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부부라면 이렇게 한번 살아봐 - 나 머리 어떻게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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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교협
  • 01.07.23 10:09:10
  • 조회: 899
“여보, 나 생머리로 기를래.”
“아이고, 지지든지 볶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언제는 짧게 자른다고 난리더니 이젠 긴 머리 타령이야.”
“그러니까 여자의 마음을 갈대라고 하지.”
“그런데 그 나이에 생머리가 어울릴까?”
“왜? 아직 마흔도 안 됐는데”

아내가 가장 고민하는 신체 부위는 머리이다. 결혼 생활 13년 동안 그녀의 머리는 길어졌다 짧아졌다를 반복했으며, 머리에 변화를 줄 때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자기 혼자만 고민하면 좋겠는데 몇날 며칠을 두고 나를 들들 볶는다. 최인호 씨의 <가족>을 보면 다혜엄마(최인호 씨 부인)가 머리를 자르기 전에 남편을 달달 볶는 대목이 나오는데 바로 그런 식이다. 며칠을 두고 아내는 이 스타일이 좋을까 저 스타일이 좋을까를 반복해서 묻는다. 심할 때는 모내기철 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되묻곤 한다. 도대체 여자들이란 십 년 넘게 살을 맞대고 살아도 이해가 안 되는 존재이다. 살다보면 고민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머리 스타일 바꾸는 일로 그렇게 신경을 쓰는지 선뜻 이해가 안 된다는 뜻이다.

내가 아내에게 반한 것은 그녀의 말하는 모습이 내 소꿉동무의 사촌 언니와 비슷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긴 머리와 바바리코트 때문이었다. 처녀 때 그녀는 하늘거리는 긴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 머리가 바바리코트와 잘 어울렸다. 그래서 퇴근할 때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혼자 마음을 태우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큰애를 낳으면서 아내는 관리하기가 귀찮아서인지 머리를 짧게 자르더니 그때부터 길어졌다 짧아졌다를 반복했다. 캔버라에 살 때는 긴 생머리였는데, 그 머리에 반해서 아내를 쫓아다닌 싱거운 호주 녀석도 있었다. 하긴 나도 총각 땐 소피마르소와 같이 이쁜 생머리를 한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었으니까 남 탓할 일은 못 된다. 또 거리의 무용가 이정희 씨의 생머리도 좋아해서 공연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서 사진에 담아 오기도 했다.
지금 아내는 최명길 스타일의 단순한 단발머리인데, 내가 보기엔 그게 가장 단정하고 깔끔해서 좋은 것 같다. 또 출근할 때 머리 손질하는 시간이 화장하는 시간보다 더 긴 아내로서는 그게 최상일지도 모른다.
‘머리 손질하는 저 시간에 운동을 하면 휠씬 더 건강하고 이뻐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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