경련에서 매출액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49.7%가 윤리헌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내부고발·신고제도’를 운용하는 곳은 38.6%에 그쳤다.

아직 양심껏 휘슬을 불기엔 두렵다. 실제로 폭로했다가 회사에서 쫓겨나고 소송까지 당한 사람이 대다수다. 철도 차량 문제를 제기한 황모씨와 학교 비리를 알린 김모 교사는 법정에 서야 했다. 3년전 정모씨(39)는 납품비리 의혹을 내부고발했다가 다니던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찍혀 직장에서도 쫓겨났다. 정씨는 “무기명 고발은 받아주지도 않고 실명으로 하도록 한 것은 아예 고발 자체를 힘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한다고 말은 하지만 고발자가 누군지 알아낸 뒤 눈치를 주고 불이익을 준다”며 “현실적으로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장치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비리를 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민은행 준법감시팀 원경욱 차장은 “내부고발에 대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고발자가 피해를 보게 돼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진다”고 밝혔다.
내부고발센터를 운영하는 이지문씨(34)는 “공익을 위해 고발을 했다가 아무런 보호도 못 받고 거액의 소송을 당하기 십상”이라며 “부패방지법에 공직자뿐 아니라 기업체 직원을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