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미 작가] 애물단지
  • 02.05.10 11: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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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할 때 지갑 못지 않게 챙겨드는 물건이 있다면 핸드폰이다. 어쩌다 그걸 놓고 나오기라도 하면, 받지 않으면 안될 절대절명의 연락이 꼭 그때 걸려 올 것처럼 불안하다. 그래서 허둥지둥 일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핸드폰부터 확인해보곤 한다. 그때 부재중 전화가 단 한 통도 찍혀 있지 않으면 괜한 조바심에 민망하다못해 씁쓸한 느낌마저 든다.
이렇게 한 몸 인양 떼어놓기 어려운 핸드폰이지만 요즘 들어 이 물건이 애물단지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더욱이 걸려오는 이의 전화번호까지 알려줄 만큼 이 물건이 영리해지면서 사람들의 관계에 여유가 사라진 것 같아 영 탐탁하지 않다. 예전에는 받으면 끊어지는 전화가 걸려오면, 잠시나마 누굴까… 주위의 얼굴들을 떠올려보며 그들과의 관계를 점검해보기도 했었다. 또는 무척 친했지만 어느 순간 소원해진 이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지면 전화를 걸어 목소리만 듣고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기도 했었다. 그 또한 안부를 알 수 있는 무언의 소통이기에…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영리한 핸드폰 때문에 그냥 끊었다간 민망한 꼴을 당하기 십상이다. 얼마 전에는 후배에게 전화를 한다는 것이 한동안 연락을 하지 못한 선배의 번호를 누르고 말았다. 신호가 한번 가자마자 잘못 누른 걸 깨닫고 얼른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채 오 분도 되지 않아 그 선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웬일이냐는 반색의 목소리에 차마 잘못 걸었다고 말은 못하고… 핸드폰의 밧데리가 간당간당할 때까지 서로 연락하지 못한 3년의 세월을 미안한 마음으로 채워야했었다. 뿐만이 아니다. 핸드폰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을 만나고 있어도 외롭다.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작 만난 사람과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다. 차라리 만나지 말고 전화를 해야 온전히 상대방을 집중시킬 수가 있다. 이런 세태이다 보니 사랑하는 연인들조차 쓸쓸한 모습을 보인다. 서로 상대의 어깨와 허리를 감싸 안은 채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틀어 각자 통화중인 모습… 그게 핸드폰이 잠식한 사랑의 단면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절친한 친구는 바람 피운 전적이 있는 남편의 핸드폰이 꺼져있으면 내게 전화를 해댄다. 핸드폰이 꺼져있어, 꺼져있어… 어떻게 생각하니? 밧데리가 떨어졌겠지, 떨어졌을 거야 다독이다 끝내 화를 발칵 내면 친구는 전화를 끊어버린다.
오랜 통화로 뜨끈뜨끈한 핸드폰을 손에 쥐고 선 채 친구가 느꼈을 고독에 한동안 부대끼며 나는 핸드폰을 꺼놓은 친구의 남편에게 욕을 해버린다. 이제는 부부간의 믿음과 우정마저도 갉아먹는 핸드폰, 이 애물단지를 왜 버리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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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당시 16 세)
박수진 (당시 16 세)
* 성 별: 여
* 신 장: 157cm
* 두 발: 단발형
* 상 의: -
* 하 의: -
* 신 발: -
* 신체특징: 인중과 왼쪽 무릎에 흉터 있음. 글씨만 오른손으로 쓰고, 일상생활은 왼손으로 생활함. 하교길에 실종되었음. http://sujin.sunmoon.ac.kr 참조
* 발생일자: 2004년 10월 9일
* 발생장소: 충남 천안시 성황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