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세상엔 공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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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유성
  • 02.02.25 10:40:44
  • 조회: 702
129 실패한 얘기도 책이 된다
어느 날 이대 앞에서 신촌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한 청년이 내게 다가오면서 말을 걸었다.
“전유성 씨, 혹시 8년 전에 구두끈 묶다가 누구 때린 적 없습니까? 그때 맞은 사람이 바로 접니다. 반갑네요.”
세월이 지나면 이렇게 때린 사람도 반가워지는 모양이다. 누구를 제일 처음 때렸나를 생각해 보자. 누구에게 무슨 일로 처음 맞았나도 생각해 보자. 여기서 조금 발전시켜, 살아오면서 내가 제일 비겁했을 때는 언제였던가를 반성해 보자. 돈이 없어서 서러웠을 때는 어쨌는지, 또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적어 보자. 여러 사람의 이런 글들을 모아 책을 만들어도 될 거다. ‘내가 제일 비겁했을 때’라는 제목을 달고. 또 살다 보면 얼마나 욕해 버리고 싶은 놈들이 많으냐? 실명으로 욕해 주고 그 욕을 기록으로 한번 남겨 보는 책 누가 안 만드냐?

이런 책 제목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야 한다.

- 시민 백명이 말하는 내가 비겁했을 때
- 여학생 백명이 말하는 내가 누구를 패주고 싶었을 때
- 회사원 백명이 말하는 욕해 주고 싶은 놈
- 백수들이 털어놓는 내가 가장 쪽팔렸을 때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의 기쁨만 맛보려고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주위를 돌아보면 의외로 실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실패한 사람들의 가슴 아픈 게 보통사람들에게 더 공감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책 속에 진정한 교훈이 담길 수 있는 거다. 우리는 꼴찌에게 너무 무심하고 일등에게 너무 관대한 것은 아닌지!

130 이름없는 꽃이 어디 있어?
남원 쪽에 ‘환타지’라는 데가 있다. 내가 가본 카페 중에서 꽃이 제일로 많은, 멋진 곳이다. 한옥을 아주 이쁘게 개조해서 마당에는 야생화들을 쭈욱 심어 놨는데 너무너무 괜찮았다. 분위기가 좋아서 여러 번 내려갔는데 남원 가는 사람들은 한번쯤 꼭 들러볼 만한 괜찮은 곳이다.
이 집 마당에서 아주 잘 대접받고 있는 야생화들을 보노라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글을 쓸 적에 ‘이름 모를 꽃’이라고 많이들 쓰는데 사실 알고 보면 이름이 다 있다. 옛날 가난했던 민초들도 개똥이나 쇠똥이, 돌쇠, 간난이, 곱단이 등 저마다 이름이 있었듯이.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인 거다. 그래서 야생화 연구하고 찾으러 다니는 사람들은 이 말을 되게 싫어한단다. 그보다 더 기분 나쁜 건 아예 ‘이름 없는 꽃’이라는 단정을 짓는 거란다. ‘이름 없는 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다.’하는 식으로 말이다. 찾아보면 다 이름이 있는데 그런 거 찾아볼 생각도 안 하고 왜 막연하게 자기네들이 이름이 없다느니 하냐구. 게으른 우리가 무심코 ‘이름 모를 꽃, 이름 없는 꽃’을 남발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들로 산으로 야생화들을 찾아 다니면서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그 이름을 알고 실물을 대했을 때와 이름을 모른 채 실물을 마주했을 때의 감흥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마치 별자리의 이름을 알고 밤하늘을 우러를 때하고 전혀 백지상태에서 별밤을 대했을 때의 그것과 마찬가지다.’
법정스님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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