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미 작가] 못 생긴 선생님
  • 04.02.12 0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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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중학교 1학년 때의 가정 선생님이시다. 한번도 담임을 하신 적도 없고, 선생님과 나 사이에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종종 그분의 얼굴이 그립고 그분의 가르침이 바로 어제 배운 듯 생생하다.

흔히 가정 선생님이나 음악 선생님 하면 떠오르는 예쁘고 참한 이미지와는 달리 선생님은 참 못생긴 분이셨다. 첫 수업시간에 교실로 들어서는 선생님을 보고 키들대는 아이들이 있었을 정도였다. 나 역시 저렇게 못생기셨으니 당연히 노처녀에다 성질까지 고약하려니 생각했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선생님께서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 결혼하셔서 자녀를 셋씩이나 두신 분이셨다. 도대체 어떤 남자가 선생님과 결혼했을까 궁금했던 나는 선생님의 책상 위에 놓인 가족사진을 보고 무척 놀랬었다. 영화배우 뺨치게 잘 생긴 남자가 선생님 바로 옆자리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말로 얼짱인 남자가 못난이 인형 같은 선생님과 결혼했다는 사실은 호기심 많은 여학생들의 온갖 상상력을 자극했다. 선생님의 남편이 어쩌다 비극적인 운명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결혼 하셨을 거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무성할 무렵 우리들은 선생님께 남편을 어떻게 만났는지 얘기 해달라고 졸라댔다. 빙그레 웃으시며 선생님께서는 말문을 여셨다.
친구들과 함께 나간 미팅에서 선생님과 파트너가 되자 선생님의 남편께서는 오만상을 찡그리며 자꾸 시계만 쳐다보더랜다. 그에게 한 눈에 반한 선생님은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내기를 거셨단다. 앞으로 열 번만 만나면 자신을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게 만들겠노라고...
만약 그 내기에서 자신이 지면 남자가 원하는 건 뭐든 다 들어주겠노라고. 원체 자신만만한 선생님의 태도에 남자는 열 번만에 저 못난 여자가 정말 좋아 죽을 지경이 되나 안되나 어디 해보자고 나오더랜다. 그렇게 시작된 열 번의 데이트에 선생님은 자신의 특기인 말솜씨를 유감없이 발휘, 특유의 카리스마로 남편을 사로잡았단다.
기실, 선생님께는 산만한 아이들까지 주의집중 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으셨고 별 재미없는 이야기도 구성지게 전달하는 재능이 있으셨다. 뿐인가? 노래 솜씨 또한 뛰어나서 클래식을 뽕짝처럼 불러 좌중을 구르게 만드는 남다른 재주도 있으셨다. 자신의 생김새가 자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없이 보여주신 것이다. 외모에 주눅들어 고개를 꺾고 있었다면 절대로 오지 않을 행운을 바로 그 못생긴 외양을 이용해 보란 듯이 잡으신 것이다.

요즘같이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 심지어 범죄자까지 이쁘면 얼짱이라고 추앙 받는 세상에 나는 선생님의 그 못생긴 얼굴이 새삼 그립다. 암만 이뻐도 세월 앞에 장사 없는 외모보다는 늙어도 여전히 빛날 수 있는 나만의 개성, 나만의 심성을 가꾸라고 일러주신 그 분이 정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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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당시 9 세)
김성주 (당시 9 세)
* 성 별: 여
* 신 장: 120cm
* 두 발: 짧은 편이나 뒤로 묶음
* 상 의: 흰색 바탕의 어깨는 주황색 반팔 티셔츠
* 하 의: 주황색 칠부바지
* 신 발: 하늘색 샌들
* 신체특징: 쌍꺼풀 있는 눈, 가마가 특이함, 눈주위에 흉터, 왼쪽 어깨에 콩알만한 점, 말이 어눌함.
* 발생일자: 2000년 6월 15일
* 발생장소: 전남 강진초등학교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