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미 작가] 우물 같은 존재
  • 02.04.26 20: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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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곳이 내 고향 ‘강경’이다. 그 ‘강경’을 배경으로 쓴 소설을 읽다가 그만 밀려드는 향수를 어쩌지 못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지금은 젓갈 시장으로 이름이 나있지만 조선 후기에는 대구 평양과 함께 손꼽히던 3대 시장 중 하나로 번성했던 곳…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초등학교 시절의 강경은 그런 역사적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한적한 곳이었다.
암만 자고 일어나도 변화없는 마을… 강을 품고 그저 죽은 듯 조용하기만 한 고장이 나는 무척 못마땅했었다.
걸핏하면 어른들 얼굴에서 보이던 옛날에는 참 좋았다는 그리움도 지겨웠다. 과거에 제아무리 화려한 명성을 지녔으면 뭐하는가? 현재는 죽을 날을 받아놓은 노인처럼 메말라 가는 것을… 개발이다 발전이다 이웃 고장은 정신없이 커져 가는데 내 고향은 왜 갈수록 단물 다 빠져나간 과일처럼 쫄아드는 걸까? 머리가 굵어지면서 늘 답답함을 느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런 고향이니 떠나올 때, 미련이나 아쉬움을 느꼈을 리 만무하다. 고향은 내게 겨우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 사이로 조각난 하늘을 올려다볼 때면 고향 언저리의 드넓은 벌판이 보고싶어졌다.
경음기를 울려대며 급히 운전을 하다보면 마을에 하나 뿐이었던 성당의 종소리가 불현듯 귀를 울렸고, 내 아이를 마음놓고 놀릴 마땅한 놀이터 하나 눈에 안 뜨일 때면 친구들과 뛰어 놀던 강가의 그 둑길이 한없이 그리워졌다. 향수병이었다. 그럼에도 일상에 쫓겨 쉽사리 찾아지지 않던 고향을… 내가 익히 알던 마을과 그 거리와 그 풍광을 소설책 속에서 활자로 만나게되니 더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달음에 달려간 고향은 뜻밖에도 변심한 애인같은 얼굴로 나를 대했다.
추억이 담긴 골목은 젓갈 파는 상인들의 목소리에 묻혀 버렸고, 고사리같은 손을 꼭 쥐고 서로 바래다준다고 수없이 왔다갔다했던 유년의 다리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나마 그런대로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는 건 군데군데 눈에 띄는 적산가옥이었다.
일제시대에 지어진 한국식도 아니고 일본식도 아닌, 이 둘의 형식을 교묘하게 결합해 지은 적산가옥은 곧 하나 둘 자취를 감출 듯 보였다.
최근 들어 근대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강경의 적산가옥을 보존하자는 목소리도 커진다니 그마나 다행이다. 나이가 들고 보니 진정한 개발과 발전은 그 고장의 특성에 맞게, 그 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는 데서 출발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고향은 고단한 일상에서 느끼는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청량음료와는 다른 우물 같은 존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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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영광 (당시 2 세)
모영광 (당시 2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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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 스포츠형
*상 의: 회색 츄리닝 상의(탑블레이드 그림)
*하 의: 회색 츄리닝 하의
*신 발: 청색 운동화
*신체특징: 눈썹이 짙고 일자형임. 피부가 검은 편, 머리숱이 많은 편이며 까치머리임, 말을 잘 못함, 뼈대가 굵은 편임, 생식기에 붉은 반점이 있음.
*발생일자: 2003년 10월 10일
*발생장소: 부산시 해운대구 우2동 성불사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