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률] [법과 생활]어려운 판결문 토씨하나 큰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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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교협
  • 01.12.28 09:43:30
  • 조회: 895
부득이 송사(訟事)에 휘말려 재판을 받게 된 뒤 결과물로 받아보게 되는 것이 ‘판결문’이다. 하지만 어지간한 변호사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난해한 판결문을 일반인이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심지어 선고결과마저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어구로 인해 승·패소 여부를 착각하는 해프닝마저 가끔 발생한다. 헷갈리는 법률용어를 짚어보고 번잡한 판결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몇가지 사례를 제시해 본다.

◇헷갈리는 법률용어
최근 민사소송 판결문을 받아본 김모씨는 판결 결과가 쉽게 이해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판결 주문에는 ‘피고들(2명)은 각자 원고에게 15,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소장 부본 송달 익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고 적혀 있었다.
원고인 김씨는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지급하라’는 부분을 본 뒤 순간 “1인당 1천5백만원씩 모두 3천만원을 받는구나”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밖에 ‘송달 익일’이니 ‘완제일’이니 하는 생면부지의 말은 신경도 쓰지 못했다. 하지만 3천만원을 받게 될 거라는 김씨의 기대는 순전히 판결문을 잘못 이해한 결과일 뿐이다. 실상은 1천5백만원만 김씨에게 전달될 뿐이다. 암호문같은 판결문이 김씨에게 혼동을 일으키게 만든 셈이다.
통상 민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은 피고가 2명 이상인 경우 ‘각’과 ‘각자’를 엄격히 구분해 사용한다.
즉 김씨의 기대대로 3천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라면 법관들은 “피고들은 각 원고에게…”란 말로 표현한다. ‘각자’가 사용된 경우에는 피고들이 공동으로 판결문에 적힌 금액을 지급하라는 의미이다.
또 ‘각’이나 ‘각자’라는 말이 없이 “피고들은 원고에게…지급하라”는 말도 판결문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 경우는 분할채무원칙에 따라 피고들이 판결문에 제시된 금액의 절반씩 부담하라는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
항소심 법원 판결문 중에는 재판의 승패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도 있다.
“제1심 판결 중 피고는 원고에게 20,000,767,892원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와 같은 판결주문은 일반인에게는 원·피고 중 누가 이겼다는 것인지 한 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예이다. 이 경우 “피고에게 2백억원 지급을 명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라고 표현했다면 훨씬 쉽게 이해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밖에도 ‘최고(催告=재촉)하여야’ ‘흠결한(欠缺=빠뜨린)’ ‘위자할(慰藉=위로하고 도와줄)’ ‘편취한(騙取=속여 뺏은)’ ‘통정한(通情=짜고 법을 어긴)’ 등도 판결문에 등장하는 생소한 한자어로 된 법률용어의 전형적인 예로서 일반인들이 판결문을 쉽게 읽을 수 없게 하는 요인들이다.

◇어려운 판결문의 원인
국어학자들은 대체적으로 ▲난해한 한자어 ▲일본식 용어 ▲한문투의 표현 등을 어려운 판결문을 양산해내는 요인으로 지적한다. 또 법관 특유의 권위주의적 태도도 한 몫을 한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법원 차원에서도 미래의 법관 후보생인 사법연수원생들에게 쉽고 간결한 판결문을 쓸 수 있도록 교육시키기도 한다. 또 1993년 서울지법 판사들이 ‘바람직한 법정관행의 정립’이라는 주제로 판결문 쉽게 쓰기 운동을 벌이는 한편 최근에는 ‘새로운 판결서 작성 방법’이란 책을 만들어 ‘되도록 쉬운 단어를 사용하고 문장은 짧고 간결하게’ 판결문을 작성토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문장 말 끝부분을 필요 이상으로 길게 늘어뜨리는 관행이나 한 단락을 악착같이 한 문장으로만 표현하려는 방식은 특히 지적되는 부분이다.
예컨대 ▲그 실익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실익이 있다) ▲위법하다고 아니할 수 없어 파기를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위법해 파기한다) 등의 문장은 마치 말장난처럼 느껴진다. 또 마침표 하나 없이 연결사로 판결문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사례도 심심치 않다.
이런 문제는 판결문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쓰는 영장·공소장에도 나타난다.
전두환 전 대통령 구속 영장은 3,200글자로 된 한 문장이었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공소장의 경우도 6,700글자의 한문장으로 기록돼 있다. 명실상부한 긴 문장 부문 비공인 세계기록들인 셈이다.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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