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재미있는 노인이야기 - 가족관계 위협하는 노년의 적, 치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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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전교협
  • 01.01.13 10:06:30
  • 조회: 790
여름 어느 토요일, 점심 무렵이었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 슬슬 나갈 채비를 하던 중 요란한 전화벨이 울렸다.
경기도 양동의 한 보건소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건 보건진료원은 꽤나 마음이 급했던지, 이쪽에서 받자마자 소리치듯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환자가 할머니인데요! 집에서 마구 난리를 치다가 쓰러지시고는 꼼짝도 안 해요. 이걸 어떡하죠? 어떡해야 되죠., 선생님?”
“혈압은 어떻습니까? 생명 징후가 어떤지부터 말씀해 보세요.”
“예, 협압은 180/110이고요, 숨은 잘 쉬세요.”
“그런 혈압강하 치료를 하시고, 바로 병원으로 모시고 오세요. 오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어요?”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빨리 오세요.”
의사란 언제나 비상대기중인 소방대원이나 같다. 혹시나 했더니 오늘 역시 제때 퇴근하지 못하는구나.
나는 맥이 풀린 채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며 차분히 응급실에서 환자를 기다렸다.
그 보건 진료원의 말대로 환자는 한 시간쯤 지난 뒤 앰뷸런스에 실려 도착했다.
오자마자 심폐 소생술을 실시해야겠다고 응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그러나 정작 상황을 맞고 보니 생각한 것과 좀 달랐다.
할머니는 누워서 실려오긴 했지만 무척 화가 나 있는 상태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이상이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무슨 이유에선지 두 눈썹을 바르르 떨정도로 몹시 분기탱천한 상태였다.
나는 의아함과 다소의 안도감이 뒤섞인 채 인사를 건네며 환자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두 손 좀 잡아보시겠어요?”
그러나 반응이 없다.
생명 징후는 이상이 없었고, 신경학적 징후도 별 이상이 없다.
형압을 체크해 보니 혈압은 계속 높은 상태로 나타나, 혈압강하제를 투여하였다.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온 동반가족들을 대상으로 문진을 시작했다. 환갑이 넘어보이는 환자의 아들과 며느리, 손자가 와 있었다.
우선 아들 며느리에게 물어보았다.
“할머니 연세가 어떻게 어떻게 됩니까?”
“83세입니다.”
“평소에 어떤 증세라도 있었나요?”
“걸핏하면 집을 나가시고, 아휴! 몇칠씩 소식도 없이 안 들어와 동네방네 찾으러 다닌 적이 한두 번이 아녜요.”
“그것뿐인가요?”
“왜 그뿐이겠어요. 지푸라긴지, 나뭇잎인지, 툭하면 나물태러 간다고 나가셔서 뭘 한 보따리씩 뜯어오세요. 그리고 그걸 말린다고 장롱이다 이불이다 마구 그 속에 숨겨놓으시는 통에 온 방안이 완전 난장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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