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재미있는 노인이야기 - 김 선생의 외롭고 어지러운 봄날①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전교협
  • 00.12.26 09:20:12
  • 조회: 673
김 선생은 5년전 남편과 이혼을 했다.
그것도 50이 넘은 나이에 30년 결혼 생활을 과감히 청산해 버린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자면 사실상 의아한 일이었다.
사는 데 별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유복한 집에서 자라 종갓집 맏며느리로 들어온 뒤 살림도 크게 늘었고, 아이들을 잘 거둬 유학에다 좋은 혼처에 결혼까지 시켜 부러움을 사던 그녀가 뒤늦게 돼 그렇게까지 했을까.
그러나 김선생에겐 나름의 고통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인생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하면서 힘겹게 오늘까지 왔다.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가족? 남편? 아이들?’
거울을 쳐다본다.
그 곱던 젊은 날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깊게 파인 얼굴의 주름 하나, 둘 …… 커다란 눈망울만 옛날의 꽃다운 나이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 출근해버리고 혼자 남은 집.
오후의 봄볕을 받으며 가정부가 집안 정돈을 하는 동안 김 선생은 정원의 의자에 앉아 대학강의의 준비를 한다.
과목은 ‘한국의 전통적 가정 예절’사르르 졸음이 온다.
그는 한 마리의 쥐가 되어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
“나가는 문이 어디 있을 텐데……”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출구를 찾는다.
왼쪽으로 꺾어지는 길목에서 고양이 ‘미미’를 만난다.
“아이구 무서워라.” 도망가려 하였는데, 고양이가 말을 한다.
“김 선생님 어디 가요? 나 당신 안 잡아 먹어요.”간신히 숨을 돌린 김 선생은 미미의 상태에 대해 궁금해졌다.
“미미씨는 왜 여기 있어요?”
“당신을 만날려구요.”
“미미씨 모습이 슬퍼 보이네요?”
“아주 슬프답니다. 난 지금 이빨도 모두 빠지고, 발톱도 없어요. 나이가 들어 잘 달리지도 못하구요. 사냥은 더 이상 꿈도 꿀 수 없게 됐어요. 허구한날 낮잠만 잔다고 주인이 이리 집어던지는 통에 여기에 들어왔어요.”
“슬픈 일이군요. 그런데 여기가 어디예요? 나가는 문을 가르쳐주세요.”
미미의 얼굴이 험상궂게 변하기 시작한다.“못나가! 이리와. 날 버린건 너야! 나랑 같이 살아야해! 잡아 먹어버릴테다.”
“헉! 가위가 눌린 김 선생은 잠깐 동안의 잠에서 깬다. 10년을 같이 살아온 고양이 미미가 옆에서 “야옹!야옹!”거리고 있다.
웬일인가 쳐다보는 듯하다. “고양이 눈은 언제 봐도 섬뜩해……”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