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세상엔 공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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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교협
  • 02.02.18 12:13:33
  • 조회: 721
125 해삼을 보며
저 징그럽게 생긴 해삼이 먹는 건 줄은 어떻게 알았을까? 먹으면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해삼을 인류 역사상 최초로 먹어 본 인간은 아마 무리 중에서 제일 용감한 인간이었을 수도 있지만 가장 힘이 약한 인간들이었을 수도 있다. 가장 힘센 자는 직접 먹지 않고 일단 가장 약한 자에게 먼저 먹여 보고, 그가 아무 탈도 없이 맛있는 표정을 짓는 걸 보고 두번째로 먹어 봤을 수도 있는 것이다.

126 때린 놈은 있는데 왜 맞은 놈이 없지?
사실 남자들끼리 만나면 이런저런 화제 중에 싸움 얘기를 꽤나 많이 한다. 그런데 그 싸움 얘기라는 게 대부분 자기가 누군가를 때려주고 이겼다는 거지 맞았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누구나 다 때려준 사람이라면 그럼 맞은 놈은 한 명도 없는 건가? 매맞고 억울해서 다 이민을 간 건지, 맞고 열받아서 홧병으로 다 죽은 건지, 맞은 사람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거다. 어쨌든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남자들은 싸움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연극하는 후배 중의 하나가 자신이 맞은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아주 반가웠다. 맞은 얘기를 하는 친구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 후배는 맞은 얘기를 아주 재미있게, 그것도 신나게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도 나 같은 생각을 아주 오래전에 했다는 거다. 맞은 사람이 없다니! 그럼 내가 맞은 사람이 되자. 어차피 내가 남 때려준 얘기는 먹히지도 않고 재미도 없으니.
그 이후 그 후배는 초등학교 때 친구에게 맞은 얘기부터 시작해서 엄마한테 빗자루로 맞은 얘기, 군대에서 맞은 얘기며 고등학교 때 대천 해수욕장에 가서 얻어 터진 얘기 등등을 틈만 나면 했다. 그것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남 때려준 얘기가 조금 뻥튀기되듯이 맞은 얘기도 조금 부풀려서 들려주면 듣는 사람들은 때려준 얘기보담 더 재미있어 한다면서 막 과장해서 이야기한단다. 두 대 맞았으면 세 대로 한 대 정도 늘리고, 한참 맞다가 도망을 가는데 손에 뭐가 들려 있어서 보니까 자기 이빨 두 개가 있었다는 둥. 그리고는 다른 이유로 해넣은 틀니를 마치 그때 맞아서 빠진 것처럼 입을 벌려서 보여주는 거다. 그러니까 그 틀니는 종로에서 맞아서 빠진 것이기도 했고, 대천에서 맞아서 빠진 것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고등학교 때 상급생에게 얻어 맞아서 빠진 것이기도 했다. 그때그때 레퍼토리에 따라서 이빨을 해넣은 사연이 달라졌던 거다.

127 어떤 신문의 자기당착
2월 어느 날 한 신문을 봤더니 기가 막힌다. 그 신문 날씨면에는 오늘은 강추위가 예상되니 따뜻하게 입으라고 되어 있는데, 다른면에는 봄이 성큼 다가왔다며 봄맞이 기사를 써 놓았다. 정말 웃기는 것은 그 신문의 논설면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긋하게 때를 기다리지 못한다고 질책해 놓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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