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정보] 하지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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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유성
  • 01.08.24 09:42:26
  • 조회: 1046
068 낙지 위령제

무교동 골목은 한때 ‘낙지골목’으로 유명했다. 그 부근인 지금 영풍문고 자리에, ‘이름모를 소녀’를 만들고 부른 김정호가 경영하던 ‘꽃잎’이라는 통기타 업소가 있었는데, 거기 개업 때부터 내가 약 5년 정도 프로그램을 담당했기 때문에, 낙지 파는 집마다 단골 아닌 집이 없었다.
나는 낙지집 주인들에게 인간의 입맛을 위해 억울하게 죽어간 낙지를 위해서 1년에 한 번은 ‘낙지 위령제’도 지내 주고 ‘낙지 위령탑’도 만들자고 여러 번 제의를 했다. 낙지집 주인들은 날 비웃었다.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지 않은 거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낙지집들이 있던 자리에 재개발붐이 일더니 낙지집들이 하나둘 밀려나야 하는 신세가 되어야 했다.

나는 낙지 위령제를 지내 주지 않았기 때문에 낙지 원혼들의 저주(?)로 그런 일이 생겼다고 믿으며, 그 좋던 낙지집 시절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 후 나는 미친 듯이 외치고 다녔다. 마포에 소 위령제를 지내야 된다. 소 위령제를 축제처럼 만들어서 관광 상품화 해야 한다.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내 말에 귀를 기울인 사람이 딱 한 사람 있었다.
1999년 3월3일, 드디어 대구 수성못 들안길 끝에 있던 금산삼계탕집에서 닭 위령제를 지내게 되었다. 행위예술가 무세중 씨가 와서 닭의 혼을 달래는 퍼포먼스 제1부 ‘살 먹고 알 먹고’, 제 2부 ‘살 주고 알 주고’를 진행하고 인근 주민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멋진 하루가 되었다. 닭들도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들라.


069 초대형 장기판

스위스 취리히에서 본 건데, 공원 길바닥에서 체스판을 무진장 크게 그려놓고 체스알을 무릎 높이로 만들어 노인네 두 사람이 대결을 하는데 사람들이 그 옆으로 의자를 빙 둘러놓고 앉아서 구경을 한다. 낑낑거리면서 두는데 작은 장기판에 머리를 대고 구경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구경할 수 있고 보기도 좋다. 스위스뿐만 아니라 유럽 여러 도시를 가다 보면 이런 모습이 종종 눈에 띄어서 ‘야,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서울 가면 저거 하나는 표절해야지, 꼭 만들어야지!’ 했다.
서울에 돌아와 인사동에 장기판을 하나 만들었다. 240만원 들여 만들었는데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굉장히 큰 액수였다. 궁을 비롯해서 차니 포니 상이니 졸이니 하는 장기알을 모두 나무로 전각을 하고 200만원을 빌려서 조각한 사람에게 줬다.

그래서 인사동 축제 때 사람들이 가지고 놀 수 있게 내놨는데 정말 웃겼다. 궁 같은 건 나이 드신 분들이 혼자서 들기가 굉장히 힘들 정도로 크게 만들었기 때문에 “장 받아라!” 그러면서 큰소리는 쳤는데 들지를 못해서 끙끙대야 했던 거다.
장기판은 청테이프 13개로 인사갤러니 앞에다 임시로 만들었다. 장기를 둬 본 사람은 알겠지만 차나 상 같은 자기 말로 상대방 장기알 위를 딱! 치면서 먹는 맛이 참 괜찮은데 이건 물론 그런 맛은 없다. 무거우니까 폼나게 들지를 못해 고역스러워하는 거라든가, 궁 같은 건 무거워서 두세 명이 들어서 옮기고 그런 게 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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