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미 작가] 그 부부의 사연
  • 04.01.08 09: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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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AM라디오를 즐겨 듣는다. AM에서는 세상사는 사람들의 각양 각색의 사연들을 접할 수 있고, 그 사연들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때때로 아름다운 음악보다 더 큰 감동을 주곤 한다. 얼마 전에는 방송되는 사연을 듣다가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남편의 실직과 산더미 같은 빚 때문에 고향을 등지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부부가 있었다. 그래도 서울가면 일거리가 있겠거니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술 하나 없이 믿는 건 몸뚱이 하나 뿐인 부부에게 서울은 너무도 혹독했다. 마침내 부부는 변변한 잠자리 하나 구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제 겨우 세 살, 네 살 된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 귀퉁이 벤치를 전전하며 겨울을 견디던 어느 날, 세 살 박이 아들녀석이 칭얼대기 시작했다. 변변하게 먹이지도 못하던 젊은 엄마는 ‘배가 아프다’는 아이의 말을 ‘배가 고프다’라고 이해했다. 수퍼에서 우유 하나를 산 엄마는 차디찬 우유를 자신의 체온으로 덥혀 아이에게 먹였다. 그래도 아이는 계속 칭얼댔다. 젊은 엄마는 일거리를 찾아 아침 일찍 공원을 떠난 남편이 행여 일거리를 못 찾고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원을 떠나지도 못했다. 그날 밤, 응급실로 실려간 아이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서야 겨우 살아날 수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부부는 아이들을 고아원에 맡기기로 결심했다. 적어도 춥고 배고프고 아프지는 않을 테니 자신들과 있는 것보다는 백 번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지러지게 울어대며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아이들을 고아원 대문 안으로 밀어 넣고 부부는 천근같은 마음으로 도망쳐 나왔다. 행여 부모가 있는 아이라면 받아주지 않을까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밟고 달리면서 젊은 엄마는 피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남편은 무덤덤 할 뿐이었다.
자식까지 버린 마당에 살아서 무엇하느냐며 함께 죽자는 아내의 말에 그러자고 끄덕일 뿐이었다. 아내는 그때 남편의 태도가 몹시도 미웠노라고 토로했다. 죽을 장소로 가자는 아내의 분이 난 말에 남편은 택시를 잡았다. 뒷좌석에 앉은 부부를 쳐다보던 택시기사가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남편은 짐승 같은 울음을 토해냈다.

그날, 그들의 사연을 다 들은 택시 기사는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서 느낄 공포감을 생각해 봤느냐고 물었다. 추위와 배고픔보다도 엄마 아빠의 부재가 아이에게는 더 큰 두려움이라면서 기사는 부모 없이 살아온 자신의 이력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부부의 양해도 없이 기사는 운전대를 돌렸다. 엄마 아빠의 품에 안긴 아이들을 뒷좌석에 태우고 기사는 부부의 고향으로 달렸다. 그들이 택시비를 낼 돈이 한 푼도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제는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부부는 그 때 그 고마운 택시기사를 찾고 있었다. 새해엔 이토록 아름다운 사연이 차고 넘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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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섭(당시 8 세)
김유섭(당시 8 세)
*성 별: 남
*신 장: 120cm
*두 발: 스포츠형
*상 의: 검정 점퍼
*하 의: 회색 바지
*신 발: 검정 운동화
*신체특징: 눈썹이 진하고 검은 편임
*발생일자: 2003년 2월 6일
*발생장소: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