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미 작가] 표절
  • 02.04.12 11: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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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 기사를 읽다가 몹시도 속상했던 적이 있었다. 아니 속상하다못해 잘 키운 자식 두 눈 버젓이 뜨고 남에게 뺏기는 것처럼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더 서두를 걸… 후회가 물밀 듯 밀어닥쳤다.
오래 전부터 드라마로 쓰려고 마음먹은 소재가 있었다. 내 경우, 드라마를 쓸 때는 항상 주제부터 정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목소리에 걸 맞는 이야기 거리를 찾는다.
그 소재 역시 ‘작의’를 써넣는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을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오랜 시간을 소재 파일에 쟁겨둔 것은 주제가 사회현상과 민감하게 얽혀있는 데다 그 테마를 가장 적절하게 담아내는 소재가 내게는 생소한 분야였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자료조사를 충실히 해야 할 소재였다. 그래서 시일을 두고 자료도 수집하고, 발 품을 팔아가며 인터뷰도 하고 나름대로 땡감을 홍시로 익히고 있었다.
물론 머릿속으로는 이미 등장인물이며 그들의 캐릭터며 스토리까지 구상이 끝난 뒤였다. 그런데 그날 신문에 내가 이제 막 쓰려고 마음먹은 드라마와 너무도 똑같은 내용의 영화가 새로 제작에 들어갔다는 기사가 나와 있었던 것이다.
영화판에는 사돈에 팔촌도 아는 사람이 없으면서 혹시 내 소재를 누가 훔쳐간 건 아닐까 얼토당토않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날 하루를 고심하다가 나는 일단 그 소재를 접었다. 나는 떳떳이 쓴다해도 남들 눈엔 영락없는 ‘표절’로 비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안타까운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나는 요즘 김수현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를 결코 표절한 게 아니라는 모 방송사의 주장에 무조건 두 팔을 걷어 부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법원이 이미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는데도 불구하고 결코 표절이 아니라는 억지에는 한숨이 절로 터졌다. 끝까지 표절시비를 가려 실추된 담당 작가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말에는 실소가 터졌다. 담당 작가를 무척이나 위해주는 말인 듯 하나 사실 그 저변에는 방송사측의 ‘오리발’이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명예가 실추된 건 담당작가지 방송사가 아니란 얘기니까 말이다.

그러나 십 년 전 인기 리에 방영된 ‘사랑이 뭐길래’는 바로 그 방송사에서 방영된 주말드라마였다. 자기들이 만들어놓고 똑같은 줄 전혀 몰랐다고 우기는 꼴이니 기막힐 노릇이다.
그 드라마 담당작가의 윤리성도 문제지만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방송사가 일관되게 보여주는 태도는 더욱더 비도덕적이다. 손바닥으로 눈을 가려놓고 하늘을 가렸노라고 큰소리를 치면 된다는 배짱은 도무지 어디서 나오는지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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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민(당시 4세)
유채민(당시 4세)
*성 별: 남
*상 의: 청색 티셔츠
*하 의: 흰색 반바지
*신체특징: 아토피성 피부로 피부 건조함
*발생일자: 2003년 8월 1일
*발생경위: 해수욕장 갔다가 없어짐
*발생장소: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