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똑같은건 재미가 없잖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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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유성
  • 02.09.10 09:33:59
  • 조회: 737
206 이런 게 멋진 카피다

문화방송 구내서점에서 어느 회사원이 쓴 책을 뒤적이다가 이런 내용을 보았다. 매일밤 주택가에 주차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저녁에 나와서 자기 집 앞에 다른 차 세울까봐 나와서 지키고 있단다. 다른 차 못 세우게 쓰레기통을 갖다놓는다. 의자를 내놓는다, 아이를 시켜서 감시하게 한다, 주차금지 팻말을 만들어 놓는다… 전쟁이 따로 없다. 심한 경우는 자기 집 앞에 딴 차가 서있으면 밤에 몰래 펑크를 내 놓거나 운전석 앞 유리에 달걀을 깨트려 문질러 놓기도 한단다.

그런데 그 회사원은 그런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했단다. 주차금지라고 써놓지 않고 바닥에 ‘헌차 버리는 곳’이라고 써 놓았더니 아무도 차를 세우지 않더라는 거다. 나중에 어떤 놈이 진짜 헌차를 버리고 간 사소한(!) 일을 빼면 정말 효과 만점이었던 거다. 이렇게 남들 생각의 허를 찌르는 것, 효과적인 작명이나 카피로 이보다 좋은 건 없다. (그 책을 그때 샀어야 하는 건데! 책이란 게 워낙 많이 쏟아져 나오니까 나중에 사야지 하면 늦는다. 단골서점 확보하여 외상거래 터놓자! PS: 위의 책을 갖고 계신 분이나 제목을 알고 계신 분은 02-736-1940으로 연락 바랍니다.)

새로운 말로 시선을 끌려는 노력은 중단없이 계속된다. 닭집을 보면 예전에 그냥 ‘닭’ 하던 데서 ‘토종닭’으로, 다음엔 ‘촌닭’으로 바뀌더니 이젠 ‘들닭’으로까지 바뀌고 있다. 암소고기집도 하도 모두들 암소, 암소 하니까 그걸로는 약해서 ‘처녀소집’이라고 간판을 건 집도 있다. 사람도 처녀가 점점 줄어서 처녀귀신도 귀하다던데!
옥천인가 어딘가를 가는데 ‘동네 개 잡은 집’이란 보신탕집도 있었다. 걸작은 마포를 지나가다가 본 이발소 광고 문구다. ‘이발도 예술이다. 작업진 전원 교체!’
광고지를 돌리러 구포 시장을 한바퀴 돈 적이 있는데 나는 그때 정말 IMF가 뭔지 실감했다. 미친세일, 주인이 돌았어요 세일, 눈물의 세일, 부도세일, 자살세일, 병의별 문구가 다 나왔는데 어떤 옷파는 좌판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길래 가 보니, 그 사람의 침통한 말이 정말 보는 이들을 눈물겹게 만드는 거야.

“사장님이 죽었어예. 사장님이 죽었어예. 사장님이 죽었어예….”
이 말만 계속 반복하는데 어찌 눈물이 앞을 가리지 않을쏘냐!
경기도 탄현에서는 아파트가 싸다는 훌륭한 문구를 발견했다.
“전세는 왜 살아!”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내 눈엔 왜 맨날 이런 것만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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