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미 작가] 사랑스런 콩깍지
  • 02.03.07 09: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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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그런대로 뚱뚱하단 소리는 듣지 않지만, 고등학교 때 나는 퉁퉁한 편이었다.
시집 올 때 가져온 내 앨범을 심심파적 뒤적이던 남편이 교복이 터질 듯한 몸매로 환하게 웃고 있는 내 사진을 보고 누구냐고 물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어쩌다 그 살이 다 빠졌는지, 그렇다고 다이어트를 작심하고 한 기억도 없으니 신기한 노릇이다.
그렇지만 앨범을 화급히 덮어버리는 나를 보고 반신반의 당신이야? 당신 맞어? 라고 묻다 끝내 박장대소했던 남편의 모습은 지금도 또렷하다.
그때 내 남편은 살찐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 또한 분명 머리 속을 스쳤었다. 어쨌거나 신혼시절엔 지금보다 훨씬 더 호리호리 했으니, 과거의 살찐 모습보고 남편이 웃든 말든 크게 문제될 건 없었었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부터가 문제였다. 먹고 싶은 건 뭐든 먹어야 아이가 짝눈이 안 된다는 속설을 굳게 믿은 나머지 열 달 내내 정말이지 무던히도 먹어댔다. 덕분에 마지막 달 내 몸무게는 임신전보다 무려 25kg이나 늘어있었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아
이만 낳고 나면 전처럼 날씬해지려니, 그 살이 쏙 빠지려니 굳게 믿었던 것이다. 고백하건대, 분만실에서 나와서 열 달 내내 그토록 궁금했던 아이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보다 3.8kg만 빠지고 요지부동인 몸무게를 내려다 본 순간이 더 충격이었었다.
내심 그 충격을 소화하기도 바쁜데 설상가상 남편은 내 얼굴이 두 턱이라는 둥, 발가락이 보이느냐는 둥 놀려댔다. 내 평생 그때처럼 다이어트에 대해 고민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밤낮이 바뀐 아이 덕분에 줄창 여섯 시간만 내리 자보는 게 소원이 되면서 채 6개월도 안돼 살은 빠졌다.
어쨌거나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살이 빠졌으니 다행스런 일이나 살찐 모습을 장난 삼아 놀려댔던 남편의 진심이 무엇이었을까 확인하지 못한 것은 지금도 못내 아쉽다.
그저 재미였을까, 아니면 고등학교 시절의 그 사진보다 더 흉물스러워진 몸집이 그대로 유지될까 걱정된 마음을 장난으로 포장했던 것일까? 사실, 결혼해서 살다보면 배우자에게 최선뿐 아니라 최악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니 세월이 가면서 적어도 겉모습만은 최악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결혼 서약할 때 우리는 상대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눈앞에 두고 기쁠 때나 즐거울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었을 때나 한결같이 사랑하겠노라고 맹세를 한다. 돌아서 버리면 잊고 마는 신체 부위 중에서 가장 간사한 눈으로 말이다.
십 년을 넘게 살다보니 부부는 눈이 아닌 입으로 보고 마음에 새겨야 할 상대란 생각이 든다.
결혼서약을 했던 그 입으로, 찬사와 사랑의 말을 아끼지 않았던 당시의 그 입으로 상대를 감싸고 그로 인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마음에 새긴다면 그래서 간사한 눈에 콩깍지를 영원히 씌울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의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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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섭(당시 8 세)
김유섭(당시 8 세)
*성 별: 남
*신 장: 120cm
*두 발: 스포츠형
*상 의: 검정 점퍼
*하 의: 회색 바지
*신 발: 검정 운동화
*신체특징: 눈썹이 진하고 검은 편임
*발생일자: 2003년 2월 6일
*발생장소: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동