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수재아픔 이겨낸 고향의 힘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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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국교차로협의회
  • 02.10.02 09:59:22
  • 조회: 651
그날 우리는 고속도로에 개미떼처럼 늘어서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자석에 끌린 듯 저마다의 방향으로 향했다. ‘회귀본능’. 막히는 길에 짜증을 냈다가도 어머니를 떠올리며 이내 미소를 머금었다. 돌아서 그리움의 눈물을 남몰래 흘린 사람들. 수해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고향의 힘’을 배우고 돌아온 이들의 추석 뒷얘기를 전한다.

#꿋꿋한 수재민들 보며 용기 얻어

내 고향은 ‘수해특별지역’으로 선포돼 추석을 맞고 있었다. 시내 대부분은 복구가 완료되었고, 침수가 심한 지역이나 완전 붕괴된 가옥 복구는 채 끝나지 않았다. 컨테이너 몇개씩 모여서 같이 지내는 수재민들도 차창 밖으로 보였다. 크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사항이라 따뜻한 말 한마디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집은 피해가 없었지만, 주변 친척 분들은 피해를 입으셨다. 조그마한 정부 보상금으로는 피해액에 턱도 없이 모자란다. 하지만 웃으며 다시 시작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용기가 가슴 속에서 생겨나는 것 같다. /KMTC 이덕수씨

#회귀본능, “감 잡았어”

그동안 내게 고향이란 그저 누가 묻거나 혹은 본적란을 기입할 때 외우고 있었던 주소 정도의 의미였다. 어릴 때 ‘이렇게 먼길을 왜 굳이 찾아갈까’라는 짜증까지 났다.
글쎄, 나도 나이가 든 걸까. 이번엔 좀 다른 느낌이었다. 반가워하시며 옛일을 반추해 내시는 어른들을 뵈며 푸근한 마음이 드는 게 아닌가. ‘추석 고향 나들이’가 사람 사는 훈훈한 이야기로 다가오다니 제법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끝없을 것이란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대한투신증권 이나리씨

#엄마가 차린 따뜻한 밥

객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명절은 특별한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한 날이다. 하루 업무를 마치고 돌아가도, 집은 항상 불이 꺼져있고 사람이 있었던 온기를 느낄 수 없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지만, 가족들이 나를 기다려줬으면 하는 바람 또한 크다. 명절에 집에 가면 무엇보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10년 가까이 객지생활한 딸이 안쓰러운지 엄마가 식탁에 올리는 음식에 신경을 써주신다. 집에서 엄마가 만든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작은 행복이다. /프리챌 윤민홍 대리

#돌아서자 그리운 부모님

고향에만 가면 응석받이가 된다. 나도 이제는 사회생활 4년차 커리어우먼이지만 고향집 부모님만 만나면 왜 이렇게 변하는지 모르겠다. 집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점점 늙어만 가는 부모님 모습이 서울로 오는 내내 한시도 사라지지 않았다. ‘휴~ 이제 자주 내려가 찾아 뵈어야지’. 하지만 분명 한달만 지나면 일상에 파묻혀 또 잠시 잊고 살다가 다음 명절에 또다시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늘 그렇게 지켜봐준 부모님의 사랑이 오늘따라 그립기만 하다. /유한킴벌리 김주영씨

#부모님 걱정에 귀경전쟁도 ‘잠깐’

서울 생활 첫해. 귀성전쟁도 난생 처음이다. 몇 달새 부모님은 많이 여위어 계셨다. 막내아들 장가 보내야 한다며 칠순이 다된 노인이 아직도 농사를 짓고 있다니…. 올해는 수해까지 겹쳐 농삿일은 몇배 더 힘들어 보였다. 형님들과 팔을 걷어붙이고 사흘 내내 일을 도왔지만, 부모님을 그야말로 며칠 거드는 것밖에 안된다.
내가 결혼할 때까지는 농삿일을 계속하신다니 결혼도 한번 고려해볼 일이다. 올라오는 길은 무거운 마음에 발걸음이 잘 떼이지 않았다. 외딴집, 부모님이 혹시라도 어떻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8시간 지루한 귀경길이 금방 끝났다. /재미창조 문철희씨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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