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미 작가] 아무리 바빠도
  • 02.03.29 09: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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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넘게 사귄 지인 중에 그야말로 슈퍼우먼인 친구가 있다.
꽤 유명한 패션 잡지 편집장인 그녀는 연년생 남매를 키우는 주부이기도 하고, 박사 학위를 받겠노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는 학생이기도 하다.
어디 그뿐인가! 연로하신 시부모님을 보살피는 외며느리이기도 하며 혼자되신 친정아버지 또한 가끔은 들여다보아야 하는 외동딸이기도 하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에 며칠 전 남편이 와이셔츠 한 장 제대로 다려놓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리더란다.
그러는 당신은 내 옷 한번 다려준 적 있느냐고 말대꾸하다 끝내 부부싸움까지 한 친구는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혼이라니 무슨 소리냐고 나는 그녀를 달래지 못했다.
달랑 아이 하나 키우며 허둥지둥 일어나 셔츠를 다리고 있는 남편에게서 다리미를 뺏어 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닌 주제에 무슨 수로 그녀를 위로한단 말인가? 나야말로 마누라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울던 친구의 목소리가 며칠 체증처럼 가슴을 눌러댔다. 그러다 우연히 팔순이 가까운 양반가 종부, 소고당 여사에 대한 글을 읽었다. 열 여덟에 강진 김씨 태인파 종가의 종부로 시집와, 시조부모 시부모를 지성으로 섬기며 3남4녀의 자녀들을 키워낸 소고당 여사. 거기까지라면 여느 양반 댁 종부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여사는 삼일에 한번 꼴인 봉제사와 시도 때도 없이 찾아 드는 손님 접대로 허리 펼 시간 없는 나날 속에서도 독하게 자신을 가꿔 나갔다. 여자가 무식하면 집안 3대가 망한다는 옛말을 굳게 믿었던 탓이다. 보통학교 학력이 전부인 여사가 말하는 무식이란 학교 공부를 더하고 덜하고가 아니라 자기계발을 끊임없이 하지 않는 일종의 게으름을 뜻한다. 때문에 여사는 마흔 여섯에 문학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칠순 기념으로 육십 평생 종부로써 살아온 삶을 정리한 『소고당 가사집』을 펴내기까지 했다. 배우고 싶었던 가야금은 예순이 넘어서 배웠다.
이렇듯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끝없이 자신의 정신을 갈고 닦아온 여사에게 가장 큰 참공부는 사람 사는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살려고 애써온 종부로써의 삶이었다. 책에서 배우는 지식, 예능, 교양을 쌓기 위해 자신의 산 역할을 등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외려 등에 진 역할을 다하여 참다운 지혜와 기품을 쌓아갔다. 여사의 삶이 친구의 마음을 얼마나 달래줄지 알 수 없지만, 그렇듯 열심히 산 여사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나아가 집안 일과 담쌓은 간 큰 남편과의 관계를 싹둑 잘라버리기 보단, 그런 남편을 기꺼이 앞치마 두를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시켜보라고, 아무리 바빠도 그 역할부터 해보라고 나는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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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당시 16 세)
박수진 (당시 16 세)
* 성 별: 여
* 신 장: 157cm
* 두 발: 단발형
* 상 의: -
* 하 의: -
* 신 발: -
* 신체특징: 인중과 왼쪽 무릎에 흉터 있음. 글씨만 오른손으로 쓰고, 일상생활은 왼손으로 생활함. 하교길에 실종되었음. http://sujin.sunmoon.ac.kr 참조
* 발생일자: 2004년 10월 9일
* 발생장소: 충남 천안시 성황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