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미 작가] 탱자나무 잎사귀
  • 02.08.01 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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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에이즈 공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여수의 구여인 사건을 접했을 때 나는 자신의 병을 알면서 수 많은 남자를 상대했던 그녀의 파렴치함에 혀를 차며 신문을 덮었을 뿐이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그녀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그 사건에 관심이 생겼다.

남편이 있는 여자가 윤락행위를 하다니, 더구나 그 남편이 아내가 몹쓸 병에 걸린 걸 알면서도 결코 아내를 버리지 않은 남자였다니 더욱 그들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남자와의 사이에서 열 아홉이란 나이에 딸을 낳은 구여인은 그 남편의 무능함 때문에 생계를 위해 윤락행위를 해야했던 여자였다. 그와 헤어지고 그 바닥을 전전하다 만난 지금의 남편은 비록 나이차이가 많이 나긴 했지만 처음으로 가정의 단란함을 느끼게 해준 울타리였다. 그 남편 또한 배운 거 없고 가진 거 없는 농사꾼이다 보니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할 판에 만난 어린 신부가 너무도 사랑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다 구여인은 자신이 몹쓸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부부는 밤새 부둥켜 안고 울었다. 미안해하는 그녀에게 그 남편은 언젠가는 자신도 죽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당신을 버릴 수 없노라고 말했다. 사는 날까지 함께 살자고 했지만, 정작 그녀를 옥죄인 것은 자각증상이 전혀 없이 십 년 후에나 발병할 지 모른다는 에이즈라는 불치의 병보다 카드 회사로부터 날라 온 당장 갚아야 할 빚 400만원이었다.

그 돈을 갚기 위해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그녀는 남편 몰래 다시 윤락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무려 2000여명의 남자와 관계를 맺은 그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에이즈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떨게 된 일련의 사태가 모두 빚을 못 갚아준 자신의 무능함 때문이라고 자책했다는 그 남편의 심성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도대체 어떤 마음이길래 그런 여자를 끌어안고, 그 모든게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여자, 아니 버림받은 것만으로도 못해 비난과 야유와 멸시를 받고 있는 여자에게 찾다찾다 못 찾은 네 잎 클로버 대신에 탱자나무 잎사귀를 가져다주는 그 남편을 보는 순간, 투박하게 갈라지고 터진 손에 들린 그 가녀린 탱자나무 잎사귀에 밥은 먹고 다니냐는 그녀의 목소리가 오버랩되는 순간, 나는 내 의문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달았다. 아니 부끄러웠다. 그들은 부부였다. 무늬만 부부가 아닌 뼛속까지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에이즈 아니라 그 어떤 고통도 둘이 함께라면 거뜬할 부부였다. 진정 서로의 반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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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빈 (당시 2 세)
유채빈 (당시 2 세)
* 성 별: 여
* 신 장: 90cm
* 두 발: 단발형
* 상 의: 분홍색 스웨터
* 하 의: 흰색 바지
* 신 발: 밤색 구두
* 신체특징: 왼쪽 손등에 화상자국, 보조개 있음
* 발생일자: 2003년 11월 22일
* 발생장소: 충남 공주시 신관동 시외버스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