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미 작가] 물통사건
  • 02.03.22 09: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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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들녀석이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로 학교에서 돌아왔다. 내 품에 안겨 겨우 마음을 가라앉힌 녀석에게 들은 사정인 즉, 새로 만난 짝꿍과 싸웠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싸운 사실을 짝꿍이 전화로 제 엄마한테 알렸고, 그 전화를 받은 짝의 엄마가 다시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녀석과 짝꿍이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는 것이다.
녀석은 선생님께 꾸중을 들은 뒤 억울해서 한 시간 동안이나 울었다고 말했다. 싸우게 된 원인 제공을 짝이 했는데도 자신이 더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털어놓는 사정을 들어보니, 원인은 녀석이 가지고 다니는 물통 때문이었다. 녀석은 그럴싸한 물통 대신에 오백원 짜리 생수통에 물을 담아 가지고 다닌다. 그것을 본 여자 짝이 집이 가난하다고 놀렸다는 것이다. 그냥 흘려듣고 말일이지 녀석은 부자고 가난한 게 뭐가 중요하냐고 따졌단다. 그러다 짝이 넘어오지 말라는 책상 사이에 난 금을 녀석의 팔뚝이 넘어갔고 그 팔뚝을 밀치던 짝과 싸움이 커진 모양이었다. 엄마라도 그런 경우라면 억울했을 거라는 말로 녀석을 위로해 놓고 이번엔 내 속이 편치 않았다. 어찌됐건 아이의 말만 듣고 곧바로 담임선생님께 전화한 상대방 아이 엄마의 처신이 옳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나도 똑같이 행동할 수도 없고… 그래 내 딴에 그 일에 발빠르게 대처한다고 한 것이 당장 괜찮은 물통을 사온 거였다. 미리미리 물통하나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것을 무척 후회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새로 사온 물통을 보고 녀석은 내게 볼멘 소리를 해댔다. 짝의 말이 말 같지도 않으니 무시해버리면 그만인데 굳이 새로운 물통을 살 필요가 있느냐는 투였다. 녀석의 반응을 보니 걱정이 앞섰다. 일 년을 함께 보낼 친구인데, 더욱이 짝꿍인데 그 짝의 말을 무시한다면 사이좋게 지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정을 들은 남편의 생각 역시 나와 같았다. 그날 저녁, 남편과 나는 장차 탐정되는 게 소원인 아들 녀석을 앉혀놓고 자주 벌이는 탐정놀이를 시작했다. 콜롬보가 사건의 경위를 하나하나 물어나가듯 녀석과 함께 물통사건이 터지기 전의 상황까지 기억을 더듬어 간 것이다. 그러다 녀석의 입에서 짝꿍의 얼굴이 예쁘지 않다는 것과 그래서 짝이 되는 날부터 무슨 여자애가 저렇게 생겼을까 라고 생각했다는 말을 듣게되었다.
우리 부부는 바로 그거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무의식적으로 짝에게 불친절하게 행동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걸 느낀 짝이 애먼 물통가지고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게 된 것이라고 풀이를 해줬다. 가만 생각해보던 녀석도 일정부분 엄마 아빠의 말이 맞다고 수긍을 했다.
그날 이후, 녀석은 짝에게 좀더 친절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단다. 덕분에 얼마 전 화이트 데이엔 되려 녀석이 짝에게 초코렛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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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선 (당시 5 세)
우정선 (당시 5 세)
* 성 별: 여
* 신 장: 125cm
* 두 발: 단발형
* 상 의: 흰색 계통 민소매 티셔츠
* 하 의: 흰색 바탕에 물방울 무늬 바지
* 신 발: -
* 신체특징: 앞니 아랫니가 1개 빠졌음, 평발, 보조바퀴 달린 두발자전거 타고 있었음(노란 바구니 달렸음)
* 발생일자: 2004년 9월 19일
* 발생장소: 경기도 광주시 역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